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금성이 헛갈린다는데 나는 이화원에서 내내 방황해야 했다. 사전 지식없이 들어간 데다 예측할 수 없는 건물의 배치와 어마어마한 정원의 크기 때문이었다. 사진에 팔려서 몇번이나 일행을 놓쳤는데 그 때마다 그런 엄마가 걱정이 되어 제 볼 걸 포기하고 갈림길에서 조금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착한 딸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곤 했다. 곤명호를 낀 평지에서는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만수산 자락을 따라 지어진 고풍스럽지만 미로 같은 건물들 사이에서 일행을 잃으니 정말 곤혹스러웠다. 내 행동 패턴을 잘 아는 광나루님은 답사 때마다 "몇시까지 어디로 꼭 오셔야 합니다"라는 사전 예고를 하는데 이화원에서는 그게 없었다. 우리는 북문으로 입장했다. 북문으로 들어서면서 처음 만나는 것이 소주거리(街)이다. 강남의 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