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1.01. 어린 엄마 샛별이와 애교쟁이 미소, 샛별이의 출산

큰누리 2021. 2. 16. 15:39

시골에서 반려동물의 개념은 도회와는 많이 다르다. 동생네도 인천에 따로 살던 조카가 반려견 2마리를 데리고 합가를 했는데 조용한(!) 시골에서 짖는 소리가 문제였다. 민원 때문에 집에서 조금 떨어진 축사 옆에서 양해를 얻고 키우는 중이라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낮에라도 집에 데려다 놓으려 했지만 바깥 맛을 본 녀석들이 답답해 해서 결국 축사 옆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러 가서 들여다보는데 나도 몇 차례 동행을 했다. 생각보다 잘 살고는 있지만 주인 입장에서 미안하고 측은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캐는 미소, 암캐는 샛별이인데 각각 1년 4개월, 8개월 정도 나이라고 했다. 체구가 작은 수캐 미소는 사람만 보면 두발로 서서 얼굴을 비비는 것이 애교가 장난이 아니었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어린 암캐 샛별이는 처음부터 나를 경계하며 짖었는데 임신 말기라고 했다. 밖에 묶어 두었더니 동네 수캐가 임신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냥 임신 중이라 배가 부르려니 했는데 1월 24일(제주도에 들른 5일째)에 샛별이가 출산을 했다. 아침에 밥을 주러 동생과 함께 들렀는데 어디선가 낑낑 소리가 들려 자세히 살펴보니 샛별이 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설마 했는데 오마이 갓! 샛별이가 밤새 새끼를 출산한 것이었다!

 

동생이나 나나 모두 처음 당하는 일이라 깜짝 놀랐다. 동생네도 샛별이를 아직 강아지라고만 생각해서 상상도 못했는데 밖에 묶어둔 것이 화근이었다. 샛별이는 불행하게(!) 초경을 하자마자 임신을 했는데 어찌나 해산 뒷처리를 깔끔하게 했는지 새끼의 낑낑 소리가 아니었으면 지나칠 뻔 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나를 보고 제 새끼를 어찌할까봐 경계하며 짖어대는 것도 기특했다.

 

동생에게 줄을 잡으라고 하고 새끼를 들여다 보니 눈도 못 뜨고 꼬물꼬물한 녀석들이 몸을 서로 엉겨있다 무리에서 굴러떨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모두 검정색이고 딱 1마리만 흰둥이였다. 열심히 센 결과 6마리인 줄 알았는데 1마리가 더 있었다. 가족 단톡에 샛별이가 밤새 새끼를 7마리나 낳았다고 올리니 모두 놀라워했다. 결론은... 조카가 낮에 확인한 결과 검둥이 7마리, 흰둥이 1마리 합해서 8마리였다!

동생은 감격한 나머지 울먹였다. 해산한 개에게 무엇을 먹일지 여기저기 물은 결과 미역은 줄기가 목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서 황태국을 끓여 먹였다. 샛별이는 잘 먹었다. 비록 바깥에서 자랄 수 밖에 없지만 샛별이와 새끼들, 애교쟁이 미소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빈다.

 

 

<1/20(제주도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처음 제대로 본 애교쟁이 수캐 미소>

전날 밤에도 밥을 주러 들렀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이는 반 년 정도 더 먹었지만 체구가 작은 수캐 미소는 주인만 보면 사진처럼 두 발 자세이다. 어쩌면 그렇게 애교가 넘치는지...

 

 

<1/20, 나를 보고 경계하며 짖어대는 임신한 암캐 샛별이>

나를 보고 좀 심하다 싶게 짖었는데 동생이 임신을 했다고 했다. 수캐 미소는 여전히 두 발로 애교부리는 중...

 

 

 

<1/20. 임신한 암캐 샛별이>

자세히 보면 배가 불룩하다. 출산하기 4일 전 모습이다.

 

 

 

 

<1/20. 샛별이와 미소네 옆집 소들>

인가가 없는 곳에 있는 축사라 그런지 우리가 갈 때면 이 녀석들은 우르르 우리 쪽으로 모여들곤 했다. 소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얘네들은 유독 순둥순둥했다.

 

 

 

<1/21. 세째 날의 샛별이와 미소>

 

 

 

<1/21. 세째 날의 애교쟁이 수캐 미소>

 

 

 

<1/24. 샛별이가 출산한 날의 수캐 미소>

뒤의 누렁이는 바로 옆에서 키우는 축사 주인 집의 개 2마리 중 1마리인데 줄을 끊고 탈출했다. 다행히 제 집을 찾아오긴 했지만 주인이 매일 들르지 않아서 우리가 사료를 주러갈 때마다 먹이를 얻어 먹으러 왔다.

 

 

<1/24. 출산한 샛별이와 새끼들>

먹이를 줄 때까지도 출산한 걸 몰랐다가 직후에 알았다. 어쩜 그렇게 어린 개가 출산을 하고도 의연한지... 사람으로 치면 열 네다섯 살 정도?

 

 

 

 

<1/24. 샛별이의 새끼 8마리>

 

 

 

 

<1/24. 샛별이의 새끼 8마리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