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집 화단의 사마귀 - after

큰누리 2012. 8. 27. 21:23

8월 12일에 우연히 날아든 우리집 화단의 사마귀는 여전히 안녕하시다. 가끔 안 보이면 아주 떠난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허전해진다. 오늘로 우리 화단에 사마귀가 입주한지 딱 15일 됐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들었거나 외롭다는 증거라는데 나는 어디에 해당하나?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화단의 사마귀를 벗 삼아 들여다볼 수도 있고, 소소한 것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틈만 나면 화단을 보는데 요즘은 사마귀가 잘 안보일 때가 많다. 식물이 더 무성해진데다 사마귀 녀석이 자주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이젠 어느 정도 우리집 화단에 익숙해졌나? 게으르다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스피아민트꽃 앞에 죽치고 있던 녀석이 지금은 식물을 떠나 베란다를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흔들거리는 스피아민트나 박하 줄기에서 곡예하듯이 아슬아슬한 자세로 곤충을 노려보기도 한다. 

최대한 녀석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애는 쓰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만 나면 여전히 빤히 노려본다. 연두빛 반투명한 동그란 눈에 바늘로 짙은 갈색 점을 하나 콕 찍은 것 같은 눈...

 

오늘은 녀석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장면 처음 보았다. 그래봤자 2m 정도이지만 어쩐 일인지 요즘은 아지트인 들깨잎보다 다른 식물의 잎 아래나 줄기에 붙어있는 일이 잦아졌다. 먹잇감이 되는 작은 벌이나 파리 등은 아무래도 스피아민트나 박하꽃에 가장 많은데...

 

사마귀가 이사온 후로 들깨잎 뿐 아니라 다른 식물에도 벌레들이 늘었다.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사마귀도 벌레 방제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모양이다. 먹을 목적이 아니니까 나야 상관없지만 애벌레들이 들깨잎을 부러뜨려서 이 녀석의 은신처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터무니 없는 바람이지만 이 녀석에게 짝이 생기면 좋겠다. 풀밭도 아니고 주변에 넓은 화단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녀석은 결국 홀로 살다 죽을 것 같다.

 

 

<12. 8/27. 이동하는 모습을 오늘 처음으로 포착>

 

 

 

<벤자민 화분으로 이동> 

들깨와 벤자민은 2m 정도 떨어져 있다. 벤자민에는 곤충들이 없는데, 소풍 나왔나? 

 

 

 

<무사히 벤자민에 안착>

 

 

<이번엔 플루메리아 잎으로 이동>

하와이언 러브는 벤자민 바로 옆 자리에 있다. 하와이언 러브는 생김새가 바오밥나무를 연상시킨다. 하와이언 러브라는 관엽식물은 달랑 하나 밖에 없는 굵은 줄기 끝에 커다란 잎이 열린 게 재미있어서 올봄에 구입했다. 햇빛에 약해서 반그늘 상태로 키우는데 목질처럼 단단해 보이는 줄기가 실은 허당이라 손으로 꾹 누르면 약간 말랑하다. '하와이언 러브'라는 이름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동하면서 식물을 파는 분에게 샀는데 제법 큰 화원에 가도 식물 이름을 모르거나 틀린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ps : '하와이언 러브'라는 이름이 영 미심쩍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생김새가 눈에 익었다. 구입한지 1년 쯤 된 시점에서 갑자기 동남아에서 가장 많이 본 식물 중의 하나인 '플루메리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잎이 작아서 잘 몰랐지만 잎이 어느 정도 자라고 줄기 끝이 뭉툭한 것을 보니 확실히 구분이 되었다. 화원에서 말하는 '하와이언 러브'라는 이름은 하와이인들이 환영을 할 때 향기가 농염하고 송이가 굵은 이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주기 때문에 붙인 듯 하다.

  

 

 

<기특하게 이렇게 의젓한 포즈를 취해줬다^^>

너, 오늘 '짱'이야!

 

 

<플루메리아에서 다시 베란다로...>

 

 

<바깥 구경 좀 해볼까나?>

포즈는 그렇지만 사실은 높은 베란다로 이동하느라 늘여뺀 자세이다. 

 

 

<다시 베란다로>

사진을 정리하고 나가보니 어디론가 쉬러 들어가고 없었다. 지금 쯤 잠을 자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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