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울성곽돌기 완주-인왕산 구간

큰누리 2012. 6. 1. 17:55

<2010년.3월 21일. 서울성곽답사기 인왕산 구간>

조조로 공항 CGV에서 <셔터 아일랜드>를 봤다. 특별한 정보 없이 봤는데 끝나기 직전의 반전이 대단했다. 음습하고 안개 낀 배경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이기억에 남는다. 디카프리오의 그 훌륭한 연기에 말려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주변에서 ‘누가 진실이야?’ ‘도대체 무슨 뜻이야’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마지막 반전 부분이 다르긴 하지만 오래 전에 본 영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가 오버랩 되었다. 동행한 큰딸은 어렵다고 툴툴댔고 작은딸은 ‘이해했니?“라고 물으니 ”예!"라고 대답했다.

 

새벽에 잠들었다 눈을 쥐어뜯으며 일어나 조조할인 영화 보고, 이른 점심시간에 집에 도착하니 뭔가 아쉬웠다. 창문으로 황사가 갠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인왕산을 떠올렸다. 그래, 미완의 서울성곽돌기 구간인 인왕산과 그 아래 정동지역을 답사하면 한 나절로 딱 맞는 시간이다! 

점심을 서둘러 먹고 작은딸을 앞세워 창의문 앞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 20분. 어제만 해도 평소의 10배 이상의 심한 황사였던 날씨가 신경이 쓰였지만 결론적으로 인왕산 아래의 서울 복판, 좀 떨어진 동대문이나 여의도, 멀리 관악산, 한강 쪽까지 시계가 확 트인 괜찮은 날씨였다.

 

창의문 앞의 최규식 경무관 동상 앞에서 길을 건넜다. 얼마 전 인왕산 성곽을 오르는 일행의 뒤통수를 눈 튀어나오게 부러워하며 코끼리쉼터에서 바라봐야 했던 그 성곽 길로 나도 당당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인왕산 성곽은 교회 담장으로 이용된 부분에 다다르기 전부터 산을 넘는 내내 끊김이 많고 옛 모습을 찾기 힘든 구간이었다.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곳이라곤 성곽 외곽으로 돌다 안쪽으로 들어가기 조금 전, 배드민턴장 부근의 20여m(?) 밖에 없었다. 정상을 지나 군부대 초소로 이어지는 서쪽 구간은 아예 여장도 없었고 이제 막 복원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바위가 성곽으로 대체된 곳이 많기는 하지만 길이나 민가가 없는 산인데 왜 그리 성곽 훼손이 심한지 이해가 안 됐다.

 

 

<창의문 앞의 최규식 경무관 동상>

 

 

<인왕산 정자 앞의 호랑이상>

 

 

<인왕산 정자 앞의 인왕산에서 굴러 떨어진 돌 모음들>

 

 

<인왕산 중턱에서 내려다 본 경복궁 쪽> 

 

 

<인왕산의 서울성곽>

 

 

<인왕산에서 본 북한산>

 

 

<인왕산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성곽 구간>

흰색 부분은 보수한 곳이다.

 

회색의 통바위를 세로 선으로 좍좍 그은 듯한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그 바위가 보이는 오른편으로 눈 맛이 고운 기차바위가 보였다. 옆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정면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보는 것도 아름다운 바위였다. 세로줄이 아름다운 그 바위 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니 왼편으로 남산 아래에 펼쳐진 시내가 아름답게 조망된다.

인왕산은 남산, 낙산, 북악산을 포함한 4개의 안산 중에서 서울 시내 중심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이었다. 특히 청와대와 경복궁, 남산의 서울N타워가 산의 어느 곳에서나 잘 보였다. 청와대 쪽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보안지역으로 오래 묶여있지 않았나 싶다. 

 

 

<인왕산에서 가장 큰, 세로 줄이 좍좍 그어진 통바위(치마바위)>

 

 

<치마바위 사이의 등산로>

 

 

<인왕산 기차바위와 북한산>

 

 

<인왕산 서울성곽, 기차바위, 북한산>

 

정상의 기묘한 바위는 또 다른 눈요기 거리였다. 손으로 대충 주물러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바위 위에 오똑 올라앉은 통바위가 신기했다. 바람이 엄청난 정상에서 안산과 홍은동 쪽을 관망하고 기차바위를 닮은 산 끄트머리 통바위 끝에 있는 군사시설을 보았다. 성곽은 그 군사시설을 향해 이어지다가 강북삼성병원 쪽을 향해 내리막을 이룬다. 아쉬운 점은 군사시설 때문에 실질적인 인왕산의 서울성곽은 더 이상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오른쪽으로 멀리서 조망하며 따라가는 상황이 된다.

 

 

<인왕산 정상의 기묘한 바위>

 

 

<인왕산 정상에서 본 여의도 쪽>

 

 

<인왕산 정상에서 본 안산> 

 

 

<정상에서 본 남산과 인왕산 성곽이 끝나는 지점>

강북삼성병원 앞(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일단 성곽이 끊어진다.

 

 

<정상에서 독립문 쪽으로 보이는 군사시설>

인왕산 성곽의 반 가량이 이 안에 있지만 접근이 불가능하다.

 

 

<인앙산의 군사시설 입구>

지금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지만 안내판으로보아 성곽이 완성되면 들어갈 수 있을 듯...

 

더 이상은 성곽답사가 아닌 평범한 하산 길이 되어버렸다. 성곽도 보이지 않는 산 아래 쪽, 약수터 못미처에서 다른 분들의 답사 사진에서 보았던 구멍이 뚫린 바위가 보인다. 생각보다 작고 경사진 곳에 있어서 사람 접근이 어려운 곳이었다. 모양새로 보아 선바위를 닮은 것 같은데 크기가 너무 작아 이것이 선바위인지 아니면 서대문 쪽으로 내려간 능선에 진짜 선바위가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하산 길의 구멍 뚫린 바위(skkim님은 '해골바위' 같다고...)>

이곳이 선바위?

 

 

<갓 피어난 약수터 근처의 생강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