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구조라항과 거제한려수도

큰누리 2012. 6. 7. 00:06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새벽에 서울시청 근처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서서울톨게이트까지 주차장처럼 길이 막혔다. 그래가지고서야 빡센 일정대로 여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음부터는 명절을 끼고 여행하면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조금 들고... 다행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평소의 속도로 버스가 달리고 날씨도 쾌청했지만 서울을 벗어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걸렸다.

 

전날 밤 새벽까지 사진을 정리하느라 뻐근한 눈을 감고 막 잠이 들었는데 뒷줄에 앉은 10살,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남매가 의자를 툭툭차고 떠드는 통에 그마저 깨고 말았다. 그 가족은 여행 내내 우리 가족을 참 힘들게 했다. 딸들도 여행 후 소감을 물으니 여행지는 모두 좋았지만 뒷좌석의 가족을 생각하면 불쾌하다고 했다. 주변, 특히 뒷좌석에 앉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이 관광버스 여행에서 가장 큰 약점이다.

 

맨앞 줄에서 쿨쿨 자던 가이드 아가씨가 산청을 지날 즈음 부시시 일어나서 부지런히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외도 입항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현지에 알아보니 날은 쾌청하지만 너울성 파도 때문에 나무로 만든 인공접안 시설로 된 외도는 위험해서 해경에서 착륙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대신 한려수도 해상관광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13시 30분까지 승선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불가하다고 했다. 엄청난 속력으로 질주해서 구조라항에 도착한 시각이 13시 5분.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목에 쏟아붓다시피 하고 물도 제대로 못마신 채 시간에 맞춰 겨우 승선했다.

 

올들어 이상하게(?) 쉽지 않은 남쪽 해안을 3번이나 여행하는 행운이 따랐다. 홍도와 흑산도, 비금도, 남해와 고성, 통영 쪽의 한려수도 등... 통영과 가깝고 같은 해상국립공원인데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며 배에 올랐는데 거제한려수도 지역은 올해 본 해상관광 중 최고였다. 십자동굴과 외도 인근 섬의 기암괴석들, 그리고 무엇보다 파아란 바다 위에 경연하듯 변화하는 구름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구조라항에서의 승선>

구조라항은 외도와 가장 가까운 승선장이다.

 

 

<구조라항>

이름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인근에 '미조라'란 지명도 있다.

 

 

<외도(오른쪽)와 동백나무 자생지로 유명한 섬(왼쪽)>

 

 

<너울성 파도로 섬에 오르지 못하고 배로 지나치면서 본 외도>

 

 

<통영 앞 바다의 십자동굴과 그 주변>

 

 

 

 

 

추암 촛대바위와 더불어 애국가가 나올 때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바위이다.

 

 

 

<한려수도에서 본 통영쪽>

수평선 중간 쯤의 왼쪽 섬이 외도인 듯...

 

 

<한려수도에서 본 통영쪽>

외도와 나란히 붙은 (동백 자생지로 유명한) 섬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섬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장관이다.

 

 

 

 

 

 

<바다에서 본 통영 앞 바다 십자동굴 부근>

맨 왼쪽의 둥근 섬이 십자동굴이 있는 곳이다. 섬 모양이 특출해서 주변 어디서 보아도 한눈에 쏙 들어온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아스라한 섬들과 뭉게구름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한려수도 해금강>

 

 

<구조라항으로...>

 

 

<구조라항 앞 부표에서 본 바다쪽>

십자동굴이 있는 섬이 원경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