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헌인릉, 정도전 단소, 원균장군 묘 답사

큰누리 2012. 6. 1. 15:13

<2009. 12. 06. 안성, 평택권역 답사기 및 사진1>

어제 다녀온 안성, 평택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유명인사의 묘가 별로 없다. 평택에는 조선 개국 일등 공신이지만 어린 왕자 방석을 밀었다가 이방원의 적이 되어 결국 쫓기다 살해 당하고 시신 수습조차 못한 정도전의 단소가 있다. 명칭이 특이한 '단소'는 자손들이 만든 일종의 가묘라고 한다. 권력 앞에서는 개국의 공로도 의미가 없었나 보다. 정도전이 만든 목판본을 보관하고 그를 기리기 위한 삼봉기념관 근처에 그 단소가 있었다. 제법 큰 마을에 두 유적이 있는데 빈집이 꽤 많았다. 기념관 바로 코 앞 주택 처마에서 메주를 매달아 띄우고 방울토마토를 꿰어 말리는 풍경이 정겨웠다. 

 

원균장군묘역 역시 평택에 있다. 박대통령 시절에 가만 둬도 너무 훌륭한 분인 이순신장군을 띄우느라 상대적으로 많이 폄하된 원균장군... 나도 학창시절에 장군으로서 임진왜란 때 무책임하고, 남의 공이나 가로채는 인물로 배웠다. 그 후손 분들이 얼마 전에 원균장군 부분의 역사왜곡에 대해 재판을 해서 승소했고 지금은 많이 신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해 보답을 하듯 묘역을 잘 가꿔놓았고 원균장군 묘 앞에는 '애마총'도 있었다. 애마총은 권율장군 묘에 이어 두번째인 것 같다.

 

그 외에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차남인 서원군의 후손들 묘역을 들렀는데 묘들이 산자락을 타고 줄줄이 피라미드처럼 1렬로 내려와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특이한 묘역이라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조성한 게 아니라 노량진에 있던 묘들이 지역개발로 두 번이나 이장하면서 최근에 그렇게 조성한 거란 말에 약간 실망했다. 대신 그 곳에서 할미꽃을 만났다. 그것도 12월에! 깨끗하게 벌초된 양지 바른 곳이라 할미꽃이 계절을 모르고 제법 많이 있었다. 꽃 크기는 원래의 1/4쯤?

 

소헌왕후의 모친이자 세종의 장모인 안성의 삼한국대부인 순흥 안씨 묘역은 주변이 개발되면서 길가 쪽으로 드러났다. 입구가 잠겨 있어 일행 대부분이 철조망 밑으로 포복해서 담치기를 했다. 입구 왼쪽 산으로 올라갔으면 우아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묘역에 이르니 장명등이나 비석, 문인석 등은 옛날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데 최근에 두른 듯한 둥근 병풍석이 어색하고 이상했다. 묘 정면으로 금광저수지가 있는데 오늘의 답사지는 저수지가 유난히 많았다. 원균장군 묘역, 이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른 묘 주변의 고삼저수지 등등. 국가 기틀을 굳건히 하기 위해 외척을 철저히 배척했던 태종의 정책 때문에 부인인 원경왕후나 며느리인 소헌왕후의 집안은 본인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으니 살아 생전에 딸을 왕가로 시집보낸 것에 대해 땅을 쳤을 당사자이다.

 

그 밖에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약한 이덕남장군 묘역은신도비가 가분수 형태였던 것이 기억에 남고 앙코르왓 사원 만큼이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느라 고생 좀 했다. 외삼촌이면서 역시 의병장이었던 홍자수 선생의 묘는내비양의 도움으로도 찾지 못했다.

 

저녁 무렵 마지막 답사지를 찾아 헤매다 안성의 '고1'도 아니고 '고2'도 아닌 '고삼저수지'를 만났다. 얼핏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풍광이었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섬>의 촬영지라 한다. 알싸하고 깨끗한 겨울 날씨에 하늘이 유독 파란데 물 위에 드리운 낚시배와 수초들의 그림자까지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해 지는 시각이어서 덤으로 예쁜 일몰사진까지 몇 장 건졌다. 하지만 사진 때문에 신도비 이수의 용무늬가 빼어난 다른 묘를 놓치고 말았다.

 

이른 아침에 들른 태종과 원경왕후의 능인 헌릉은 <용의 눈물>의 주인답게 권위와 웅장함을 팍팍 느낄 수 있는 조선 최고의 왕릉이었다. 아직도 아름다운 무늬가 또렷한 병풍석, 그 주위를 두른 난간석, 각각 쌍으로 시위하고 있는 문, 무인석과 석물들...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진 왕릉다웠다. 특이한 점은 신도비가 둘이란 점과 소전대였다.

신도비는 부분적으로 파손된 것을 숙종 때 다시 만들어서 둘이고, 소전대는 제사후 축문을 불사른 자그마한 단인데 왕릉 중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이래저래 볼 것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은 능이다. 흠이라면 조용한 왕릉 옆에 자리한 국xx이었는데 조선의 왕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되었으니 왕릉 경관을 헤치는 그 건물을 이제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의 산수유> 

 

 

<헌인릉의 열매>

 

 

<헌인릉의 까치집>

 

 

<헌인릉 재실의 잡상들>

 

 

 

 

 

<헌인릉 재실의 막새기와>

 

 

<헌인릉 재실의 고무신>

 

 

 <헌인릉의 참빗살나무열매> 

 

 

<헌릉의 소전대>

사진 오른쪽 아래. 제사를 지낸 후 축문을 불사른 곳.

 

 

<헌릉의 병풍석 문양과 난간석>

 

 

<원균장군 사당의 부실한 벽 보수>

아무리 속이라지만 비닐 끈을...

 

 

<원균장군 사당>

 

 

<정도전(삼봉)기념관 문헌관>

 

 

<삼봉기념관의 언 민들레>

 

 

<삼봉기념관 앞 민가의 메주와 토마토>

토마토를 말려 먹으면 더 맛있다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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