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만 여행9 - 대만의 꽃3, 화렌의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큰누리 2012. 6. 9. 02:05

태노각(타이루거) 협곡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이다. 대만은 우리나라의 2/3 정도의 면적이지만 화산과 관련된 지형에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내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만은 고도 3,000m를 넘는 산이 지천에 깔려있다. 우리나라 백두산 높이가 2,744m(내 기억이 맞나?)인 점을 감안하면 약간 신기하다. 그 험준한 산 중의 하나가 바로 태노각(타이루거) 협곡이다.

 

태노각협곡은 너무 험준해서 감히! 범접을 못하다가 대만정부에서 큰 마음 먹고 이걸 뚫기로 작정을 했는데 단단한 바위 때문에 세계사적으로 어마어마한 난공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의기충천한 퇴역군인들이 이 공사에 투입되었는데 21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직접 보니 과거 우리나라의 건설처럼 완성 위주로 밀어부친다면 족히 2,100명쯤의 사망자가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사진으로 찍고보니 '렌즈를 통해서 본다, 혹은 보인다'는 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 하는 점을 새삼 느꼈다. 직접 가서 보면 그 험준하고 기묘한 자연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마음 먹고 준비한 광각렌즈를 들이대도 절대! 협곡의 웅대함은 살릴 수 없었다.

 

 

<여행 전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한 태노각협곡의 옥빛 계곡 물>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입구>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관광의 꽃은 30여분 쯤 걷는 구곡동이다. 퇴역군인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뚫은 구불구불한 협곡의 도로가 구곡동이다. 장춘사나 자모정은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구곡동을 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나치기 쉽다. 

사진 중앙 건물이 그 유명한 장춘사-대만의 '사(祠)'는 '절'이 아니라 '사당' 이다. 관광버스는 모두 이곳에다 손님들을 풀고 편도 1차선인 도로에서 주차할 수 없어서 손님을 되태울 때까지 계속 빙빙 돈다. 대책 없이 버스에서 토해진 관광객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본능적으로 사람들 꼬리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높디높은 산들에 놀라고 맑은 계곡 물에 놀란다.

 

 

<zoom으로 당긴 장춘사(사당)>

장춘사는 태노각(타이루거)협곡을 건설하다 사고로 죽은 퇴역군인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장개석총통의 명령으로 지은 사당이다. 서구의 굴착전문가들도 너무 험준해서 뚫기를 포기한 이 도로를 4년만에 퇴역군인들이 곡괭이나 망치 같은 기본 연장만으로 뚫었다고 한다.

 

 

<zoom으로 당긴 장춘사 왼편의 정자>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공사를 하다가 죽은 퇴역군인들을 위한 사당 장춘사 옆에 있는 자모정이란 정자이다.

 

 

<태노각(타이루거) 협곡의 터널>

우리는 편하게 버스로 통과하는 이 터널을 뚫기 위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협곡이니 만큼 이런 터널들이 상당히 많다.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연자구>

본격적인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도보 관광을 시작하자마자 산 방향에서 만나는 연자구이다. '제비집을 닮은 구멍'이란 뜻이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인지 길을 뚫으면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후자가 유력...

 

 

 

 

<태노각(타이루거) 협곡의 구곡동>

사람들이 싸구려 안전모를 쓰고 뛰듯이 30여분 쯤 걷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구불구불 물길을 따라 난 암반을 뚫었는데 아직도 돌이 떨어지는 곳이 있는지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한다.

 

 

 

 

 

 

 

<태노각 협곡을 만들다 순직한 퇴역군인 단장 동상>

태노각협곡 관광로가 끝나는 지점에 뜬금없이 이 양반 동상이 서 있고 작은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짧은 한자 실력으로 해독해 보니... 이 분은 이 험난한 태노각협곡 동서횡단로를 뚫기 위해 동원한 퇴역군인 단장이면서 공사 중 순직한 분으로 그 분의 공로를 기린다는 장경국 총통(장개석 총통의 뒤를 이은 아들)의 헌사였다.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풍경들>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종점>

정신없이 떠밀리며 오다보니 우리 차가 기다리는 종점...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리를 내린 곳은 장춘사, 자모정이 있는 곳이었는데 급하게 내렸다. 도로는 좁고 밀려드는 관광버스가 많아서였다. 구곡동을 통과하고 나니 바로 앞의 제대로 된 주차장에서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쓸 만한 디카임에도 불구하고 장대한 자연을 담는다는 게 얼마나 초라한 도구인가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쫓기듯 절벽가에 난 관광로를 따라 태노각(타이루거) 협곡 구곡동 길을 뛰면서 웅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관람시간이 너무 시간이 짧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