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어리목탐방로

큰누리 2012. 6. 10. 01:22

등산이라고 하기엔 좀 뻘쭘한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한라산 어리목코스에 올랐다. 평균 1년에 1번 꼴로 제주도를 들르면서도 단 한번도 한라산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날씨가 안 맞거나 코스에 없어서, 혹은 동행한 사람들의 신체적인 문제 등등...

 

이번엔 성공했다. 날짜는 5월 24일(2012년). 가랑비가 와서 등산 길이 다소 미끄럽긴 했지만 오히려 시원해서 맑은 날보다 더 좋았다. 아침 9:30분에 출발해서 일행과 출발한 장소로 되돌아오는 시간만 맞추었다. 영실이나 돈내코로 넘어가지 않고 갔던 길로 되돌아나오는 코스였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 안 되는 사람은 중간에 쉬다 하산하는 사람과 함께 내려오면 그만인 아주 무난한 등산이었다.

한라산 등산이란 게 가파르진 않지만 코스가 길고 기후가 들쭉날쭉해서 제한이 많다고 한다. 한라산에 대해 잘 모르니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것이 내 목표였다. 등산을 목적으로 하면 내 건강으로는 절대 남들이 오르는 만큼 못 오른다. 그러니 중간에서 포기하더라도 하산하는 일행과 합류할 수 있고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쉬엄쉬엄 2시간 30분을 남들보다 더디게 오르니 다리는 좀 아파도 참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종아리에 알이 박혀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결국 마사지를 받고서 나흘만에 겨우 제대로 걸을 수 있었다. 아무리 완만해도 남한 제2의 산은 산이었다. 그래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다시 가고 싶다. 길지만 무난한 그 코스...

 

 

<한라산 어리목코스 입구>

나는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되돌아나왔다. 어리목코스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대략 해발 950m정도가 될 성 싶은데 1,500m까지 오른 셈이다. 한라산 고도는 1,950m. 정상의 백록담까지는 안식년이거나 산의 보호를 위해 등산을 제한하는 것 같다. 제주도에 사는 분의 말로는 이 코스로는 절대 정상(백록담)까지 못 오른다고 한다. 

 

 

 

 

 

 

 

 

 

 

 

 

 

 

 

 

 

주로 대나무와 참나무 군락들 사이로 사진을 찍으며 슬슬 2시간을 올랐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풍경이 좀 길게 이어진다 싶을 즈음 갑자기 앞이 툭 트이면서 정상이 보였다. 바로 사제비동산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위쪽이 잡목으로 꽉 막힌 산을 오래 오르면 답답하다. 큰 나무들이 오래 이어지면 차라리 시원한데 잡목이 하늘을 가리면 시야만 막히기 때문이다. 한라산 어리목코스는 내 걸음으로 2시간 동안 오르면서 비슷한 풍경이 이어졌지만 답답함은 못 느꼈다. 그런데도 툭 트인 공간이 나타나니 즐거웠다!

 

사제비동산은 원래 그런 툭 트인 공간이 아니라 등산객의 실화로 화재가 나서 동산이 된 곳이라고 한다. 사제비동산에 세워진 아래 사진의 제주도를 대표하는 구상나무는 정작 사제비동산에서는 별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중간에서는 거의 보지 못한 소나무를 이곳에서는 제법 볼 수 있었다. 

 

 

 

<한라산 어리목탐방로 사제비동산>

 

 

 

 

 

<어리목코스에서 유일한 약수터 입구> 

 

 

 

<한라산 어리목코스 사제비동산>

 

 

 

 

 

 

 

<한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무리>

얘네들도 불로소득을 좋아하는지 등산객들 주변에서 많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