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더라고 어린이 날이어서인지 답사 길은 도로가 온통 주차장이었다. 우리야 뭐, 밀리면 밀리는대로 수다를 떨다 지치면 바깥 풍경 감상하면 그만이지만 운전하신 두 분은 고생이 많으셨다. 도착 시간이 늦어 일정이 많이 축소 되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달리는 머리에 집어넣을 것도 줄고 다리 고생 안 시켜 좋고... 그래도 서울에 돌아왔을 때 몸은 젖은 솜뭉치 같았다. 아마 더운 날씨 탓이었을 것이다.
광덕사는 호두나무 시배지(처음 심은 곳)로 유명하다.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이란 분이 원나라에서 들여온 호도나무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씨앗은 자신의 집 뜰에 심었다고 한다. 광덕사 보화루 앞의 호두나무는 400여 년 수령으로 추정하며, 천안이 호두의 본 고장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곳이다. 지나치는 길에 호두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것을 보긴 했지만 우리가 지나는 길목에서 특별히 더 호두나무를 보진 못했다. 대신 작년 봄 능원묘 답사 때 어사 박문수묘역 주변 야산에 호두나무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사찰은 글쎄... 워낙 중창을 거듭하고 1990년대의 화재 등으로 고찰이란 느낌은 전혀 없었고 산신각 뒤쪽의 부도 4기도 볼만은 하지만 조선 후기 것이라 그 역시 연륜이 짧다. 보존상태는 모두 훌륭하다. 광덕사에서 운초 김부용 묘로 오르는 500m의 산길에 야생화들이 많았다.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하얀 광대수염과 미나리냉이가 사람이 공들여 가꾼 화단의 꽃 못지 않게 아름다워서 눈이 즐거웠다.
<광덕사 연혁>
언제 쓴 글인지 필체나 글투가 고풍(?)스럽다. '~하시었읍니다'
<광덕사 일주문>
광덕사 건물은 대부분이 (청)녹색 위주로 단청을 해서 시원스러운 느낌이 든다.
<광대수염(위)과 미나리냉이(아래)>
광덕사 주변(태화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이다. 미나리냉이는 와사비로 불리는고추냉이와는 다르다.
<광덕사 본 건물 입구>
중앙의 건물 앞으로 400년 된 호두나무 고목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 절 곳곳에 연등을 내걸었다.
<조선조 3대 여류시인이라는 운초 김부용 묘역>
허난설헌, 이매창, 황진이 등은 익숙한데 왜 이 분은 낯이 설까? 김부용 묘를 가려면 광덕사 일주문을 지나 광덕사를 왼쪽으로 끼고 산을 좀 올라야 한다. 광나루님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은교>와 김이양, 김부용의 사랑이 오버랩 된다고 했는데 영화는 아직이지만 (내용은 아니까) 맞는 말이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손녀 뻘 되는 사람이 교감을 하려면 어지간한 정서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속물인 내 생각...
<김부용 묘를 먼저 들렀다 내려오는 길의 광덕사 천불전>
철거- 소실- 최근에 원형대로 복원했는데 문화재 자료라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내부의 비로자나불을 비롯한 주존 뒤 탱화의 천불들(얼핏 보면 사방연속 무늬 벽지 같다!)이 신기했다. 그 동안 천불전에서 그림 대신 작은 소조상들을 모신 것을 봐서였을 것이다.
<광덕사 대웅전과 돌사자>
<광덕사 3층 석탑과 측경>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세운 석탑치고 보존상태가 좋고 작아서 무척 귀엽다.
<광덕사 명부전의 지장보살상>
내가 지금까지 본 지장보살 중에서 표정이 가장 근엄하다.
<광덕사 경내의 모란>
서울은 이미 졌는데...
<광덕사 명부전에서 산신각으로 가는 길의 비석과 동자승 인형들>
비의 글을 읽어보려 했지만 판독불가. 천안 지방의 석비는 이렇게 생겨먹은 게 많아 글씨 상태가 좋음에도 판독이 어려웠다. 뭐랄까, 돌의 색 때문에 반사가 심해서 글이 잘 안 보인다는...
<광덕사 부도 4기>
광덕사의 유적이나 유물은 문화재 자료나 유형문화재가 대부분이다. 부도는 상태가 아주 좋아서 최근 것인 줄 알았는데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광덕사 천불전과 인왕(금강역사)상>
보통 두분이 양쪽에서 지키는데 이 분은 야외에서, 야샤시한 옷차림으로, 그것도 나홀로...
<광덕사 경내의 예~쁜 애벌레>
누가 이렇게 예쁜 벌레를 '버러지'라 할 수 있겠는가!
<광덕사 보화루 앞의 고목 호두나무>
서두르느라 광덕사의 상징인 이 나무를 놓칠 뻔 했다.
<천안 태학사>
이 절 왼쪽으로 돌아올라가면 삼태리 마애석불이 있다. 광나루님은 76차 능원묘 답사 결과에서 이 절을 '법왕사'라 했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인지?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
문화재 안내에서 같은 의미인데 용어가 달라 헛갈리는 경우가 있다. 마애석불과 마애여래입상(두 단어는 보통 같은 뜻으로 쓰였다)의 경우가 그렇다.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몸은 다소 밋밋하지만 보존상태도 좋고 상당히 크다. 어느 안내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라 쓰였는데 그건 아니다. 경주 남산의 목이 없는 대불(마애불이었던가?)이 훨씬 크다.
<삼태리 마애석불 앞 절 중의 하나 법왕사 뒤쪽>
마애석불에서 내려가는 길인데 바위와 시멘트 다리 위를 자연스럽게 비껴 올린 기와가 인상적이다.
<법왕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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