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식물, 곤충

23.03. 강서구 수명산 자락의 너구리

큰누리 2023. 3. 22. 22:33

3월 21일 아침,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신광명어린이공원을 통과하면서 혹시나 길냥이들이 보일까 싶어 공원 위 숲 덤불을 바라보았는데 길냥이들은 보이지 않고 중간 크기의 개로 보이는 동물이 덤불을 뒤적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주변에 수명산과 부대, 공간이 넉넉하고 한적한 호텔, 군부대 등이 있어 숲이 넉넉한(!) 동네이다보니 길냥이 들이 많아 그 중 몇 놈과는 안면을 조금 트긴 했지만 이젠 길 강아지도 있나?

자세히 보니 오마이갓, 너구리였다! 다시 눈을 부릅뜨고 살폈는데 밝은 황토색 털에 얼굴 부분이 검은, 틀림없는 너구리였다. 언덕의 너구리가 공원의 나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도망칠까 싶어 그 자리에서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내가 있는 것을 개의치 않고 주둥이로 땅을 헤짚었다. 길냥이들을 위해 주민들이 여기저기 놓아둔 사료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동영상, 스틸 컷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제 볼일을 보다가 내가 부르면 바라보았다.

박물관 등에서 박제된 너구리는 제법 보았고, 오래 전에 능원묘 답사를 다니면서 제법 깊은 산에서 너구리 사체를 두어 번 보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너구리를 야생에서 실제로 본 것은 평생 처음이어서 가슴이 설레였다. 밝은 대낮에(정확하게는 아침 8시 15분경이지만) 서울에서 너구리를 만나다니! 이 공원은 출근을 하느라 4년 넘게 지나는 길인데 너구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원래 이 부근에서 산 야생 너구리라면 한 번쯤은 눈에 띄었을 법한데 오늘 처음으로 본 것이다.

 

누가 키우다 버리거나 탈출한 건 아닐까? 야생 너구리인데 실수로 이곳까지 온 건 아닐까?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잘리고 공원 윗쪽에 남은 좁은 언덕에서 먹이 활동은 할 수 있을까? 먹이 때문에 사람 주변에 너무 근접했다가 혹시 죽임이라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오만 생각을 하면서 오늘 출근길과 퇴근길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덤불을 바라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튼 너구리야, 어디서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 바라마!

 

홈 주제가 마땅한 분야가 없어서 반려동물로 분류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헷갈린다. 야생인데 어쩌다 내 눈에 띈 너구리? 아니면 누군가가 키우다 방생했거나 탈출한 반려 너구리?

 

 

<덤불을 뒤적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너구리>

 

 

 

 

 

 

 

 

<너구리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