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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유정리 석불좌상

큰누리 2020. 9. 17. 23:34

<2015년 여름의 답사를 추억하다 2>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Gwangju Yujeong-ri Stone Buddha)>

지정종별 :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8호

위치 :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로 699번길 51 (유정리 222-3).

이 좌불상은 호분(胡粉)을 너무 많이 발랐기 때문에 세부적인 모습은 잘 알 수 없지만 체구에 비해서 머리가 유난히 큼직한 조선시대의 불상이다.

 

무릎 역시 상체에 비하여 워낙 작아서 전체적인 비례가 맞지 않는 편이다. 또한 무릎 위에 올린 선정인(禪定印)의 손은 빈약하고 팔의 양감도 보잘것 없으며, 옷주름도 세련되지 못하여 도식적인 솜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큼직한 얼굴에 보이는 온화한 분위기는 부처님의 세계를 애써 전달하고자 하는 면모가 엿보여 한가닥 호감을 느끼게 한다.

--현지 안내문--

 

 

닫힌 보호각 문을 열고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을 처음 본 순간 온순하고 친근감이 들었다. 그런데 어찌나 호분을 두껍게 칠했는지 석불이란 재료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마애불에 백칠을 하면 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자꾸 덧칠을 하면 얼룩처럼 두께가 생겨 본래의 모습과 달리 보이기도 한다.

 

안성 굴암사의 마애여래좌상, 안암동 보타사의 마애좌상, 옥천암 마애좌상 등이 비슷한 수준으로 떡칠(!)한 불상들인데 내가 본 최고 백칠 두께는 굴암사의 마애여래좌상이었지만 이곳 유정리 석불좌상도 만만치 않았다. 

얼굴 부분의 호분은 박리되어 떨어진 곳이 많았고, 옆이나 뒤는 얼룩 위에 호분을 덧칠한 곳도 꽤 많았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필요에 의해 만든(!) 불상 중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이 온화했다.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 보호각>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는 모습이 다소곳하고 온순한 석불의 이미지 같다. 문이 닫혀있어서 걱정했는데 접근해 보니 다행히 그냥 닫아 놓아서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과 보호각>

얼굴 크기만 보면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보호각이지만 표정이 온화해서인지 나름 잘 어울린다.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과 내부>

우리가 둘러본 안성, 광주 지역의 불상들은 대체로 소속 사찰이 따로 없고 민가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번듯한(!) 보호각 안에 있다보니 내부 살림으로 보건데 불상이라기보다 무속의 신앙 대상처럼 보인다.

 

 

 

<정면과 오른쪽에서 본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

이마 부분을 보면 가장 최근에 칠한 호분의 두께를 볼 수 있는데 벗겨진 부분도 호분이다.

 

 

 

 

<정면과 왼쪽에서 본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

누군가가 천원짜리 지폐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살포시 올려 놓았다. 불상의 포근한 인상 만큼이나 겸손한 신자였나 보다. 덕분에 그냥 지나칠 뻔한 양손을 깍지 낀 것 같은 선정인(禪定印) 수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사진 중 유일하게 불상이 전신상인 것을 겨우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커서 상반신像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왼쪽, 뒤쪽에서 본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

엄청난 크기의 늘어진 귓볼과 윤곽 없는 뒷목은 많이 부담스럽다. 귓볼 아래의 갈라진 부분은 돌이 아니라 분칠을 한 것이 두께 때문에 갈라진 듯 하다.

 

 

 

<광주 유정리 석불좌상의 손상된 뒷부분>

손상된 뒷부분을 임시로 때워놓았다. 딱 5년 전에 본 모습이니까 지금은 제대로 보수를 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