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는 일제 점령기와 관련된 유적들이 특히 많다. 일제 때 호남평야의 논을 일본인들이 강제로 빼앗아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거기에서 생산한 막대한 양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나르기 위한 창구로 군산을 집중 개발했기 때문이다. 군산이 고향이라 자주 들르는 편인데 내가 군산의 유적에 눈을 뜬 것은 최근의 일이다. 취미로 근대사를 공부하면서 쌀 때문에 일제 수탈의 중심이 된 곳이 군산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주변의 임피역사(驛舍)나 초등학교 건물, 관사 등 일본 건물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시골이면서도 일찌감치 전기가 자리를 잡고, 논의 관개수로가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비된 이유를 그 즈음에야 알게 되었다. 다른 항구가 개발로 인해 일제 때의 건물이 대부분 철거된데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었던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