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큰누리 2017. 7. 3. 20:58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弄月亭)>

소재지 : 경남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산 92.

조선 중기 때의 학자인 함양 안의면 성북마을 출신인 지족당 박명부(知足堂 朴明榑, 1571~1639) 선생이 광해군이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에 대한 부당함을 직간하다 파직되자 고향에 돌아와 은거생활을 하면서 방대한 너럭바위와 주변경관이 수려한 이곳에 서당을 짓고 심신을 수련했다. 인조반정 후 예조참판과 강릉도호부사 등을 지냈으며 말년에는 왕이 불러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1637년 농월정을 짓고 후학을 가르치면서 쉬던 곳으로 몇 차례의 중수를 거쳤다.

1899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되었으며 정자 앞 오른쪽 암반에 선생이 지팡이를 짚고 노닐던 곳이라는 뜻의 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라는 글자를 후손들에게 힘있게 새겨 놓았다. 달 밝은 고요한 밤에 암반 위의 냇물에 비친 달빛은 한잔의 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함축하고 있으며 계곡의 위쪽으로 황석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현지 안내문(경어 생략)--

 

농월정은 2003년 10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불에 타 없어지고 현재의 정자는 2015년 함양군이 새로 지었다. 옛모습대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에 뒷면 중앙 1칸에 판방을 두었으며 네 귀퉁이에 활주를 세웠다. 누각 밑부분은 자연암반 위에 돌기둥을, 윗부분은 나무기둥을 세웠다. 가장 최근에 새로 지은 정자라 기품은 없는 대신 정자가 처음 지어지고 단청을 했을 때의 화려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5월 4, 5일 이틀에  걸쳐 둘러본 수많은 정자 중 주변경관, 특히 1천여평이나 되는 너럭바위와 황석산으로 이어지는 깊은 숲이 가장 아름다운 정자였다.

 

 

<농월정과 앞의 아름다운 너럭바위>

물이 마른 시기에도 이 정도이니 물이 그득한 계곡은 더욱 장관일 것이다. 바위 사이를 건너기 어려워 도움을 받거나 맨발로 걸을 정도로 바위들이 장대하다. 가물어 물이 적은(!) 덕분에 소소한 바위각자들까지 모두 볼 수 있었는데 개인 이름을 새긴 것들이 많았다.

 

 

 

 

 

 

<농월정 오른쪽(서쪽) 계곡>

농월정은 뒤쪽과 양옆으로 계곡이 깊고 산이 높아 앞쪽 너럭바위와 함께 주변경관이 더욱 아름답다.

 

 

<농월정 앞 너럭바위>

바위에 결이 있어 독특하고 아름답다. 당시에 물이 말라 고인 물에 송화가루가 떠 있다.

 

 

<농월정 오른쪽(서쪽) 계곡의 바위각자들>

사진 오른쪽 끝에 붉은 칠을 한 각자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가 보인다. 정자 앞 오른쪽 암반으로 지족당 박명부 선생이 지팡이를 짚고 노닐던 곳이라는 뜻의 글자를 후손들에게 힘있게 새겨 놓았다. 아래 사진은 붉은 각자만 확대한 것이다.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암반 위에 세운 누각 아래 기둥의 모양을 제대로 살필 수 있다. '弄月亭' 편액은 중국 명나라 사신 주지번이 썼으나 불에 타 없어진 것을 새로 쓴 것이다. 그기 어떤 연유로 이 편액을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중앙의 1칸짜리 판방>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에서 본 너럭바위>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천장의 조각>

동호정처럼 청룡과 황룡이 마주 보고 있는 형상이다. 중앙엔 도식적인 학이 그려져 있고 대들보에는 산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선인이나 화조도, 당초문 등이 그려져 있다.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왼쪽 풍경들>

바위에 노란 선들이 있는 점이 특징적이고, 원경의 파란 건물 부분은 농월정으로 들어오는 입구이다.

 

 

 

<출구로 나오며 되돌아 본 화림계곡 농월정>

 

 

<함양 화림계곡 농월정 입구의 동물조각공원(?)>

제법 많은 동물 석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각공원 같은데 어수선하고 주변이 그늘져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작품 스타일도 들쭉날쭉 해서 조각공원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그렇고... 늑대로 보이는 첫 번째 사진, 두 번째의 귀를 긁는 개, 산양(염소)으로 보이는 네 번째 작품은 내 입장에서 그런 대로 괜찮았다.

 

 

 

 

 

 

 

<농월정을 본 후 점심을 먹으러 들른 함양시장>

길이 좁아 주차 사정이 너무 나빴다. 마침 중앙도로에서는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파란 옷을 입은 남자를 태운 선거 차가 지나는 중이었다.

 

 

<함양시장의 함양집과 별미 어탕국수>

예전에 예당저수지에서 먹은 어죽에 대한 '잡탕 같은 그저 그런 이미지' 때문에 내키지 않았지만 일행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물고기를 갈아 걸른 살짝 얼큰한 국물에 시래기와 소면 굵기의 국수를 넣고 끓여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경상도를 여행할 때 음식은 큰 기대를 안 하는데 이집의 밑반찬(취나물, 찐고추 무침, 미나리나물, 어묵무침 등)은 짜지 않고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