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와 성북동 개발≫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처음 접한 것이 중학교 때쯤이었을까? 성북동이라는 지명을 콕 짚어서 쓴 시라 관심은 갔지만 딱히 신경 써서 읽지 않았었다. 이 참에 제대로 음미하고 싶어서 성북동 비둘기를 적어보았다. 그랬더니 길지 않은 시 속에 성북동이 일제 강점기부터 주거지로 개발되면서 서울 외곽, 그것도 깊은 산중이었던 곳이 개발이란 명목으로 얼마나 정신 없이 파헤쳐지고 달라졌는지 구구절절이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들은 성북동은 고급스럽고 커다란 저택이 모여있는 부자 동네였다. 그러나 맞은편 가파른 산자락에는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같은 고만고만한 집들이 좁은 골목을 끼고 모여 있고, 아직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낡은 주택들이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