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 집으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이라기보다 화분 모음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2층이니 마당이 있을 리 없고 남쪽과 동쪽에 긴 발코니가 이어진 구식 집이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을 골라 발코니 구석에 무더기로 심을 수 있는 긴 화분과 기존의 화분들을 늘어 놓았다. 작년에는 먹거리가 아니라 푸른 잎(무성함)을 기대하고 주로 야채 모종들을 사다 심었다. 상추, 쑥갓, 치커리, 고추, 들깨 등등... 두번 정도 잎을 따 먹긴 했지만 지력(地力)이 필요했던 야채는 잎이 항상 누렇게 뜨곤 했다. 그걸 살려보려고 고체 영양제도 수없이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야채들 모두 꽃도 피고 씨앗까지 남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척박한 환경에서 자손을 퍼뜨리려는 생명의 본능 때문이었다. 들깨와 상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