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0. 수. 맑고 포근함.
둘째 날 일정은 구좌읍 소재 세화 민속5일장 - 해녀박물관 - 점심(갯동산 평대 바당국수에서 국수와 돗죽-돼지고기 죽) - 성산 일출봉 - 광치기해변(맞은편의 유채밭도 유명) - 종달리 용눈이오름(갈대가 아름답고 오름 중 최고령. 용눈이오름 바로 아래에 제주 레일바이크 탑승장)이었다.
실제 일정은 해녀박물관은 예약 실패로 건너뛰고, 성산일출봉은 비자숲에서 일정이 늘어져 그 역시 다음으로 미뤘다. 그러니까 해녀박물관과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 대신에 비자숲만 갔고 용눈이오름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보냈다.
구좌읍 소재 세화 민속5일시장을 들렀다 딸이 휴대폰 검색을 한 후 이끄는대로 당근과 깻잎 카페로 걸어갔다. 당근과 깻잎 카페로 걸어가는 길에 '소소한 상상점'란 선물 가게에 잠깐 들렀고, 이어 대형 밭에서 당근을 캐는 분들을 보았다.
당근밭은 평대리 마을 앞에 펼쳐져 있었는데 마을이 올레길 길목이어서 올레길을 상징하는 파란 말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당근과 깻잎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마시고 구경을 하는데 잠깐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동생이 와서 바로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 방언 몇 개1(돌아다니며 가게 등에서 많이 본 용어들)
♣ 넙덕빌레 : 넓고 평평한 바위, '넙덕'은 넓은, '빌레'는 돌이나 암반이 널리 퍼져 있는 것
♣ 폭싹 속았수다 :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 혼저옵서 : 빨리 오세요
♣ 하영봅서 : 많이 보세요
♣ 돗괴기 : 돼지고기
♣ 바당 : 바다
<'당근과 깻잎' 카페로 가는 길의 당근밭>
세화민속오일시장에서 당근과 깻잎 카페까지 걸어갔는데 그다지 멀지 않았다. 딸이 지도를 보고 가면 나와 조카는 따라갔는데 가는 길에 수확 중인 이런 대형 당근밭이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당근밭은 본 것은 처음이었고, 이곳을 본 후에야 구좌읍, 혹은 제주도의 당근이 유명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근과 깻잎' 카페에 걸려있던 '부석희씨가 함께 걷자던 길'이 바로 이 길이었다. '아꼬운 제주 보여주쿠다'로 시작된 문장...
<당근밭 뒤에 펼쳐진 마을과 올레길 휘장>
지도를 검색해 보니 교회는 '평대 그리스도의 교회'이고, 올레길 20코스가 지나는 길목이었다. 이 마을 앞을 짧게 스쳐 지나면 길 건너편, 마을 가장 앞에 '당근과 깻잎' 카페가 있다.
중간에 들른 '당근과 카페는 앞장에서 다루었고...
<국수집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 앞에 펼쳐진 평대리 앞의 바다>
공항에서 이곳으로 올 때 본 풍력발전기들이 멀리 보이고, 평대포구 앞의 등대가 보인다. 그 건너편은 카페들이 많은 월정리였다. 이곳에 고깃배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닷가에 '갯동산', '넙덕빌레' 처럼 그 위치와 관련된 용어들이 철제로 세워져 있었다. 두번째 사진의 돼지상은 제주밭담테마공원 앞에 세워져 있던 5개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 돼지(밝은살구색), 하르방(살구색), 당근(주황), 다른 2개 중 하나는 물방울(하늘색)이었던 것 같고 다른 하나(카키색)는 잘 모르겠다.
<평대리 앞 바다 풍경과 불턱>
(지도로 보아) 하늘색 건물이 보이는 건너편도 평대리이고 국수집 바로 앞에 불턱이 있다. 불턱은 해녀들이 해녀복으로 갈아입거나 추울 때 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는 등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국수집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
앞 사진은 정면인데 도로에 바짝 붙어서 옆에서 촬영한 것이고, 두 번째 사진은 실제 국수 가게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위치의 간판이다. 검정색의 해녀상이 이곳 간판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 내부와 메뉴>
마스크를 쓴 두분은 사장님 부부이다. 남자 사장님은 우리가 돗죽에 대해 질문을 하자 자세하고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셨다. 돗죽은 예전에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유래했고, 한동안 사라졌던 것을 얼마 전에 재현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우리는 다행히 4명(코로나 19로 5인 이상 겸상 금지!)이어서 한 테이블에 앉아 골고루 시켜 나눠먹었다. 제주도에서 음식 1인의 시세는 대충 8,000원에서 11,000원 정도였다.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 의 돗죽에 대한 안내>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의 수수한 인테리어>
국수맛 만큼이나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이다. 특히 이틀 뒤인가? 해녀박물관에서 많이 본 천에 간단히 수를 놓아 커튼으로 사용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그 커튼은 나 어려서 옷보나 가리개로 어머니가 많이 사용하셨던 아이템이기도 했다.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의 돗죽>
돗죽은 직접 먹기 전까지 못미더웠던 메뉴였다. 돼지고기로 죽을 만든다고? 냄새 날 텐데...
걱정은 기우였다! 푹 고은 돼지 살코기와 모자반을 푹 고아 끓인 돗죽은 특유의 돼지 냄새도 전혀 없고, 아주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밑반찬으로 나온 무우절임과 김치, 특히 젓갈을 넣은 곰삭은 김치도 아주 맛있었다.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의 고기국수>
유부국물에 쫄면국수를 넣고 삶은 돼지고기를 올린 고기국수는 먹을만 했지만 내 입에는 별로였다. 쫄면과 돼지고기의 조화도 그렇고, 냄새도 좀 느껴져서 맛만 보는 정도로 그쳤다. 다른 식구들은 괜찮다며 잘 먹었다. 국물이 뜨겁지 않아서 음식 온도를 많이 따지는 내게 더 그저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삶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갯동산 평대바당 국수'의 비빔국수>
이 비빔국수는 돗죽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내 입에 잘 맞아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삶은 돼지고기를 올린 것 빼고는 인천의 비빔쫄면과 맛이 정확히 일치했다. 비빔국수는 나중에라도 더 먹을 수 있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유감스럽게 돗죽도 그렇고 마지막이었다.
<평대리의 선물가게 '소소한 상상점'>
세화민속오일시장에서 '당근과 깻잎' 카페로 가다 가장 먼저 만난 가게이다. 외딴 벽돌길과 당근밭, 무우밭이 이어지고 왼쪽에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이 가게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삭막한 시멘트, 그것도 사각형 건물이지만 입구에 조약돌도 늘어놓고 간판에 그림도 그려넣는 등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 사장님(하이하바)이 직접 만들거나 그린 소품을 파는 곳이었다. 딸이 검색을 해서 찾아낸 곳이라 일부러 들렸는데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모든 제품(!)들이 너무 작은데다 내 눈을 끌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들이 없었다. 딸은 노란색 일색으로 집주인이 그렸다는 오름 그림을 샀다. 내 인상에 남은 것은 검정 잠수복을 입고 물질하는 손가락만 한 해녀 그림과 세화리, 평대리를 직접 그린 그림지도였다.
<평대리의 선물가게 '소소한 상상점'의 상품들>
<평대리의 선물가게 '소소한 상상점'의 세화리, 평대리, 하도리 그림지도>
이 그림지도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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