폐쇄된 군산 협궤철도와 째보선창
이날 군산을 방문했던 이유는 철도 때문이다. 신군산역이 장항쪽에 신설되고 구)군산화물역이 폐쇄되면서 구)철로가 근대문화유산의 거리, 진포해양테마공원 앞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폐쇄된 철도가 어디까지 남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군산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남들은 다 아는 경장동 철도를 나는 왜 몰랐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명절 때 장을 보러 왔던 구)군산역 앞의 시장 뒷길부터 더듬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서라면 군산역과 현재 철로가 남아있는 마지막 구간인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지척일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철로주변에 공설시장이나 건물이 들어서 철길을 따라 계속 걸을 수 없는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듬다 만난 뜻하지 않은 곳은 채만식의 <탁류>와 옛날 어른들의 입을 통해 무수히 들었던 '째보선창'이었다. 이름만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지도에 건물형태로 분명히 남아있었다. 궁금했던 다른 한 곳인 협궤철도 경장동 구간과 '페이퍼코리아'는 군산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탄 상경하는 고속버스 속에서 지나치며 볼 수있었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릴 적 추억만으로 더듬었으니 헤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구)철로(진포해양테마공원-페이퍼코리아)는 지도와 그간 더듬은 것으로 대충 정리는 되었다. 경장동 주택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던 협궤열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장동, 조촌동은 이모님 심부름으로 군산시청을 가거나 친구 집을 들를 때, 하다못해 여행하다 지쳐 주저앉아 식사를 몇 번 했던 곳인데도 그간 못찾았다. 그러기에 여행은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구)군산역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협궤철도를 완주할 계획이다.
<군산 양키시장>
양키시장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인근에 미군부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40년쯤 전에 친구를 따라 군산 외곽에 있는 미군부대를 간 적이 있고 부대 앞 거리가 '실버타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적 그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주변에서 많이 거래되었고 나도 몇 번은 그 물건들을 썼던 기억이 있다. 동네에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분이 한 분 있었는데 그 집에서 버터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날이면 온 동네에 고소한 버터냄새가 진동하곤 했다.
<구)군산역 앞의 군산 구시가지>
이 길을 따라 더 나가면 군대문화유산의 거리가 있다.
<내 협궤철로 답사 진행을 막은 군산공설시장>
아래 사진에 있는 신영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군산 협궤철도가 관통하는 신영시장>
철로를 따라 이어진 파라솔 아래의 상점은 가판대 같은 것이고, 신영시장 본 건물은 왼편이다.
<군산 신영시장>
내가 들른 직후(13:30쯤), <6시 내고향> 촬영을 한 모양이다. 나름 바빴을 텐데 신영시장 상인회 회장님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촬영을 하는 내게 다가와 시장홍보를 부탁한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유명 블로그가 아니라 얼마나 홍보가 될 지는 모르지만 친절한 상인회 회장님께 늦게나마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신영시장은 군산에서 가장 규모가 클 것 같다. 시장은 거주자를 고객으로 하는데 신시가지가 구시가지에서 먼 나운동쪽에 형성이 되어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인근 읍면에서 오는 고객을 감안하더라도 평소에 서울의 광장시장처럼 붐비는 일은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회장님의 바람대로, 그리고 어릴 적 내 눈에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보였던 것처럼 시장이 번창하길 빈다.
<신영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
군산 부두에 있는 만큼 시장 옆 빈터에서 생선을 말리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냄새는 좀 큼큼하지만 채반이나 그물, 대발에 생선을 말리는 것은 바다와 접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 오른쪽으로 진포해양테마공원까지 구)철로가 이어진다.
<신영시장을 나와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가는 길>
이 부근은 해망굴 건너편 부근처럼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나 창고가 눈에 많이 띈다. 근대문화유산거리와 지척에 있으면서 대조되는 모습이다.
<째보선창 삼거리 부근과 구)철로>
이 부근이 그 유명한 '째보선창'이란 것은 사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진포해양테마공원 매점쪽에 거의 붙어있다. 나는 그저 철로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철로가 끝나는 진포해양테마공원까지 왔고, 이 부근에서 머문 이유는 마침 만개한 오동나무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상의 철로(철로를 가로지르는 침목이 모두 없어지고 흙에 덮여있다!)를 따라가면 경장동을 지나 종점인 페이퍼코리아까지 이어진다. 항구를 통해 들어온 통나무를 페이퍼코리아까지 옮긴 후 종이를 생산했을 것이다.
우리 어린 시절은 종이가 귀해 재래식 화장실에서 뒷처리를 호박잎이나 짚을 비벼 이용하는 집이 많았다. 그런 시절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종이를 마음껏(!) 쓸 수 있었던 것은 페이퍼코리아(당시 명칭은 고려제지?)에 다니는 친구 아버지 한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백로지라 불렸던 약간 누런 A4크기의 종이(현재의 시험지)를 동네 친구들에게 끝없이 공급하는 물주였다.
<째보선창과 군산 바닷가>
지도상으로는 오른쪽의 첫번째에서 두번째 전봇대 구간이 째보선창으로 표기되어 있다. 구)군산협궤철도는 바닷가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째보선창 삼거리에서 시내쪽으로 70도 가깝게 휘어진다.
<째보선창 앞 바다와 진포해양테마공원>
왼쪽 벽돌담부터 진포해양테마공원 구역이다.
<귀경길에 마지막으로 본 페이퍼코리아>
군산고속터미널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타면 바로 협궤철도 경장동 부근을 지나고 이곳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