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육군사관학교 탐방1

큰누리 2012. 12. 13. 18:45

<육군사관학교>

군부대는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육사는 처음이었다. 이번의 육사 탐방은 개인적으로 간 것이 아니어서 절차는 잘 모르겠으나 2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면 방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방문하면 육사 측에서 안내를 하는 분이 나온다. 내게 육사는 군 출신 대통령들, 정치적인 출세 라인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고,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군인 본연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기도 하다. 지금은 쿠데타로 권력을 쥔 과거의 육사 출신 대통령들이 물러난 마당이기 때문에 육사 본래의 이미지로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날의 답사는 태릉, 육사, 불암산 학도암마애여래좌상을 묶은 코스였는데 태릉은 이미 여러 차례 답사를 했고 마지막 코스인 마애불은 덤덤한 입장이었다. 동호회에서 한꺼번에 여러 코스를 묶은 답사를 할 경우 참가자는 저마다 선호하는 바가 다른데 한 코스라도 구미가 당기면 대부분의 경우엔 참가하기 마련이다. 이 날의 내 관심사는 육군사관학교 탐방이었다. 뭐랄까? 금지된 영역을 살짝 훔쳐보는 것 같은 긴장감이 있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여성으로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린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과 육사, 태릉선수촌은 모두 이웃해 있다. 태릉에서 폐쇄된 철로를 따라 몇 분만 걸으면 육사가 있다. 우리가 들어간 페쇄된 철로 앞의 정문 같은 큰문은 서문이고 나오는 길에 들른, 얼마 전 폐쇄된 화랑대역 바로 앞에 있는 문이 정문이다.

 

폐쇄된 철로 앞의 '화랑대'라고 쓰인 서문을 들어서면 높은 수직탑이 보이고 탑에 智, 仁, 勇이라 쓰여있다. 전형적인 기념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그 기념탑 내부에 육사를 PR하는 상당히 넓직한 기념관이 있고 탑 외관 1층을 한 바퀴 둘러 육사 졸업생 전원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붙인 중요한(!) 곳이었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아침을 걸르고 나온 일행을 위한 생도회관(PX-Post Exchage)이었다. 생도회관의 PX(일반인들 눈으로는 매점)'충성마트'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까까머리에 '습니다' 체 경어를 쓰는 병사 두명이 점원(?)인 PX는 물건 가격이 정말 착했다. 원두커피 한잔이 800원, 내가 좋아하는 시중에서 할인가격으로 2,400원쯤 하는 구운감자 과자 세트가 1,880원이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다양한 마스크팩이었다. 매점 병사에게 확인한 결과 생도에게 팔리는 것 맞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 빡빡하다는 군대(?)에서도 피부관리를 하는구나... 나는 재미 반, 필요 반으로 마스크팩 몇개와 딸에게 줄 얼룩무늬 발열내복 상의를 1개 샀다. 예상대로 딸은 재미있어 하며 그 내복 선물을 좋아했다. 딸은 내복을 입지 않지만 그 내복만은 입을 것 같다.

 

매점에서 나와 바로 붙어있는 성당을 지나쳐 기념탑으로 갔다. 그냥 기념탑이려니 생각했다가 안내한 분의 설명으로 탑 외부의 육사 졸업생 명단을 눈여겨 봤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서 구리가 금처럼 빛나는 이름이 몇개 있었다. 가장 빛나는 이름은 '박정희', 다음은 전두환, 노태우, 백선엽, 이후락 등... 한국현대사에서 내노라 하는 육사 출신들의 인기(!)를 '광(光) 밝기'로 확인했다.

 

기념탑 안 기념관에는 육사에 관한 모든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육사 연혁, 생도들의 하루 일과와 교육과정, 역대 육사 교장, 순직자 명단, 다른나라 육사와의 교류 등...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2인 1조로 생활하는 생도들의 방이었다. 작년엔가 본 육군의 생활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방은 2인 1조이니 당연히 다인(소대 단위?)이 쓰는 육군과 비교할 바가 못 되고 바로 옆에 침실과 같은 크기의 공부방이 있었다. 공부방 크기가 대학 기숙사의 방보다 훨씬 컸다. 본 것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전반적인 교육의 내용이나 질 모두가 우리나라의 방위를 책임 질 장교를 길러내는 공간다웠다.

 

 

<육군사관학교 안내도>

 

 

<육사기념탑>

그냥 기념탑이 아니라 1층부터 지하로 육사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 같은 곳이다. 정상 부분은 전망대인데 유감스럽게 우리가 방문한 날에 운행하지 않았다. 이 기념탑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1층 바깥을 빙 둘러 동판에 붙인 육사 졸업생 명단이다.

 

 

<맨 처음 들른 육군사관학교 매점>

중앙의 건물이 생도회관, 혹은 매점이고 오른쪽 건물은 생도들을 위한 성당이다. 교회는 바로 뒤편에, 법당은 북쪽 끝에 있다.

 

 

<육군사관학교 기념탑 1층>

풀 바로 위로 보이는 탑 하단부 3줄이 바로 육사 졸업생 명단이다. 미래의 졸업생을 위해 빈 동판도 넉넉히 남겨두었다. 

 

 

<육사 졸업생 명단 중에서 가장 '光'이 나는 5기 졸업생 '朴正熙'>

 

 

<기념탑 1층을 두른 육사 졸업생 명단>

 

 

<육사 기념공원 및 기념관 안내도>

 

 

<육사기념관 입구>

 

 

<육사기념관 내부>

'참되게 자라자'...등의 박정희 (필)체가 보인다. 경주 톨게이트나 경주 남산에 가면 육영수여사가 좋아했다는 미색 기둥들이 짝퉁 한옥을 도배했다. 나는 미학적으로 '박정희 체'나 '미색 한옥 기둥'을 혐오한다. 

 

 

 

<육사 교장들>

3면을 거의 채워가는 중이다.

 

 

<육사 복식 변천사실>

 

 

 

<전사자, 순직자실>

 

 

<육사 기념관>

 

 

 

 

<가장 내 관심을 끈 육사 생도의 방>

 

 

<생도의 방 중 공부방>

 

 

<승화탑>

성화대 같은 곳이라고...

 

 

<1950년 미국육사 졸업생 중 6. 25전쟁 전사자 추모비>

졸업하자마자 생떼 같은 목숨을 타국을 위해 바친 고맙고도 안타까운 이들... 

 

 

<노기 신사 안에 있던 제정 러시아 요새포>

제정 러시아가 1879년 뻬름군수공장에서 제조하여 극동침략의 거점인 여순지역에 배치했던 요새포이다. 러일전쟁(1904~1905) 때 일본군이 노획하여 노기신사(일제가 여순공략전을 지휘했던 노기대장을 기리기 위해 남산 기슭-現 리라초교 안에 건립)에 전시했던 것을 1967년에 육사로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