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를 가려면 새우깡을 꼭 준비해야 한다. 집에서 번거롭게 들고 가지 않아도 선착장 매표소에서 알아서 판다. 갈매기를 우습게 보고 손바닥에 새우깡을 올려놓았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돌진하는 녀석을 보고 식겁을 한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손에 새우깡을 직접 들고 갈매기를 호객하는 행동은 깨끗이 접었다. 새우깡을 휘~익 뿌리면 사람들이 던지는 음식에 길들여진 녀석들은 절대 바닷물에 새우깡을 빠뜨리는 법 없이 공중에서 다 해결한다. 이름하여 거지 갈매기...
<외포선착장에서 석모도행 카페리호를 타고...>
배를 향해 새하얗게 몰려드는 갈매기들을 보노라면 10분만에 석모도에 도착한다. 이 날, 종일 짙은 해무로 시계가 불량했지만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본 석모도는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크고 볼 것도 많다. 300m가 넘는 산이 2개(상봉산, 해명산)나 있고 그 외에도 250m 높이의 낙가산과 상주산이 있다. 그 중 해명산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고 낙가산은 보문사가 있어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민머루해변, 어유정항도 들러볼만 하다.
<낙가산 보문사 일주문>
표를 사서 들어간다. 5분 남짓 올라가는 코스가 어찌나 가파른지 등산화 끈을 조이지 않고 오르내렸다가 이틀 뒤에 수종사 올라가면서 발톱 빠지는 줄 알았다.
<보문사 경내의 석굴(보문동천, 법왕궁)>
선덕여왕 4년(635)에 회정대사가 처음 건립하고 조선 순조 12년(1812)에 고쳐지었다고 안내판에 쓰여있다. 석굴암보다 기존의 동굴을 더 살려 만든 인조석굴 같다. 감실 안에 석가모니, 미륵, 나한상들을 모셔놓았는데 선덕여왕 때 어부가 그물에 걸린 돌덩이를 꿈에서 본대로 모셨더니 부처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에게 보문사는 눈썹바위의 마애석불 좌상이 더 유명하지만 보문사라는 절은 이 석굴 때문에 존재하게 되었을 것이다.
<석굴 앞의 맷돌>
보문사가 가장 잘 나갔던 시기에 300여명의 승려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던 맷돌이라고 한다.
<석굴 앞의 향나무>
<깜찍한 보문사 안내판>
보문사가 33관음성지인 것은 눈썹바위의 마애불 좌상 때문일 것이다.
<보문사의 주법당인 극락보전과 주인들>
<눈썹바위 마애불 좌상으로 오르는 길>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 정상의 마애불 좌상도 좋지만 내게는 가파른 구불길을 따라 양쪽으로 걸린 등들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답다. 밤에 보면 환상적일 것이다. 이 날은 해무 때문에 운치가 더했다.
<눈썹바위 밑의 소원을 담는 곳>
몇년 전에 갔을 땐 못 본 곳인데 새로 생겼다. 유리병에 소원을 담아서 매달았다. 병을 공짜로 매다는 건 아닌지 옆에 작은 관리소 같은 곳이 있다.
<눈썹바위와 마애불 좌상>
예전에 이 곳은 동시에 두 사람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길이 좁고 험해서 저쪽에서 사람이 오면 기다렸다 지나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석축을 쌓으면서 마애불 밑을 넓혀서 마치 넓은 야외 법당 같다.
<보문사에서 하산하는 길의 돌탑>
<석모도 민머루해변>
예전에는 한적하고 아담한 해변이었는데 지금은 입구 쪽에 대규모의 숙박집들이 들어서서 다시 갈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섬 속의 섬에 있는 이 작은 해변에 얼마나 사람들이 몰린다고 그리도 많이 숙밥집들이 들어섰는지...
<석모도 어유정항>
폐쇄된 염전길을 따라 처음 들른 곳이다. 관광지라기 보다 어부를 위한 작은 항구이다. 이곳도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외포리의 갈매기>
강화도나 석모도 만큼 서울 주변의 사람이 갈매기와 자주 마주치는 곳이 또 있을까? 배에서 보고, 포구에서 보고, 음식점에 앉아 있어도 보인다. 그 만큼 인간이 익숙한 갈매기들이다.
<외포리 선착장의 횟집(천서리횟집)에서>
맛집으로 꽤 알려진 집으로 정말 싱싱하고 맛있다. 동행한 채식주의자가 젓갈이 들어갔다고 김치조차 거부하고 맨밥을 먹은 덕분에 이 아까운 음식들을 반이나 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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