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울성곽돌기-인왕산 4구간 코스2

큰누리 2012. 6. 1. 18:03

<인왕산 4구간 코스>

창의문-윤동주시인의 언덕-인왕산-국사당-딜쿠샤-권율장군 집터-홍난파가옥-월암근린공원-경교장-돈의문터이다. 나는 코스 중 인왕산에서 월암근린공원 정도 걸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인왕산 4구간 성곽은 최근에 재개발을 하며 올린 고층 아파트들 때문에 역사와 분위기가 멀어졌다. 꼬부라지고 등산로 같더라도 사람 사는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골목이 사람 사는 모습으로 더 다가왔다.

 

 

<서대문 성곽구간의 암문> 

 

 

<서대문 성곽 끝과 옥경이식품>

옥경이식품은 서울성곽 답사자에겐 일종의 지표이다.

 

내가 그토록 노래를 불렀던 딜쿠샤를 드디어 만났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그곳쯤일 거라 짐작한 부근에서 좀 오래된 서양식 건물을 찾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근 사람들은 의외로 코앞의 딜쿠샤를 잘 몰랐다. 고등학교 시절, 야외 스케치를 하러 자주 들렀던 인천 자유공원 밑의 청관(옛날 중국집)과 닮은꼴인 딜쿠샤는 파괴 정도가 심했다. 아니, 원형만 겨우 남은 형국이었다. 오래된 연립에서 몇몇 세입자 가구들이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가슴 졸이며 사는 모습이랄까?

 

오랫동안 다른 유적으로 불리다 장독대 옆 벽면의 'DILKUSHA 1923'이란 글씨 때문에 최근에 제 이름을 찾았다. 가구 수만큼 많은 올망졸망한 장독대를 기웃거리다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은 장독대 뒤에서 겨우 그 글씨를 찾았다. 내 마음에서 근대 역사의 상징인 딜쿠샤는 그렇게 된장냄새, 간장냄새로 중무장하고 먼지 가득 낀 장독대의 모습과 얽혀 내 기억에 남았다. 

그 바로 앞에 권율장군 집터와 450년이 넘은 보호수인 은행나무가 있다. 이 마을 사람들에겐 이곳이 권율장군 집터도 아니고, 딜쿠샤도 아닌 ‘서양 선교사의 집’, 혹은 ‘오래된 은행나무 옆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내게 개인적으로 2차 답사를 결심하게 한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

왼쪽 아래 장독대 뒤에 'DILKUSHA 1923'이라고 쓰여있다.

 

 

 

<근근한 삶을 사는 서민주택으로 전락(?)한 딜쿠샤 오른쪽>

 

 

<플라스틱 통을 걷고 찾은 딜쿠샤 초석>

 

 

<딜쿠샤 전면과 권율장군 집터의 450년이 넘은 은행나무>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와 권율장군 집터의 은행나무 원경>

주변의 고층 아파트에 치어 왜소하고 초라해 보인다.

 

교남동, 홍파동은 끊어진 성곽의 흔적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구간이다.

두어 번 경희궁 쪽으로 길을 헤매다가 다가구 모퉁이에 조그맣게 묶어놓은 <서울성곽종주 코스>라는 걸 찾았다. 딜쿠샤로 가는 반대편 길이었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딜쿠샤를 물으니 ‘아, 음악한 사람 집, 깽깽이’ 라며 가리킨 곳을 생각해보니 홍난파 가옥이 있는 방향이었다. 지난주에 내부까지 자세히 본 홍난파 가옥은 지척에 있었고 끊어진 성곽이 그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기상대 아래 서울시교육청 왼편(엄밀히 말하면 무슨 어린이 교육기관 담)이다. 없어진 성곽은 그렇다 치고 남아있는 성곽으로는 가장 몰골이 험한 구간이다.

 

딜쿠샤, 권율장군집 터 입구(교남동) 부근이 끊어진 서울성곽 찾기가 가장 힘든 구간일 것이다. 교남동의 삼거리슈퍼는 옥경이슈퍼처럼 성곽을 찾는 중요한 좌표인데 삼거리슈퍼 오른쪽으로 150m쯤 가면 딜쿠샤, 권율장군 집터가 있고 왼쪽으로 끊어진 서울성곽이 연결된다.

 

주변의 유적 때문에 개발이 제한됐는지 살기에 정말 불편해 보이는 집이다. 좀 멀리로 서울지방경찰청이 보인다.

 

 

<길을 잘못 들어 보게 된 '오솔길'의 묵은 집들1>

 

 

<길을 잘못 들어 보게 된 '오솔길'의 묵은 집들2>

너무 낡고 초라해서 '오솔길'이란 이름이 무색하다. 뒤쪽에 경희궁이 있다.

 

 

<홍파동의 홍난파가옥>

이 집 뒤로 끊어진 성곽이 겨우 이어진다.

 

 

<기상대 앞의 서울성곽>

서울성곽이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남은 구간이다.

 

삼성강북병원 응급실 옆 경교장에서 백범선생이 안두희에게 저격 당한 방의 창문을 가늠해 보면서 정동으로 들어섰다. 참 많이 다닌 길인데도 이번 답사에서 많은 것을 재발견했다.

 

이화여고 후문이나 정동극장, 구 러시아공사관 자리야 익히 아는 곳이지만 캐나다 대사관이 거기에 있고  그 자리가 바로 손탁호텔 터 라는 것, 구 러시아공사관 터 앞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녀원 자리라는 것, 을사늑약을 맺은 중명전이 예원학교 뒤 구 러시아공사관 터 앞이라는 것 등이 새로 안 사실이다. 주변 음식점에서 고기 굽는 냄새를 맡아가며 어두워지기 시작한 중명전 앞에 혼자 서서 1890년대 후반을 회상하고 있는데 주변을 지키는 군인(전경?)이 내 행동이 좀 이상한지 몇 번을 힐끔거렸다. 건물이 고풍스러운 예원학교도 그 시절에는 고관 자제의 교육기관이 아니었을까?

 

 

<강북삼성병원 안의 경교장>

 

 

<정동 캐나다대사관>

손탁호텔 터이기도 하다.

 

 

<이화여고 후문의 솟을대문과 오른편의 캐나다대사관>

위쪽의 舊 러시아공사관 터를 올라가는 중에 내려다본 것.

 

 

 

<구 러시아공사관 터 왼편 앞의 정동 수녀원 터>

 

 

<舊 러시아공사관>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중명전>

원래 덕수궁 안에 있다가 덕수궁이 축소되면서 담밖으로 밀려났다.

 

 

<역사 깊은 정동 제일교회>

 

 

언제나 인왕산 성곽답사 마침표를 고하는 장소 <덕수궁 대한문>

 

다시 길로 나와 정동제일교회 건물을 훑어보는데 밤바람에 몸이 오슬오슬했다. 배재학당은 포기하고 덕수궁 돌담길을 빠져나오며 1800년 대 말부터 1910년대에 이르기까지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숨 가쁘게 진행됐던 비극적인 우리나라 근대사를 떠올렸다. 근대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정동 일대를 맛보기로 훑었으니 바로 앞 세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검정 쪽을 돌아보는 것이 다음 목표이다.

'서울특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경궁의 봄2  (0) 2012.06.02
창경궁의 봄1  (0) 2012.06.02
서울성곽돌기-인왕산 4구간 코스1  (0) 2012.06.01
서울성곽돌기 완주-사직동에서 덕수궁  (0) 2012.06.01
서울성곽돌기 완주-인왕산 구간  (0) 201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