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27, 28일 이틀 동안 식물 사진 촬영 분량이 많았다. 그 경우는 대개 평소 퇴근길인 부대 옆 남부순환로 쪽 도로가 아닌 서울자동차학원, 메이필드 호텔 끝에서 김포공항으로 난 길을 따라 걸은 날이다. 서울자동차학원이 끝나는 길에서 방화대로로 진입해서 김포공항과 고강지하차도로 걷다가 고강동 지하차도에서 서울쪽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걸으면 평소보다 1500보 정도 더 걷는다.
이 도로는 주변에 민가가 없어서 한적하고, 길가나 주변의 빈터에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나 외래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초본은 자주개자리, 달맞이꽃, 가시상추, 금계국, 수레국화 등이 가장 흔하고, 목본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심은 화살나무와 말채나무가 대부분이다. 재활용품을 적치한 것으로 보이는 언덕배기에는 낭아초와 싸리나무, 아카시나무가 자라고 있다. 낭아초는 월드컵 공원 오르는 길에서 오래 전에 만났고, 처음엔 싸리나무로 착각했던 식믈이다. 쓰레기를 매립한 난지도의 월드컵 공원으로 오르는 길에 자주색꽃을 피운 낭아초는 다른 식물들을 제치고 가장 무성했다.
길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초본은 금계국과 자주개자리이다. 자주개자리는 콩과 꽃 같은 자주색 꽃과 무성한 잎이 보기에도 괜찮아서 작년 같은 장소에서 처음 보았을 때 눈에 확 띄었다. 나름 식물을 아는 내게 당시에 처음 보는 식물인데 개체수가 많은 것이 신기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찾았다. 처음에 누군가가 씨를 뿌렸던 것이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그곳에서 열심히 개체수를 퍼트린 듯 했다. 소나 말 등 동물 사료용으로 기르는데 최근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으로 쓰기도 하고 샐러드로 먹기도 한다고... 학창시절에 남미에서 사료용으로 키웠다고 배운 알팔파(Alfalfa)라고 한다. 무성하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서 키운다기보다 파종해 놓으면 알아서 잘 자라고 퍼지는 식물인 듯 하다.
더 걷고 싶은 날은 고강지하차도 위(변영로 선생 동상이 있는 곳)에서 직진하여 고강동쪽으로 걸으면 대체로 1만보가 넘는다. 1만보는 내가 근무시간까지 포함하여 하루 종일 걸은 거리이고, 퇴근하면서 위의 도로를 따라 걷는 거리를 연장하면 짧으면 2천보, 길면 4천보 정도 추가된다. 고강동쪽 도로도 민가가 전혀 없고 서울에 공급하는 배추나 오이 등의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한적해서 걸을만 하다. 단점이라면 신월3동으로 꺾이는 도로의 인도가 너무 좁고, 주변이 밭이라 다소 음침해서 밤에는 걸으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0. 4/27. 양천구 화곡로의 금낭화>
<2020. 4/27. 강서구 마곡 수명산파크 7단지 꽃사과>
<2020. 4/28. 강서구 내발산동 신광명마을 어린이공원 칠엽수와 산수국>
--아래 산수국과 카드 분실에 얽힌 일화--
2번째 사진의 산수국은 촬영 당시 막 새순이 돋았다. 6월 어느 날, 출근 길에 보라색과 분홍색의 산수국이 막 피었는데 너무 청초하고 아름다워서 쪼그리고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중간에 버스요금을 찍느라 잠시 꺼냈다가 주머니에 넣은 현금 카드가 빠졌는데 그걸 몰랐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주변을 뒤졌지만 못 찾아서 버스에서 빠트렸다고 판단하고 분실신고를 했다. 퇴근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 출근 길을 거꾸로 더듬어가는데 갑자기 아침에 산수국 촬영한 생각이 났다. 다가갔는데 '오, 마이 갓!' 산수국 앞에 하루 종일 지열에 따끈하게 달궈진 내 카드가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신광명마을 어린이공원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지만 내 카드를 떨어뜨린 바로 옆에 벤치들이 있어서 주민들이 쉬곤 하는 곳이다. 분명히 누군가 보았음직한데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촬영 중인 카메라에서 렌즈를 따간다는 나폴리와 집시 소매치기들이 눈앞에서 득시글거린 스페인 마드리드가 생각났다. 이 사건은 한국에 CCTV가 많은 것도 이유가 될 것 같고, 카드는 잘못 주워서 사용하면 도난으로 걸리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결론은 '그래도 한국은 양심적' 이라고 믿고 싶었다.
<2020. 4/28. 강서구 외발산동 개쑥갓>
<2020. 4/28. 강서구 외발산동 개갓냉이>
<2020. 4/28. 강서구 내발산동 뱀딸기와 쑥>
노란꽃이 지고난 자리에 손톱만하고 오통도톨한 돌기가 둘러싼 빨간 열매가 열린다. 열매 때문에 뱀딸기란 이름이 붙었는데 어릴 적 가장 사기를 당한 느낌을 준 열매이다. 먹음직스러워서 따먹으면 아무 맛도 없는데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고들빼기와 5/1. 내발산동 수명산파크의 고들빼기꽃>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사람으로 치면 사촌지간이라 구분이 쉽지 않지만 조금만 눈여겨 보면 구분이 쉽다. 씀바귀와 쉽게 구분하는 두 가지 방법은 고들빼기는 줄기 끝에 잎이 달리는 일반 식물과 달리 줄기가 잎을 관통하는 것처럼 생겼다. 고들빼기 꽃잎의 끝부분은 톱니처럼 결각이 있다는 것이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명아주>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지칭개와 4/29. 남부순환로의 지칭개꽃>
지칭개꽃이 꽃이 필 즈음에는 진디물이 유난히 많아서 줄기색이 검게 보일 정도이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금계국과 달맞이풀>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개쇠스랑개비>
'개'나 '소'가 식물 이름 앞에 붙으면 식물을 천대하거나 비하하는 의미가 강한데 이 식물은 '개, 소'가 모두 들어갔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왕고들빼기>
잎은 쌈으로 먹을 수 있고, 꽃은 늦여름부터 높은 키로 노란색이 자루처럼 매달려 순서대로 핀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자주개자리(알팔파)>
오쇠동 도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식물 전체를 약으로 사용하거나 동물의 먹이로 사용한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화살나무와 흰말채나무>
도로와 인도의 경계선에 두 나무를 심었다.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아카시나무>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수레국화>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꼭두서니>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살갈퀴>
<2020. 4/28. 강서구 오쇠동 대로변, 소리쟁이>
<2020. 4/28. 양천구 화곡로, 무궁화>
<2020. 4/28. 양천구 화곡로, 개망초>
원래는 단아해서 매력적인 꽃인데 머리가 헝크러진 것처럼 어수선하다.
<2020. 4/28. 양천구 화곡로, 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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