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천

알맹이를 도둑 맞은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

큰누리 2012. 11. 28. 23:03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

강화도의 사찰 4개를 답사하면서 나는 이전에 백련사를 들른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아니었다. 아마 같은 고려산에 있는 청련사를 착각한 것 같다. 문화재 답사를 취미로 하는 이 즈음에 청련사를 봤다면 같은 강화도 고려산에 있으면서 '연꽃'과 관련된 두 절을 절대 착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화도 고려산의 절들은 천축조사가 고려산 정상의 연지에서 색깔별로 연꽃을 꺾어 공중으로 날린 뒤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절을 짓고 연꽃 색에 따라 흑, 백, 적, 청, 황련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공통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위의 절 중에서 현재 흑, 황련사는 이름만 전하고 청, 백련사는 그대로, 적련사는 적석사로 개칭되어 절이 남아있다.

 

울창한 전나무 숲을 지나 절 입구에 이르면 보호수로 지정된 해우소 앞의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그 보다 젊은(!) 느티나무 고목들이 절 아래 입구에 늘어서 있다. 느티나무 고목이 절 앞에 식재된 것도 특이하고 그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이나 틀이 없이 들쪽날쭉 서 있는 것도 특이하다.

1단 높은 석축 위로 올라가면 백련사의 본전인 극락전이 먼저 보인다. 나는 내 방식대로 절의 건물이나 배치를 훑어보는데 문화재 고수인 팀원들이 극락전 주변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알고보니 보물인 철제아미타불좌상이었다. 있을 리가 있나? 보물 제994호인 백련사 철제아미타불좌상은 보물로 지정된 1989년에 이미 도난 당했기 때문이다. 우린 그걸 모른 채 갔던 것이다. 그래서 법당 안 벽에는 '무서운 도적을 물리치는 글'이 걸려 있다.

 

백련사는 작고 아담하다. 눈에 띄는 당우는 당연히 주불전인 극락전이지만 그 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밤색 나무로 지은 요사채로 보이는 건물이다. 단청없이 밤색 나무로만 지은, 사방이 반듯하고 지붕도 일직선에 가까운 그 건물은 일본 사찰을 연상하게 했다. 일본 느낌이 나는 건물과 전통적인 단청을 한 불전이 묘하게 어울린 절이다.

 

절 한켠에서 아담한 크기의 부도를 본 것 같은데 서산대사의 6대손인 스님의 부도라고 한다. 절 입구 석축 아래 두리뭉실한 돌거북이 한 마리가 있다. 약수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북이 등 위에 비석을 꽂은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크게 부각되는 점은 없지만 절 진입로의 제법 깊은 전나무숲과 고목들, 조용하고 아담한 절이라 한번 쯤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백련사 해우소 앞의 450년된 보호수(느티나무)>

 

 

<백련사 입구의 예쁜 건물>

잘 생긴(?) 쓰레기 소각장인 줄 알았는데 신축 중인 당우인 모양이다.

 

  

<주차장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

거리는 짧지만 절 아래에서 건물과 일렬로 이어지는데다(다른 절은 보통 일주문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데) 주변에 느티나무 고목들이 불규칙하게 늘어서서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

 

  

<고려산 백련사 안내문>

다른 고려산의 연꽃 관련 절처럼 '고구려 장수왕 4년에 천축조사가...'로 이어진다. 천축조사는 이름이 아니라 인도의 별칭인 '천축'에 승려를 의미하는 '조사'를 붙인, 인도에서 온 스님을 지칭하는 말인 듯 하다. 

 

  

<석축 위로 보이는 고려산 백련사 극락전>

 

  

<고려산 백련사>

 

  

<고려산 백련사 극락전 전경>

 

 

<고려산 백련사 극락전과 일본 사찰 분위기의 건물>

요사채인 듯...

 

  

<고려산 백련사 극락전의 불상들>

중앙의 주존불을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이 협시한 모습이다. 이 부처님만으로도 충분히 자애롭고 평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중앙의 구품정인을 한 주존불 자리에 도난 당한 철제아미타불 좌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긴 했다. 

 

 

 

<고려산 백련사의 석축>

'민간인 불법사찰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구호가 걸려있다.

 

  

<석축 플래카드 아래의 비석 받침대 돌거북상>

등에 비석이 꽂혀 있던 흔적이 또렷이 남아있다.

 

  

<백련사 아래의 부속건물>

붉은 원형 벽돌 건물과 함께 눈에 띄는 건물이다. 요사채로 보이는 밤색 건물도 그렇고 전혀 성격이 다른 건물이 안팎으로 묘하게 어울려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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