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1.01. 당근과 깻잎 카페, 사회적농장 담을밭

큰누리 2021. 2. 17. 22:22

 

 

딸이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당근과 깻잎'이 있었다. '당근과 깻잎'이 도대체 뭐지, 둘이 서로 연관되는 내용이 없는데? 평대리에 있는 카페라는 것은 바로 알았는데 카페 바로 앞에 다다를 때까지도 이름이 헛갈렸다. '당근과 배추'였나, 아니면 '당근과 무우'였나?

딸과 나, 조카는 먼저 '당근과 깻잎' 카페에 도착해서 커피만 한잔씩 마셨다. 점심은 동생이 일을 마치고 오면 함께 평대리로 가서 유명하다는 돗죽과 고기국수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동생이 도착하기 전에 카페 안에 있는 카페대표 부석희씨에 대한 잡지 기사를 대충 훑어보았다. 대표란 말을 쓰는 이유는 부석희씨 집인 이곳에서 지역 공동체 5인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커피 맛이 소문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음식은 안 시켰으니 모르겠고, 무엇 때문에 때문에 이 카페가 유명한 거지? 오전에 일을 마치고 카페로 바로 온 동생에게 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페 대표가 역사회에서 친환경 농업을 하는 유지이고, 이 카페에서 지역 모임을 많이 가진다 했다. 그렇구나!

 

'당근'은 카페 바로 앞의 대형 밭에서 집단으로 당근을 캐는 을 보았기 때문에 유명한 것을 알았다. 구좌읍은 제주도이긴 하지만 가장 북단이어서 겨울에 춥고 바람이 심한데다 토질이 무우나 당근 재배에 적당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제주도는 귤 농사'라는 등식은 안 먹힌다고 한다. 나는 제주도 당근이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당근도 잘 안 먹는 편인데 동생이 아침마다 착즙기로 만들어준 당근 쥬스를 먹어보고 맛이 제법 괜찮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다. 당근이 구좌를 대표하는 겨울 작물이라면 깻잎은 여름을 대표하는 작물인 듯 했다.

 

'당근과 카페' 내부는 그야말로 자유방임형 인테리어였다. 휘어진 나무로 대충 못질해서 연결한 것 같은 서까래와 지붕, 엉성한 선반에 단촐하게 올려진 몇 권의 책, 제각각인 컵들... 그런 점이 이 카페의 매력인 듯 했다. 토기 위에 로즈마리를 올려놓고 그 밑에 양초를 피워 로즈마리가 타게 해서 향을 풍기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본 카페 뒤쪽의 비닐하우스처럼 지은 넓은 별채는 단순한 긴 의자만 있는 것으로 보아 단체모임을 가지는 곳인 듯 했다. 상업적인 면만 생각했다가 지역사회에서 만남의 장소로 유용하게 이용되는 카페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카페라면 호객행위를 안할 수 없는데 이곳은 그런 것을 무시하고 잠깐이지만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구좌읍 평대리의  '당근과 깻잎' 카페 입구와 간판>

인테리어 만큼이나 간판도 자유분방하다. 입구에 건 해녀들이 물질로 잡은 해산물을 넣는 망도 이곳에 걸으니 특별했다. '해녀들이 물질로 잡은 해산물을 넣는 망' 은 나중에 포스팅한 <해녀박물관>에서 '테왁망사리'임을 확인했다.

 

 

 

 

<'당근과 깻잎' 카페 마당>

코로나 19라 손님이 없기도 하지만 녹슨 솥단지나 드럼통 때문에 얼핏 보면 폐가 같다. 왼쪽은 안거리(안채), 중앙은 카페로 이용되는 모거리(별채), 오른쪽은 카운터와 주방으로 이용 중인 밖거리(바깥채)이다.

 

 

 

 

<'당근과 깻잎' 카페 내부>

상업적인 장소에서 이런 인테리어는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을 듯, ^^...

 

 

 

 

<'당근과 깻잎' 카페의 커피잔과 천연 방향제>

두 번째 사진의 로즈마리 향을 피우는 토기 이 카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물건이다. 양초에 불을 붙이고 토기 위에 로즈마리를 올려 토기를 덮으면 로즈마리가 타면서 향기가 난다.

 

 

 

<'당근과 깻잎' 카페 대표 부석희씨>

담을밭 대표인 한태호씨는 이 분을 외모 때문에 세네갈 사람이라고 했다. 한태호씨는 동생이 일하는 담을밭에 들렀다가 이날 만났다. 두 번째 사진에서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든 분이다. 이분들은 모두 제주 토박이들로 친환경 농사를 위해 앞장 서서 노력한다고 한다. 

 

 

 

<부석희씨가 모델이라는 책>

 

 

<'당근과 깻잎' 카페 뒤편>

뒤에 혹시 당근밭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가보니 특별한 것은 없고 뜬금 없이 누드상이 있었다. 

 

 

<카페 '당근과 깻잎' 건물들>

앞에서 본 것보다 뒤에서 보면 당근과 깻잎 카페의 구조를 더 잘 알 수 있다. 왼쪽은 주문을 받거나 요리를 하는 바깥채, 중간의 작은 건물은 메인 카페, 오른쪽은 주로 단체손님을 받는 일종의 별채이다. 마당에서 본 왼쪽의 안채는 이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다.

 

 

<카페 '당근과 깻잎' 별채 내부>

 

 

<사회적 농장 '담을밭'>

사회적 농장 '담을밭'은 동생이 도회 생활을 접고 농부가 되겠다고 스스로 찾아간 곳이다. 그러니까 동생은 플래카드에 있는대로 사회적농업 실천가 양성과정 1기생인 셈이다. 담을밭의 위치는 정확히 구좌읍 비자숲 정문 왼쪽에 있다.

동생에게 들은 것보다 규모도 작고 시설도 허술했다. 어쨌거나 동생은 이곳을 매개로 제주도라는 낯선 곳에서 평소에 원했던 농부의 길로 들어섰고,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접고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과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사회적 농장 '담을밭'의 작업장>

농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인지 특별한 시설도 없고 규모도 작다. 밭은 일터이고, 이곳은 수확한 작물을 손질하거나 보관하는 곳이다. 동생은 이곳의 농작물이 전혀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이란 점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 농장 '담을밭'의 작업장의 무우 시래기>

이런 것들이 담을밭의 (보이지 않게 나오는) 유기농-친환경 야채일 것이다. 동생도 이런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서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반찬이 너무 조촐해서 결국 평소에 잘 안 먹는 사발면을 두 번이나 먹었다^^.

 

 

<사회적 농장 '담을밭'의 공동 작업장인 밭>

지금은 겨울이라 구좌읍을 대표하는 작물 중 하나인 무우만 남아있지만 감자, 당근, 배추, 양배추 등을 다양하고 심는다고 한다. 아직은 소출이 적지만 생산한 작물은 유기농이라 없어서 못 판다고... 아무렇거나 동생이 이곳에서 제대로 농사를 배워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건강한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