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울성곽돌기-인왕산 4구간 코스1

큰누리 2012. 6. 1. 18:00

<10.0326서울성곽 인왕산 4구간 코스>

지난 주 답사에서 미흡했던 인왕산, 특히 서대문 구간과 정동 구간을 제대로 둘러보고 싶어 오후에 혼자 집을 나섰다. 출발지는 지난주와 같은 창의문. 이번엔 성문 밖으로 돌기로 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성 밖 배드민턴장 쪽으로 나가면 인왕산 구간 중에서 성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그 지역 20여m를 지나면 다시 성안으로 들어서는 계단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올라가면 성벽이 잘 보존된 구간이 꽤 길게 이어진다.

높은 성곽 때문에 성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두런거리며 성곽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말소리만 들린다. 바깥 길은 꽤 가파르고 바위들이 자연스런 계단 같다. 기차바위와 연결되는 치마바위처럼 생긴 통바위를 오른쪽으로 끼고 오르면 국수나무와 오리나무 종류가 가장 눈에 많이 눈에 띈다. 사방오리나무, 물(산)오리나무...

 

 

<부암동 뒤쪽의 인왕산> 

 

 

<배드민턴 장 옆의 가장 온전한 인왕산 성곽구간>

 

 

<성 밖에서 올려다본 인왕산 성곽>

 

 

<성 밖에서 내려다본 인왕산 성곽>

일반적으로 왼쪽 계단을 올라 성 안으로 돈다.

 

 

<성 밖의 사방오리나무와 물(산)오리나무 새순>

싹이 돋고 있다. 

 

 

 

<성 밖에서 올려다 본 인왕산 성곽>

 

 북악산 성곽과 부암동 풍경들이 뒤편으로 밀려나며 구간에 따라 청와대와 청운동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그렇게 올라 창의문 쪽에서 첫 번째 만나는 초소이자 기차바위 능선으로 갈라지는 곳을 끝으로 성 밖 구간은 끝난다.

 

 

<성 밖에서 내려다 본 인왕산 성곽>

북악(백악)산과 청운중, 경복고 일부가 보인다.

 

 

<성 밖 인왕산 성곽구간 끝 부분>

계단 끝에 첫 번째 초소가 있고 오른쪽으로 기차능선이 이어진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패키지(?)로 등산을 하러 자주 오르는 듯한 분들한테 귀동냥으로 치마바위, 서대문 쪽에서 성곽을 따라 오르는 정확한 위치 등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내려와서 보니 그 분들이 나눈 대화가 맞았다. ‘치마바위’, 바위의 생김새와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바위의 재색, 혹은 보라색 세로 줄을 자세히 보니 바위틈에서 솟은 물줄기가 오랜 세월 계속 흘러내린 흔적이다. 인왕산 정상의 주물러 놓은 것 같은 바위는 치마바위 정상이기도 하다.

 

 

<인왕산 치마바위>

가장 큰 통바위로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아버지 때문에 중전 자리에서 쫒겨난 중종 원비인 신씨의 눈물어린 비화가 있는 바위이다.

 

 

<인왕산 치마바위 오른쪽>

 

 

<인왕산 치마바위 왼쪽>

그 유명한 세로 줄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바위 틈에서 흘러내린 물 줄기 자국이다.

 

차가운 산바람이 순식간에 땀을 식힌다. 홍은동 쪽 중턱쯤에 불상과 탑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절은 안 보이고 몇 갈래의 야산(?)을 거쳐 인왕산으로 올라오는 코스가 보인다. 고가도로가 보이는 곳이 문화촌으로 불린 곳일 것이다.

대학 때 그 곳에 동기의 화실이 있어 난생 처음으로 갔는데 버스 밖으로 보였던 통바위와 절집, 계곡 등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무당집이나 사당을 연상시키는 낯설고 독특한 풍경들이었다. 자하문을 거쳐 세검정을 통과하여 간 듯하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인왕산 기차능선>

 

정상에서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여장은 흔적도 없고 성곽만 남은 부분이 등산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곳이 조금 있다. 홍제동과 군 초소가 90도 정도의 각도로 보이는 곳이다. 이곳이 인왕산 성곽의 폭과 내부 구조를 짐작할 수 있는 성의 단면이다.

군 초소 입구의 출입금지판을 지나 하산, 까마귀가 요란하게 짖어대는 왼편의 수직으로 선 호랑이바위를 지나고 오른편의 해골처럼 생긴 모자바위를 지나면 인왕천 약수터가 나온다. 지난 번에 마실 물을 안 챙겨 이곳에서 물 한바가지를 다 들이켰지만 오늘은 물과 초콜릿을 든든하게 준비했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인왕산과 성곽 단면>

 

 

<인왕산 호랑이바위>

주변엔 까마귀가 을씨년스럽게 까욱까욱 울며 날았다.

 

창의문에서부터 내 또래의 남자 한 분이 리드를 하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예닐곱 명이 성 밖으로 나간 구간을 제외하고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답사 내내 코스가 겹친다. 답사 코스가 적힌 종이를 들고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성곽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교육적인 훈화도 한다. 쉬는 토요일인데 누구이기에 반쯤만 귀담아 들을 것 같은 내용을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며 아이들을 이끄는지 궁금했다.

 

인왕천 약수터에서 반대편 길 즉, 성곽을 정면으로 보며 산길로 들어섰지만 지난번처럼 도로로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로로 빠지기 직전 보초를 서는 군인에게 물으니 성곽을 보려면 호랑이 상 앞의 두 갈래 길에서 직진하란다. 아! 그랬다.

지난번에 내가 그곳을 지나는 딱 그 시간에 군부대 차량이 줄줄이 호랑이 상 앞을 지나는 통에 난 지례 그 길이 군부대 전용통로인 줄 알고 왼쪽 아랫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엉뚱하게 단군성전, 사직공원이 나왔던 것이다.

 

 

<인왕산 황금호랑이 상>

 

집들이 빼곡히 산 아래로 보이는 길모퉁이에 초소가 있고 그곳에 인왕산과 서대문 구간의 끊어진 담이 있었다. 마을을 감싼 것 같기도 하고 마을을 초월한 것 같기도 한 행촌동, 교남동 위쪽의 성곽은 최근에 복원한 것이라 옛 맛이 별로 없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틈새로 성곽이 명맥을 유지하다가 어린이집 뒤인가에서 드디어 뚝 끊어진다. 대로를 구실로 일제가 서대문과 경희궁, 서소문 등을 흔적도 없이 파괴했다면 민중들은 눈 앞의 삶을 위해 그 틈을 비집거나 성곽을 타고 앉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인왕산자락의 끊어진 성곽>

인왕산 정상 아래의 군 초소에서부터 이곳까지는 일반인 출입통제 구역이다. 길 건너 이쪽 편에서부터 새로 단장한 서대문 구간의 성곽이 이어진다.

 

 

<여장 부분이 잘 정비된 인왕산 4구간 코스>

인왕산 4구산 코스는 창의문 기준으로 보면 창의문 윤동주 시인의 언덕-인왕산-국사당-딜쿠샤-권율장군 집터-홍난파 가옥-월암근린공원-경교장-돈의문 터이다. 나는 코스 중 인왕산에서 월암근린공원 정도를 걸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인왕산 4구간 코스 성곽에서 본 남산>

황사현상으로 시계가 흐려 남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왕산 4구간 코스에서 본 인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