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병장

큰누리 2012. 12. 29. 21:12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

일반인들이 육군사관학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육사 출신의 대통령들과 연병장이 아닐까 한다. 연병장은 훈련하는 운동장 쯤으로 해석하면 맞을까? 육사 안내도를 보니 연병장(정식 명칭은 화랑대연병장)보다 더 큰 3체련장도 있고 화랑구장이란 곳도 따로 있었다.

육사 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기념탑과 연병장이었다. 육군박물관에서 나오면 탁 트인 연병장 쪽으로 강재구소령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65년 10월 4일 월남파병을 앞두고 맹호부대 훈련장에서 부하가 실수로 떨어뜨린 수류탄을 안고 산화해서 부하를 구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육군장병의 성금으로 건립한 동상이라고 한다. 불신의 시대를 지나면서 강재구소령 사건(?)은 조작된 것이라는 풍문도 한 때 떠돌았는데 안타깝고 고인에게 면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강재구소령 동상을 지나 동북쪽 연병장 끝 쪽으로 가면 삼군부 청헌당 건물이 있다. 삼군부 청헌당은 1868(고종5년)에 지은 삼군부 건물의 일부로 건립 2년 후인 1870년에 소실되었다가 다시 지었는데 청헌당은 79칸 중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요즘으로 치면 육, 해, 공군 총사령부 같은 곳이었을 테니 조선이 멸망하면서 일제 쪽에서 가장 먼저 제거할 대상이었을 것이다. 청헌당만 달랑 원 위치에 남아있었으나 1967년에 정부종합청사를 지으면서 육사로 옮겨 지었고 모양도 좀 달라졌다고 한다.

 

연병장을 지나면 육사 중앙에 해당하는 위치에 육사본부가 있고 앞에 교훈탑이 있다. 서문에서부터 성당이나 법당, 교회를 비롯한 종교관련 건물, 기념관, 박물관, 연병장, 3체련장, 종합경기장까지가 개방지역이다. 연병장은 육사졸업식 때 졸업생들과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상당히 넓고 잔디가 깔려 있으며 남서쪽 방향으로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명산들이 모두 전망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등...

 

지금은 공기 좋고, 전망 좋고, 호젓한 곳이지만 육사가 이곳에 들어설 당시엔 외진 벌판이어서 운동장을 만들 때 상당한 고생을 한 모양이다. 화랑연병장 안내문에는 운동장을 만들 당시에 생도들이 고생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도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흙을 나르거나 다지는 등의 일에 동원되어 고생한 경험이 있다. 화장실 청소도 따로 고용하는 요즘의 학교와는 격세지감 정도가 아니라 딴 세상 이야기 같다.

 

연병장 중앙의 본부석 쯤에 해당되는 곳에는 서예가 손재형이 쓴 '화랑대' 현판이 보였다.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 별당이 있는 석파랑이 손재형씨의 작업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군대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면서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의 여성들 만큼 군대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대학에서나 초년 직장시절에 남자들은 의례 '내가 군대에 있을 때...'로 대화가 시작되면 동석한 우리 여자들은 '또 시작이구나' 하면서 몸을 비비 꼬곤 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젊은 남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끝도 없이 군대 얘기들을 해대던지...

여자들이 들으면 그 얘기가 그 얘기였는데... 이젠 내 주변에서 군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아들이 있었다면 지금 쯤 군대 얘기에 솔깃하겠지만 나는 다행히(!) 아들이 없다. 

 

어쨌거나 이번의 육사방문으로 오랜 기간 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일부나마 알게 되었다. 충분히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시고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아주신 군수인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강재구 소령 동상>

강재구 소령의 희생적인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생도들이 기초훈련을 할 때 재구의식을 행하고 매년 모범적인 중대장, 생도에게 재구상을 수여한 후 수상자 명단은 기념관에 게시한다고 한다. 

 

 

<삼군부 청헌당>

삼군부의 한 건물로 원래 광화문 앞에 있었으나 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서면서 1967년에 육사로 옮겨 지었다. 노기신사의 제정러시아 요새포도 그렇고, 아래의 연령군 이훤신도비도 그렇고, 육사에는 공교롭게 원 위치를 잃고 옮겨온 유적이나 유물이 많다.

 

 

<연령군 이훤 신도비와 삼군부 청헌당>

연령군은 숙종의 여섯째 아들이다. 후손도 없이 21세의 나이에 병사하자 숙종의 명으로 세웠다. 원래 비와 묘가 영등포구 대방초등학교 교정에 있었으나 1940년에 묘역을 충남 예산으로 옮기면서 비만 남아있던 것을 1967년에 육사로 옮겼다. 

 

 

 

<육사 화랑대연병장과 기념탑>

산에는 문외한이라... 탑 너머로 보이는 산은 수락산?

 

 

<육사 화랑대연병장>

 

 

<육사 교훈탑과 본부>

 

 

 

<육군사관학교 연병장>

 

 

 

 

<연병장 정면에서 본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이 보인다. 

 

 

<화랑 동상>

강재구 소령 동상이나 화랑상 모두 패기가 넘친다.

 

 

<야외전시장에 새긴 이름들>

앞으로도 새길 이름을 위해 빈 자리를 남겨두었는데... 뭔가 명예스러운 이름인데 설명을 놓쳤다. 

 

 

<육군사관학교 야외전시장>

  

 

 

 

 

 

 

<육사를 나와서, 화랑대역>

이번에 육사를 둘러보기 전까지는 그냥 화랑대역이려니 생각했는데 화랑대가 육사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화랑대역은 얼마 전에 폐쇄되었지만 바로 앞에 육사 정문이 있다.

 

 

<화랑대역 안팎>

 

 


<육사를 나와서 이윤탁한글비로 향하는 길에 본 연탄재>

박스에 가지런히 담아둔 걸 보면 길이 얼었을 때 쓰라고 둔 것 같은데 연탄을 갈 때마다 들이마셨던 역겨운 가스조차 그리운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나보다. 

얼마 전 길이 얼어붙었을 때 출근하는데 염화칼슘을 너무 많이 뿌려서 붉은 입자들이 무더기로 길바닥에 뭉쳐있었다. 염화칼슘은 눈을 녹게해서 미끄럼은 막을 수 있지만 가로수의 성장을 방해하고 공해를 일으킨다고 한다. 먼지는 나지만 연탄재를 활용하면 환경면에서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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