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울성곽돌기 완주-사직동에서 덕수궁

큰누리 2012. 6. 1. 17:57

<2010년.3월 21일. 서울성곽답사기 사직동-덕수궁 구간>

미처 마실 물을 챙기지 못한 탓에 성곽을 따라 오르는 내내 목이 말랐다. 참기 힘들다 싶을 즈음 구멍바위를 지나 멀지 않은 곳에 약수터가 있었다. 물 한 바가지를 떠서 단숨에 들이켰다. 근처의 바위 위에서 막 피기 시작한 노란 생강나무 꽃이 고왔다. 조금 더 내려오니 북악스카이웨이의 연장이라는 도로가 보이고 길을 따라 더 내려가니 절집 같은 게 보였다. 활터(이름이 황학정이란 것은 나중에 알았다.)였다.

더 내려가니 박대통령 스타일의 기와집이 보여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단군성전이었다. 정면에 아담한 홍살문이 있고 전각 안으로 커다란 단군영정이 보였다.

 

 

<하산후 길을 따라 내려오다 처음 만난 활터의 전각(황학정)> 

 

 

<활터 조금 아래 쪽의 단군성전>

 

 

<단군성전 안의 단군상>

 

 

<단군성전 너머 길>

 이곳으로 가야 대신高가 나오는데 반대로 방향을 잡아 많이 헤맸다.

 

성곽은 놓친 지 오래고 근대 유적이나 찾을까 싶었는데 막막했다. 사직단을 끼고 종로도서관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반대 방향이었다. 어둑해지기 시작한 날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지만 포기 반 기대 반으로 헤매면서 배화여대에서 근대식의 빨간 벽돌 건물도 보고, 북촌보다 조금 더 개조된 한옥 사이를 느긋하게(?) 헤맸다. 배화여대 입구의 숭동교회 담에서 영춘화를 처음으로 보았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등산복 차림의 남자를 만나 딜쿠샤를 물으니 ‘무슨 말이냐’고 되물어서 대신고등학교 위치를 물으니 너무 멀다고 마을버스를 타고 가라고 알러줬다. 날이 쌀쌀하고 어두워서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는데 노선이 강북삼성병원 쪽이었다. 집히는 데가 있어 도중에 내리니 생각지도 않게 서울시교육청 담을 따라 성곽이 내려와 있었다. 딸에게 딜쿠샤나 홍난파 가옥 표지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하자마자 딸이 홍난파 가옥 표지가 보인다고 했다. 

 

 

<사직단>

 

 

<북한산, 북악산이 배경으로 보이고 건물도 단아한 배화여대>

 

 

<숭동교회 담장의 영춘화>

 

 

 

<개조는 했지만 옛모습이 남아있는 숭동교회 주변의 한옥>

 

 

<서울시교육청 부속건물 담장으로 이어진 서울성곽>

 이곳에서 성곽은 일단 끊어진다.

 

반가운 마음으로 동상을 보다가 집에 불이 켜있어 들어갔다. 키가 큰 중년의 남자 한 분이 막 집을 나서려다 낯선 우리를 보고 반기며 들어오라기에 염치불구하고 들어갔다. 바로 홍난파 선생의 손주 분이었다.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에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우리가 들어선 것이었다. 귀찮을 텐데도 친절하게 홍난파 선생의 일대기, 홍난파 선생이 최근에 친일 부역자 명단에서 빠진 것, 기념관 유지를 위해 소규모 음악회를 여는 사람에게 약간의 임대료를 받고 이곳을 빌려준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그 분 역시 딜쿠샤를 몰랐다(나는 왜 이렇게 '딜쿠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아 이미 건물도 알고 있는데...  아마도 '딜쿠샤'는 내게 근대 정동 위쪽 외교관 거주 구역, 더 나아가 근대사의 상징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물을 곳도 없고 뭔가를 보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라 삼성 강북병원 안의 경교장을 밖에서 훑어보고 정동으로 들어섰다. 정동극장, 이화여고 후문, 정동교회, 미국대사관 앞을 지나치며 이곳을 찬찬히 보러 다시 또 와야 할 명분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시교육청 약간 왼쪽 위 올라간 지점(홍파동)의 홍난파 가옥>

 

 

<홍난파 가옥 내부>

 소음악회를 열 때 관객이 앉는 위치로 건물처럼 마루도 건축 당시의 것이라고... 

 

 

<홍난파 가옥 안의 피아노와 흉상> 

 

 

<강북삼성병원>

 

 

<이화여고 후문>

 

 

<정동극장>

여기서 디카 배테리가 다 떨어졌다. 나머지 몇 컷은 품 안에 배테리를 품어 건진 것.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덕수궁 대한문>

 

 

<덕수궁 대한문 왼쪽 거리>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기위해 덕수궁 대한문 앞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7시 50분이었다. 일요일 오후를 집에서 죽치느니 미완의 성곽답사나 끝내보자는 생각으로 홀가분하게 나섰기에 혼자서 그만하면 됐다 싶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더 찾아봐야할 것 같다. 성곽답사는 인왕산 정상에서 끊겼기에 어쩔 수 없다 쳐도 덕수궁 뒷길에는 한국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유적들이 너무나 많은 게 그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정동의 유적 하나하나는 오래전에 보았지만 성곽답사를 맛본 이후로는 옛날처럼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유적마다 담고 있는 의미를 음미하고 싶은 게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