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묵은 큐슈여행2 - 우미지옥, 원숭이공연

큰누리 2013. 1. 17. 22:14

우미는 바다(海)를 뜻하는 일본어이고 '우미지옥'은 '우미지고쿠'라고 발음한다. 어감은 좋은데 웬 바다지옥? 

사진에서처럼 바다가 아니라 화산과 관련하여 수증기가 분출하는 곳을 '海지옥'이라고 한다. 이곳을 들렀을 때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너무 신기했다. 사방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허옇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주변에 마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 잡고 있고, 심지어 줄기가 작은 분출구는 우리나라의 온실처럼 생활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화산 분출구의 용액을 가루로 건조시켜서 피부질환 치료제, 혹은 미용수로 작은 봉투에 담아판다. 색깔은 터키블루인데 물에 풀면 녹색으로 변한다. 그것을 1만원을 주고 3봉인가를 사서 집에서 써봤는데 효과는 글쎄...

 

화산에서 분출한 것이니까 유황이 주성분인데 원액은 너무 독하기 때문에 희석해서 써야한다고 한다. 원액에 동물 뼈를 사흘 정도 담그면 모두 녹을 정도로 독하다고 들었고, 그런 비슷한 물건은 화산지역에서 그 이후에도 아주 많이 보았다. 우리가 즐기는 온천욕의 물이 바로 분출하는 물을 현장에서 일정한 비율로 희석 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지 모르지만 일본의 벳부처럼 유명한 온천수는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좀 강한 온천수에 들어가면 피부가 오톨도톨하게 돋고 따갑지만 온천수에서 나오면 말짱해진다.

 

 

<우미(海)지옥 매표소>

지붕이 일본식 초가이다. 규모는 작지만 열대나무와 작은 신사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우미(海)지옥 안의 풍경>  

 

 

 

   

 

<우미(海)지옥 안의 정원>

주변의 소철들, 유황온천수, 규모는 작지만 정확하게 계산해서 꾸민 일본식 정원이 볼만 하다. 

 

 

 

  

<우미(海)지옥이 있는 마을의 절>

일본의 절은 우리나라 절과 좀 다르다. 크거나 이름 있는 절에서 부처나 지장보살을 모시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지만 마을에 있는 작은 절들은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 죽은 사람의 영령을 모시는 곳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절 옆에는 비석들이 많이 있고 절의 분위기도 음산하다. 

 

 

우미지옥 다음 코스는 아소산 정상에 올라 활화산 분화구를 관망하는 것이었다. 평지에서는 그래도 괜찮던 날씨가 아소산에 오르면서부터 눈보라가 날리고 얼어붙기 시작했다. 일본은 섬이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날씨가 바뀌고 아소산은 그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걱정을 하면서 중턱 쯤 오르자 야트막한 구릉에 나무는 없고 초원만 이어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쿠사텐리'인데 '쿠사'는 풀이나 초원, '텐리'는 한자어로 '천리'라는 뜻이다. 풀밭이 천리나 펼쳐있다는 뜻인데 날이 꾸리해서 그렇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소산을 오르는 중간에 있는 풍경이기 때문에 차를 따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꾸불거리는 오르막 길을 40여분 이상 올라 아소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날이 더욱 사나워졌다. 운무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인데 현장에 있으니 짙은 안개 속에서 가랑비를 맞는 것과 같았다. 아소산 활화산 분화구를 보려면 화산 관련 박물관을 둘러보고 옆의 케이블카를 타야 하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안전 상 케이블카 운행이 중지되었다. 결국 아소산 분화구는 뿌연 운무 속에서 얼핏 보고 하산해야 했다.

 

일본인들의 안전에 대한 반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재해가 잦아서인지 국민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평소보다 조금만 세게 바람이 불어도 철로운행을 중지할 정도이다. 아침에 승용차로 출근하다 뚝 끊어진 다리에서 비명횡사하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곳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여 들른 곳이 사루마(원숭이) 공연이었다.

 

 

<사루마(원숭이) 공연장>

이곳에 들어서면 특유의 동물 냄새가 진동하고 귀여운 원숭이의 이미지와 달리 우리에 갇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인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원숭이들을 먼저 보게 된다. 

 

 

<사루마(원숭이) 공연장 내부>

무대 중앙의 네모 칸에는 공연 내용에 대한 한글 자막이 뜬다.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당시의 큐슈에는 제주도에 오는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 정도가 아니라 현지의 경제를 상당 부분 좌우할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많았다.

안내판에 영어는 없어도 한국어는 반드시 있고 호텔이나 음식점, 가게에서 근무하는 일본인은 짧은 한국어는 웬만하면 알아들을 정도였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 같은 원숭이 공연자>

이 리더의 동작이나 명령에 따라 원숭이가 공연을 하는데 걸걸한 목소리의 이 리더는 표정이나 생김새가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 같았다. 원숭이와 사람이 짝을 지어 공연을 한 세 팀 중에서 이 팀의 공연이 가장 재미있었다.

 

공연이 끝나면 출연자들이 출구로 원숭이를 데리고와서 원하는 관객과 악수를 하는데 원숭이와 악수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절대로 원숭이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눈을 보면 흥분해서 할퀸다고 한다. 나는 냄새가 너무 심해서 패스...   

 

  

 

<사루마 공연의 여성 출연자와 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