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육군사관학교 탐방2 - 육군박물관

큰누리 2012. 12. 16. 22:00

육군사관학교를 탐방한다는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나를 가장 만족시킨 곳은 육군박물관이었다.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 본 것을 토대로 궁금했던 것을 더 심도 있게 보고 싶다. 그 만큼 박물관 안 전시물의 양이나 질이 훌륭했다.

그런데 왜 '육사박물관'이 아니고 '육군박물관'인가? 그것은 '육사'라는 한정된 테마로 박물관을 열면 육사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내용이 한정되어서 좀더 폭이 넓고 역사가 긴(나라를 세우는 순간 군대의 역사도 함께 한다.) '육군'을 주제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육사박물관'이 아니라 육사 안의 '육군박물관'이다.

 

육군박물관에 들어서면 먼저 박정희대통령이 탔던 리무진 승용차가 눈에 들어오고 내부 계단 양쪽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하게 제작된 최초의 지도라는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복사본'이 계단 옆에 걸린 걸 놓칠 뻔 했다. 길이가 7m가 넘는데... 지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옛날에는 통치에 가장 기본이 되는 지도 제작이나 배포를 국가의 지형에 대한 기밀이 누설된다 하여 엄격히 금했다고 한다.

 

개괄적인 전시 내용은 내가 일 때문에 가끔 들르는 전쟁기념관과 많이 겹쳤다. 전쟁기념관이 일반 박물관처럼 우리나라 전쟁의 흐름과 6. 25에 관련된 내용, 그에 따른 무기나 스토리를 많이 소개했다면 육사박물관은 전쟁과 관련한 특정 분야에 대해 밀도 있는 내용을 전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부담없이 스치며 본 전쟁기념관의 전시물에 비해(워낙 자주 봐서이기도 하지만) 육사박물관의 전시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 열심히 들여다 봤다. 그런데 다른 일정에 쫓기고 워낙 넓은 육사를 다 둘러봐야 하는 일정 때문에 박물관 관람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육군박물관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들자면 우리의 전통 무기인 활과 칼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 일반 박물관에서 보기 어려운 고종황제나 영친왕이 사용한 복장이나 무기, 다양한 권총이나 총(은 기본이고), 특히 군사작전이나 전쟁에서 필요한 고지도나 고문서 등이 눈길을 끌었다.

들어가면서 육군박물관에 보물 7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 5개만 찾았다. 확인할 시간이 없었지만 독립된 박스 안에 단정한 사대부 여인의 초상화가 있고  그 아래로 전쟁을 약간 빗겨난 칼과 호랑이를 수놓은 무인용 흉배 등이 진열 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자세히 못본 것에 대한 아쉬움이겠지만 그 여인은 누구일까, 물건의 주인은 남편이었을 텐데 설마 전사한 것은 아니겠지? 

 

총과 관련된 전시물 앞에서 권총에 대한 설명서를 보면서 6방 중 한방만 총알을 넣고 돌린 다음에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쏘는 영화에서 가끔 본 러시안 룰렛을 떠올렸다. 그 외에 북한군 군복과 비슷한 광복군의 복장과 물품들, 파월장병과 관련된 전시물을 봤다. 재미있었던 점은 전시 된 파월부대의 깃발이 '비둘기부대'가 아닌'비들기부대'였다. 

관람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육사 생도 사진과 마스코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독촉을 받으며 다음 장소인 청헌당과 육사 연병장, 야외 무기전시장을 보러 나왔다. 

 

 

<육군사관학교의 육군박물관>

 

 

 

<육군박물관 안의 박정희대통령이 탔던 리무진 승용차>

 

 

<육군박물관 계단 옆에 걸린 대동여지도>

가로 374cm, 세로 754cm에 22첩으로 된 엄청난 크기이고 축적 비율은 1:162,000이다. 보조 기구 하나 없던 당시에 발로만 걸어서 제작한 지도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을 위해 필생을 바친 이런 집념을 가진 조상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본, 등잔불 아래 고통스런 표정으로 누운 김정호가 딸에게 지도를 필사 시키는 그림이 생각났다.

 

 

<육군박물관 내부>

 

 

<육군박물관 전시물들>

매번 볼 때마다 '도'와 '검'의 분류가 새삼스럽다. 돌아서면 또 잊어버릴 것이다, ㅎㅎ...

 

 

<육군박물관의 활, 화살 관련 전시 내용>

 

 

 

<고종황제가 쓰던 활>

난반사가 심해 제외시켰지만 옆에 고급스러운 둥근 통에 담긴 화살통이 있다.

 

 

<7개의 보물 중 처음 찾은 보물, 대완구>

조선 헌종 11년에 제작된, 사거리 500m짜리 요즘으로 치면 대포이다.

 

 

<권총, 쌍권총, 장총들>

 


<영친왕의 일본 계급장>

 

 

<전투복>

꽤 고급스러운 이 갑주 등의 전투복 주인을 놓쳤다.

 

 

<내 기억에 강하게 남은 부인의 초상화와 부인이 남편을 위해 만들었을 흉배 등의 물건>

 

 

<각종 교지와 보물 제1226호 조흡 왕지>

교지는 조선 시대에 국왕이 관원에게 내린 각종 문서를 말한다. 왼쪽 아래의 파란 테두리를 한 교지는 보물 제1226호로 태종이 조흡에게 내린 왕지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넘어서는 군대 명령서인 전령의 sign>

 

 

<각종 병서들>

 

 

<나침반(왼쪽 아래), 무관 최수명 묘지명(오른쪽 아래)과

수문장들이 계 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명단을 적어 나눠가진 수문장 계회도(위)>

 

 

<무인용 호패들>

요즘으로 치면 주민등록증 + 군번 줄?

 

 

<보물 제391호 부산진 순절도와 보물 제392호 동래진 순절도>

 

 

<조천도>

조선의 인조가 명의 황제로부터 즉위에 대한 고명과 면복을 받기 위해 사절로 보낸 이덕형 일행에 대한 기록화.

 

 

<육군박물관의 스테인드글라스>

 

 

<러시안 룰렛을 생각하게 한 권총 안내도>

 

 

<파월부대 깃발들>

'비들기부대'가 인상적이다.

 

 

<조선 광복군의 복장>

 

 

<입구에서 사관 생도의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육군사관학교의 눈에 띄는 건축 조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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