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공원을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야생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규격에 맞춰 너무 잘 가꾸는 요즘,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일종의 용기이다. 야고는 억새에 기생해서 사는 식물로 햇빛을 보면 죽는다. 철이 지나서 꽃색이 초라하긴 하지만 존재감은 분명하다. 식물도감에서만 보아오다 억새밭에서 야고를 발견한 순간 물 밀듯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2년 반 동안 잠자리에서조차 끼고 잔 식물도감에 대한 내 애정과 최근들어 끝도 없이 추락하는, 하지만 과거에는 쓸만했던 내 기억력이 증명되는 것 같아서... 한 마디로 아직 치매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뀌는 입에 대면 아려서 어릴 적엔 싫어했다. 하지만 야생화답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예쁘다. 잎은 여름 내내 쌈으로 먹고 가을엔 예쁜 꽃으로 우리에게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