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19 (킬링필드 유골을 모아놓은 왓 트마이와 夜시장)

큰누리 2012. 6. 1. 16:26

1/17-5. 마지막 일정-비극의 현장 왓 트마이사원과 夜시장

우울한 기분으로 톤레 샵 관광을 마치고 간 곳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자 우울함을 확인 사살한 왓 트마이 사원이었다. 씨엠립 지척에 있는 이 사원은 1970년대 중반의 캄보디아 내전 당시 인근에서 크메르 루즈군에게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골을 모아 안치한 위령탑으로 유명하다. 석양이 기울어 도착한 그 곳은 선입견 때문인지 마음도 분위기도 무거웠는데 사원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로 조금 나아졌다.

 

왼쪽의 소승불교 사원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만 유골이 있는 곳이 궁금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마당 저쪽에 불상을 안치한 누각이 보이고 하얀 작은 탑 보인다. 가이드를 따라 그곳으로 가니 그 하얀 탑 속에 유골들이 있다! 불상과 유골 탑 사이에는 내전 당시의 고문도구와 고문 장면, 죽은 이들의 사진이 게시판에 빼곡이 붙어있다. 

중년의 여인이 넋 나간 표정으로 있는 사진이 눈길을 끌어 자세히 보니 머리 뒤로 뾰족한 송곳이 수평으로 들어가 있다. 커다란 대못을 일렬로 거꾸로 박아 세워놓고 갓난애를 그 못에 쳐 죽였다는 이야기는 이후에 꿈에서까지 나를 괴롭혔다. 총탄이 아까워 죽창으로 찔러죽이거나 비닐봉투를 씌워 질식사 시킨 것은 영화 <킬링필드>에서 봤지만 유골들과 사진들을 보자니 그 끔찍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내전 당시 학살 당한 사람들의 유골을 안치한 왓 트마이 사원>

석양 무렵에 들러서인지 더 을씨년스럽다. 

 

 

 <왓 트마이 사원의 불상과 위령탑>

불상과 위령탑이 앞에 보이고 그 뒤로 사람들이 학살 당시의 사진을 게시한 게시판을 보고 있다.

 

  

 <왓 트마이 사원 위령탑 안의 유골들>

 

  

사람이 살면서 유골을 볼 일도 없겠지만 이곳에서 만난 유골더미(!)들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 주변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람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원래 유리 상자 안을 꽉 매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골의 부피가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잔인하게 죽이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 그것도 내 민족, 내 이웃을 이렇게 죽이다니...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서둘러 그 곳을 떴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했고 비행기는 현지시각으로 11시30분에 출발하니 남는 시간을 어찌할 것인지 궁금했다. 킬링 타임으로 들른 가이드가 안내한 관광 쇼핑 코너는 그 동안 본 중에서 가장 구색을 잘 갖춘 곳이었다. 코코넛 말린 것(지나치게 시고 단 다른 열대과일 말린 것과 달리 부드럽고 맛있다)과 실크 스카프를 사고 다양한 수공예품들을 본 후 저녁을 먹으러 한정식집으로 갔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자 가이드는 인근의 야시장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시간을 때우려고 들른 관광 쇼핑코너>

쓸 만한 물건이 제법 있다. 

 

 
 <씨엠립 야시장>

야시장은 불빛이 휘황하고 지금까지 본 유적이나 관광지와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씨엠립 시민들이 산책 삼아 많이 오는 이곳에 그들을 따라 형성된 시장 같다. 가장 불빛이 밝고 음악소리가 요란한 곳으로 가보니 화려한 오색 풍선을 끝도 없이 몇 단으로 길게 세워놓고 송곳 같은 것을 던져 풍선을 터트리면 앞에 쌓아놓은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을 주는 곳이다. 그 불빛을 따라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를 하거나 노점상에서 튀김이나 꼬치, 땅강아지(보기엔 징그럽지만 먹어보니 맛있었다), 메뚜기볶음 등의 간식을 사먹고 있다.

 

음식을 지지고 볶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났다.  “hello!”를 가장 열심히 외치는 꼬마네 돗자리로 가서 몸짓으로 이야기를 하고 악수도 했다. 보답으로 츄잉 캔디를 선물하고^^. 관광객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캄보디아 사람들과 처음으로 제대로 만났는데 오래 머물 수 없어 아쉬웠다.

 

  

<씨엠립 근교의 夜시장과 동영상>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캄보디아인들의 생활모습을 물씬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씨엠립 국제공항>

 

  

 씨엠립 공항에서 1시간 이상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잘 있거라 씨엠립, 그리고 유적들아!

 

 

<인천국제공항> 1/18. 아침 06:00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