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올레길은 산림형 코스 4개, 하천형 코스 3개, 도심형 코스 2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역곡의 성공회대학 뒷산부터 서울수목원-천왕산을 거쳐 부천의 범박산 황토길까지 한바퀴를 돌아왔으니까 대략 산림형 3코스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코스와는 상관없이 서울수목원에서 폐쇄된 철길을 따라 가다 범박산으로 올랐으니 구로 올레길의 어느 부분까지 간 것인지 판단이 안 된다. 원래 계획이 '철길 따라 걷기'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성공회대학 뒷산과 범박산은 우리의 처음과 마지막 코스에 있었다. 서울 서쪽 끝인 양천구 신정동에서 시작하여 부천-광명을 거쳐 다시 서울로 이어지는 코스이니 구로 올레길이란 표현도 맞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몸에 부쳐 험한 산을 못오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유명한 산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가볍게 걷는 코스를 고른 것인데 가을 빛이 돌기 시작한 철길 주변의 논이나 밭, 야생화들, 높지 않은 산이 마음에 들었다. 출발점까지 되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중간에 식사한 시간을 빼고 대략 3시간 남짓이다. 서울 근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골 풍경이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우리가 걸은 9월 24일 오후는 날이 더워서 물 때문에 좀 고생했다. 걷는 내내 민가가 없고 철길 구간은 그늘이 없기 때문에 물과 간식, 모자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구로 올레길 안내도>
<우리의 출발점인 성공회대학교 뒷산>
우리가 걸은 코스는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단점은 내가 가기 힘들다는 것, 장점은 그래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승용차를 성공회대학교 구내에 주차한 후 이동했는데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다.
<성공회대학교 뒷산이 끝나고 이어지는 철길>
사진 오른쪽으로 성공회대학과 서울수목원이 있다. 우리는 땡볕을 피할 겸 작고 참나무가 많아 걷기에 좋은 성공회대 뒷산을 선택했다.
<철로 주변 풍경>
이 철로는 아주 폐쇄된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 두차례 기차가 다닌다고 한다. 안내도를 보고는 판단이 어려웠지만 대충 천왕 차량기지로 이어지는 지선이 아닐까 추측한다. 서울수목원이 생기기 전인가 잠깐 레일바이크를 운행했다고 하는데 주변 환경이나 서울 외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만 개발하면 좋은 코스가 되지 않을까?
<아직은 황량한 서울수목원>
철길을 걷다 나란히 이어지는 서울수목원으로 내려왔다. 이제 막 공원 조성이 끝난 참이라 황토색 맨땅 투성이이다.
<서울수목원의 물옥잠>
<서울수목원의 연못>
예전에 커다란 낙시터였던 점을 살려 억새, 왕골, 갈대, 물옥잠 등의 수생식물을 많이 심었다. 나무나 꽃 등을 식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이 들지만 연못은 제법 자리를 잡고 면적이 넓어 봐줄만 하다. 억새나 왕골, 줄 틈에서 사는 민물고기를 먹으려는지 새들도 제법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 위주로 꾸민 수목원이나 숲보다 훨씬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철길로...>
서울수목원을 둘러보고 다시 철길로 나왔다. 서울수목원 맞은편 쪽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코스모스가 군데군데 피어있다.
<서울수목원이 끝나고 범박산 쪽으로>
이곳을 지나 3~400m 앞에 있는 다리 쯤이 서울, 광명, 부천의 경계선일 것 같다. 이 지점부터는 시골 특유의 x 냄새가 많~이 난다.
<철교를 건너고...>
<철교 위에서 되돌아본 부천쪽>
<철로 위의 해바라기>
범박산 아래 쪽에서 철로가 3개로 갈라진다. 하나는 오른쪽의 군부대로, 하나는 왼쪽으로, 그리고 이 철로가 중간에 있는 것이다. 사용 안한지 오래 됐는지 녹이 심하게 슬고 철로 위를 금계국, 해바라기, 잡초가 점령했다. 금계국은 철로 주변에 많이 심는 꽃이다. 아마 왼쪽으로 철로를 바꾸면서 폐쇄된 모양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지 잡초에 걸려 걷기 힘든 구간도 있었다. 철로 아래 냇가에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개구리밥(부평초)이 가득하다.
<개구리밥(연두색)과 여뀌(분홍색)>
여뀌꽃도 이렇게 군락을 이루니 아름답다!
<철로 주변의 코스모스, 미국쑥부쟁이, 며느리배꼽>
<철로 합류 지점>
<기차놀이>란 팻말이 앞에 세워진, 우리만 보기에 아까운 예쁜 조형물이다.
<철로를 벗어나 범박산으로, 맨발황토숲길>
산은 크지 않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양쪽에 통나무로 경계선을 만들어 놓았다.
<범박산에서 본 풍경>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길인지 아직은 한산하다. 횡단보도가 없어서 오갈 때 모두 무단횡단을 해야했다. 지하통로가 1개 있긴 한데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왼쪽 앞으로 보이는 산너머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범박산을 올랐다 내려왔다.
<왼쪽 산너머의 순두부집>
서울수목원을 1km쯤 앞둔 철도 건널목 근처에 있는 유일한 음식점인데 주인이 직접 만든다는 순두부 맛이 꽤 좋다. 주변에 널려있는 미나리꽝의 미나리로 무친 미나리 나물이 별미이다. 식사 시간 대에는 손님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마루밑으로 숨은 흰둥이는 순해 보이지만 우리를 보고 심하게 짖어댔다. 짜아식, 손님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성공회대학교>
주차한 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란 건물 1층에 있는 <자연드림>이란 생협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렀다. 아메리카노 냉커피 1잔이 1,700원인데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는 내가 최근에 마신 커피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내친 김에 모카빵, 베이글빵, 라면 등을 샀는데 다른 생협 물품에 비해 값이 상당히 저렴했다. 빵은 단맛이 적고 구수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라면은 아직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성공회대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분야의 강의 때문에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가본 것은 처음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건물이 제법 많았다. (벽돌 건물은 거의 없고) 시멘트만으로도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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