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사놓고 깜빡해서 파랗게 된 감자를 버리기도 무엇하고 해서 날이 풀린 후 빈 화분에 심었다. 싹이 틀지 확신이 안 섰는데 심은지 한달 쯤 지난 후 녹색 장미처럼 생긴 예쁜 싹이 텄다. 별 기대가 없었던 터에 4개 모두 싹이 텄으니 정말 기뻤다. 인간은 이렇게 사소한 일에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분노한다. 그래도 감정에 기복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삶이 지겹거나 무료할 때엔 그런 감정조자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 다 키우고 특별한 소일거리나 낙이 없는 노인들은 화초를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기른다. 그 분들에게 화초나 동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대상이고 대화상대이다. 감자는 잘 자랐다. 그런데 꽃봉오리가 맺힐 무렵부터 잎에 벌레(응에)가 꼬이더니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잎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