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천

정수사와 강화도 가을풍경

큰누리 2012. 11. 22. 19:37

몇년 전에 함허동천에서 정수사로 오른 적이 있는데 꽤 가파른 코스를 낑낑거리며 올라갔더니 절이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다. 그 때 기억에 남은 것은 대웅전 뒤의 등산로, 대웅전 앞의 잘 생긴 바위 정도였다. 절을 본 게 아니라 공사장의 돌더미와 불사용 기와더미를 본 것이다. 이번에는 승용차로 주차장까지 간 후 조금 걸어서 들어갔는데 느낌이 전혀 달랐다. 절은 말끔하게 단장을 마쳤고 단아한 대웅보전이 예전의 잘 생긴 바위 뒤로 드러났다.

 

동행한 고수의 안내로 보물 제161호 대웅보전에 들러 천정 귀퉁이의 꽃병을 찾았다. 부처를 모신 전각 안 천정의 꽃병이라... 예배를 드리는 신도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꽃병을 새긴 대웅보전의 어간문이 접혀있어 망서리고 있는데 고맙게도 불자 한 분이 예배를 끝내고 나오다 문을 닫아(펼쳐)주셨다. 어간문은 총 4짝으로 각각 중앙 아래의 꽃병에 꽃을 꽂은 형태의 부정형 창호이다. 중앙의 2짝은 대칭에 가까운 연꽃을, 바깥쪽의 2짝은 모란으로 보이는 꽃을 배치했다. 얼핏 보면 대칭이지만 자세히 보면 색이나 모양이 조금씩 다른,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문이었다. 대웅보전의 툇마루도 눈여겨 볼만하다. 법당 앞에는 일반적으로 툇마루가 없는데 정수사 대웅보전에는 툇마루가 있다. 원래 없었는데 세종 때 붙인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정수사 대웅보전에는 위에서처럼 특이한 볼거리(!)들이 많다.

감탄을 연발하며 마당으로 나서서 양쪽으로 예쁜 등이 늘어선 계단을 따라 내려가노라니 요사채로 보이는 건물로 이어지는 자그마한 보도가 있었다. 그 작은 공간을 놓치지 않고 크기가 다른 돌로 성글게 연꽃을 모자이크 했는데 소박하지만 만든 이의 높은 심미안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특징도 많고 곱고 단아한 절이었다.

 

마니산을 내려와 사기리의 탱자나무를 보고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이건창 선생의 생가에 들렀다. 명미당 이건창 선생은 15세에 등과하여 20대에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린 분이다. 서구열강이 조선에 밀어닥친 격랑의 19세기 말에 꼿꼿한 태도로 요직을 거치며 문장가로도 이름을 날린 강화학파의 중심 인물이다. 1996년에 재현했다는 단촐하면서 미니어처  같은 생가보다 길 건너의 탱자나무가 살아 생전에 올곧고 청렴했을 선생의 성품을 오히려 대변하는 것 같았다.

 

생가에서 제법 떨어진 선생의 묘소를 찾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몇번이나 주변을 빙빙 돌다 겨우 찾은 묘소에는 번듯한 비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았다. 건평교회에 차를 세워두고 묘 앞까지 짧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현관 쪽문 앞에 널린 양말, 가을걷이를 하는 아낙네, 그리고 강화도의 유명한 호박고구마를 캐는 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나즈막한 봉분을 향해 오르는 돌계단에는 떨어진 은행이 밟혀 풍기는 구린내와 기우는 햇살을 받고 아름다운 보라빛을 발하는 꽃향유가 묘하게 어우러졌다.

 

 

<마니산 정수사 입구>

 

 

<정수사와 단아한 대웅보전>

 

  

 

<정수사 대웅보전의 어간문(창호)>

문 1짝마다 네 개의 서로 다른 병에 꽃을 꽂은 모습이다.

 

 

<정수사 대웅보전 천정 모서리의 꽃병>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기운 꽃병이 보인다.

 

 

<일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웅보전의 툇마루>

원래 없던 것을 덧댔다고 한다.

 

 

<정수사 대웅보전과 산신각>

 

 

<정수사 계단 아래의 예쁜 모자이크 바닥>

크기와 색이 다른 돌로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장식을 했다.

 

 

<정수사 마당의 바위>

 

 

<강화도 사기리 이건창 선생 생가의 담과 굴뚝>

 

 

<해가 지는 마을길 4코스 안내판>

 

 

<해가 지는 마을길 4코스에 있는 이건창 선생 묘 입구>

 

 

<이건창 선생 묘 입구의 가을풍경들> 

 

 

 

<이건창선생 묘 주변의 꽃향유와 밤송이, 은행들>

 

  

 

<이건창 선생 묘 아래의 꽃향유와 고구마밭> 

 

 

 

<이건창 선생 묘에서 본 강화도 건평리>

 

 

<강화도 건평리의 고구마 수확>

전면의 교회 오른쪽 앞산에 이건창선생 묘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