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를 검색하면 양평 수종사로 나오는데 정확한 수종사 소재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060번지이다. 우리가 간 방법 : 이촌에서 중앙선 전철 타고 운길산역에서 하차(약 1시간), 운길산역에서 도보로 수종사까지 약 1시간, 총 2시간 남짓(실제로는 2시간 30분 이상 걸림)
직장 동료들과 짬을 내어 수종사로 가는 날, 비가 세차게 내렸다. 어느 해 겨울, 동생네 차를 타고 어렵사리 절 입구까지 올라간 기억이 있어 걸어오른다는 말에 꽤나 걱정이 되었다. 영월의 별마로천문대, 무주의 적상산과 더불어 수종사는 내가 차로 간 중에서 가장 험한 코스였기 때문이다. 별마로천문대와 수종사의 하산길 마지막 부분에서 맡은 타이어 (타는) 냄새를 내 코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 가볍게 세미원이나 둘러보고 말 것인지 비를 뚫고 수종사까지 험한 코스를 오를 것인지 의논을 한 끝에 결국 수종사로 가기로 했다. 운길산역에서 하차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카메라 렌즈 보호하랴, 우산 받으랴 내 양팔은 후덜덜...
<운길산역에서 운길산으로 가는 길>
운길산역을 나와 왼쪽의 다리 밑을 지나면 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 끝에 운길산 입구가 있다. 마을에서 직진하면 북한강이다.
리더가 이끄는대로 운길산역 왼쪽의 다리 아래로 빠져 마을 하나를 지나니 수종사 입구이다. 빗물로 물이 불은 개울을 지나 마을에 이르니 흙담을 끼고 주황색 루드베키아와 능소화가 반긴다. 여기저기에 줄기를 뜯어낸 고구마 잎과 덩굴이 쌓여있다. 아마 김치를 담아먹는 고구마 줄기를 따서 파는 일이 이즈음 이 마을의 부업인가 보다.
<운길산 입구로 가는 길의 마을 풍경들>
<운길산 입구의 안내판>
평야 같은 마을을 끼고 10여분을 걸으니 산장이 나타나고 그 옆으로 갑자기 산 입구가 나타난다. 그 다음부터 40여분 정도는 목구멍에서 불길이 타는 듯한 고통의 시간... 저질 체력인 나는 높은 산을 오르거나 빨리 걸으면 목구멍에서 불길이 오르는 것처럼 뜨겁다!
<폭우로 곳곳이 파인 수종사로 오르는 산길>
산길 곳곳이 최근에 내린 폭우로 파이고 조금 낮은 곳은 물길이 되어 물이 콸콸 흐른다. 나무가 많지 않았으면 산사태가 날만한 상황이다.
<운길산 수종사 일주문>
오를 길은 높고 끝은 보이지 않으니 이 놈의 고행이 언제 끝나나? 산세를 보니 이쯤에서 오른쪽으로 커다란 서어나무가 있고 그 위로 수종사가 있었는데, 아닌가? 그러고 10여분이 지난 뒤에 드디어 산아래 멀리 물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행은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고행(?)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일주문 안쪽 주차장 앞의 열무김치 집이 생각났다. 그곳에서 얼음이 동동 뜬 열무국수 한 그릇 먹고 싶다! 그 국수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문이 닫혀있다, 미저러블...
<수종사 일주문 주변의 부도와 불상>
터덜터덜 걷자니 입구의 부도 2기와 시무외인, 여권인을 한 불상이 보인다. 그래, 예전에도 있었지... 부도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넘기고 주위에 핀 산수국과 하늘나리를 찍는데 비 때문에 쉽지 않다. 너무 어둡고 빗줄기는 렌즈를 덮치고...
<서쪽 불이문에서 수종사로 오르는 길>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내가 수종사까지 오르는 동안 일행들이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안 되면 내려오는 일행들과 합류하면 되겠지. 위, 아래로 난 두 갈래 길 중 절 왼편(서쪽)의 불이문을 지나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7, 80여m쯤 될 오르막에 돌계단과 돌담, 돌탑들이 서 있다. 맑고 몸이 좋은 날이라면 한 볼거리였겠지만 지친데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수종사 경내>
돌계단을 올라 드디어 수종사에 다다르니 일행이 찻집 밖 처마 밑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방금 도착한 나를 보더니 이내 일어선다. 일행을 몇 컷 촬영해주고 담 너머로 양수리 쪽도 힐끔 보고 부랴부랴 일행을 따라붙었다.
앞서가던 일행이 수종사 은행나무 아래에서 북한강, 양수리를 관망하느라 멈춰서더니 간식을 꺼낸다. 아, 숨 좀 돌릴 수 있겠다! 남들은 이미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쉬면서 경치 감상을 하면 나는 겨우 따라붙어서 숨을 몰아쉬면 일행은 바로 움직인다. ㅠㅠ... 입에 넣어주는 참외 조각, 과자 몇 조각을 우물거리며 기념사진을 고루 찍어주었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본 북한강과 양수리>
<수종사 사적기>
수종사에 대해 세조는 종소리에 끌려, 태조 왕건은 구리종을 얻고 고려를 건국했다는 일화가 있다. 좀더 확실한 기록으로는 세종의 6남 금성대군이나 성종의 후궁 명빈 김씨가 수정사리함이나 금동보살상 등을 시주했다고 하니 왕가와 인연이 깊은 절(원찰)임은 분명하다. 이 지역 출신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종사기’(水鐘寺記) 이렇게 기록했다고 한다. '신라 때 지은 고사(古寺)'이고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물이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기 때문에 수종사라 한다.'
우리가 쉬며 북한강을 조망한 그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는 세조가 심은 것이라고 하니 500살을 넘긴 고목이다. 어찌나 큰지 성인 두어명이 팔을 둘러야 할 정도이다. 이런 규모의 은행나무는 용문사, 영동의 영국사 정도에서만 보았다.
<동쪽 불이문에서 본 은행나무>
뿌연 시계 때문에 북한강 조망은 실망스러웠다. 열무국수는 문을 닫아 못 먹었고, 절의 찻집은 발이 젖은데다 시간에 쫓겨 못 들어갔지만 수종사에 올랐고, 절도 두루 보고, 뿌옇긴 하지만 북한강, 양수리 쪽도 봤고... 빗줄기를 뚫고 그 가파른(?) 수종사까지 일단 다녀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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