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21.11. 연세대 동문쪽의 단풍과 쇼그렌증후군('Ro 항체')

큰누리 2021. 11. 19. 11:28

≪달갑지 않은 대학 병원 진료≫

직장인이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시간 때문에 많은 문제가 따른다. 지난 7년 동안 침 삼키기가 어려워 원인을 파악하려고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린 결과 스트레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진단을 받고 무려 4년 여를 엄청난 진료비를 들여 도식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정신과 진료를 그만 두고 원인을 찾던 중 최근에 인터넷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얻었다.

 

정보에 의하면 내 증세는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쇼그렌증후군(입마름증)'이고, 진료는 류마티스 내과에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동안 병원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그런 병이 있었고, 류마티스과도 아닌 류마티스 내과란 분야도 있었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온갖 병원을 다 헤맸는데 그럼 그 동안 거친 많은 의사들은 대체 무얼 한 거지? 그 동안 치료비로 들어간 수천 만원은 또 어떻고?

 

그래서 최근에 동네의 류마티스 내과에 들러 여러 검사를 받은 결과 담당 선생님은 내가 쇼그렌증후군 경계선에 있다며 쇼그렌증후군이면 입마름증 때문에 힘들어서 걱정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도 걱정이라며 대학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그후로 어렵사리 병원 예약을 했는데 다행히(!) 이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라는 세브란스 신촌병원의 류마티스내과 L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누구의 추천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서 내가 뺄 수 있는 시간과 그 분의 빈 시간을 맞춰 예약한 것인데 운이 좋았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병에 걸린 경우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찾는 것이 나처럼 먼 길을 돌아야 하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이렇게도 힘이 든다! 결국 이름도 없는 병명을 찾은 것은 인터넷의 정보였다!(대학 병원에서 결론은 나왔지만)

 

정밀검사를 받고 10월 중순에 결과 통보를 위한 예약을 했지만 직장에서 코로나 19 환자 발생으로 간접 접촉자라 보름이 미뤄졌다. 11월 1일이 바로 어렵사리 두 번째 예약에 성공한 날이다. 쇼그렌의심증후군에 대한 총체적인 진료나 결론은 류마티스내과에서 내리지만 항상 구강내과와 안과의 협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제가 아직은 없기 때문에 증상 완화제 처방을 해준 곳은 구강내과였다.

 

 

쇼그렌 의심 증후군과 'Ro 항체'

쇼그렌은 오스트리아의 의사로 이 병(입마름증)을 처음으로 밝힌(알아낸) 사람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내 병은 통칭 '입마름증'으로 불리긴 하지만 정확히 쇼그렌증후군이 아닌 '의심 증상'이라고 했다. 정상인에게는 없는 'Ro 항체' 라는 나쁜 항체가 내 몸에 있어서 입과 눈을 마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몇 만 명에 한 명 걸리는, 지금까지 정확한 병명도 없고, 발병 원인도 모르며, 당연히 치료제도 없는 희귀병이라고 한다.

 

'Ro 항체'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임파선 암 발병 가능성은 정상인의 40배, 기타 암 발병 가능성도 모두 높다고 한다. 앞으로 6개월마다 안과구강내과에서 검사를 받은 후 그 결과로 류마티스내과에서 상태 체크를 하는 것만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겨드랑이나 목, 사타구니 등에 혹이 만져지면 무조건 병원으로 오고, 때를 놓치거나 인지가 어려운 몸 안의 다른 곳에서 발병하면 주님이 부르시는 것이니 그렇게 알고 뜻에 따르라고 L교수님은 농담 섞인 결론까지 내리셨다. 좋은 결론은 아니었지만 지난 7년간 병명도 모르면서(지금도 모르지만) 돈을 들이붓고 몸과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Ro 항체'로 인한 증세(고통)'

그 동안 입마름증 때문에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심할 때는 지나가는 차를 보면 그 밑으로 뛰어들고 싶을 충동이 일 정도로 극심할 때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 증상이 악화되고 어떤 경우에 아무렇지도 않은지 아무리 관찰을 해도 상황파악이 안 되었다. 당장 죽을 만큼 아픈 것은 아니면서도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고, 그에 따른 심리적인 고통도 극심했다. 이 놈의 병은 고통을 적당히 표현할 말조차 없다!

 

 

'Ro 항체' 완화제들

치료제가 딱히 없기 때문에 대학 병원에서는 특별한 처방이 없었고, 힘들면 동네병원에서 '살라겐' 처방을 받아서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살라겐'은 이미 한달 넘게 먹고 있는데 어떤 때는 도움이 되고, 어떤 때는 그냥 그래서 급할 때만 마지 못해 먹는 중이다.

구강내과에서는 목에 뿌리는 완화제 '제로바'와 입 안에 바르는 연고를 권해서 구입했다. 지금까지 사용한 결과 '제로바'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눈 건조증도 동네 안과에서 '후메론'과 '히알론 점안액 0.3%'를 처방 받아서 사용 중인데 나타나는 증상과 결과가 들쭉날쭉이지만 도움은 된다(0.1%는 별로...).

 

 

<지금까지 밝혀진 'Ro 항체'의 정체>

 

 

<연세대 신촌캠퍼스 동문 방향의 재활병원 앞>

이 날 아침 08:00에 도착하여 08:20부터 각종 검사를 받고 중간에 집으로 갔다가 오후에 다시 병원에 들렀다. 협진인 구강내과에서의 검사가 오전에, 류마티스 내과의 본 진료가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벌어진 것이다. 중간에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 들리고 다시 대학 병원으로, 하루 종일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이른 시간에 구강내과에서 검사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동문쪽으로 걸어 내려왔는데 어느 새 단풍이 들고 있었다. 내가 아픈 것과 무관하게 자연이나 세상은 잘 돌아간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유진어린이집>

 

 

<연세대 신촌캠퍼스 동문 방향의 알렌관과 주변의 단풍잎>

 

 

 

<연세대 신촌퍼스 동문 방향의 느티나무 단풍>

 

 

<연세대 신촌퍼스 총장 공관 후문 앞의 단풍>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제대로 물이 들고, 느티나무잎도 황토색과 갈색 단풍이 절정이었다.

 

 

 

<연세대 신촌퍼스 총장 공관 아래 동문 방향의 느티나무 단풍>

단풍잎 쓸어 모은 것을 자루에 담아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대 후문 앞 정류장의 세브란스병원 요일별 통과 스티커>

정류장 명칭은 '이대 후문'이었던 것 같다. 세브란스병원에 출입하려면 문진표 확인을 하고 체온검사를 해서 통과가 되면 손톱만한 스티커를 몸에 붙여준다. 그 스티커는 하루 동안 유효하고 요일마다 색깔이 다르다.

 

병원 입구에 쓰고난 스티커를 모으는(!) 게시판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정류장에 붙여서 처리했다. 이것은 분명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것이고, 스티커는 제거도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뭐... 보는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