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묵은 큐슈여행6 - 다자이후텐만구

큰누리 2013. 1. 18. 22:04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는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에 있는 신사이다. 하치만구(팔번궁)가 군사와 관련된 큰 신사를 지칭하니 텐만구(천만궁)는 문인과 관련된 대 신사가 아닐까 한다. 천만궁(텐만구)에 대해 검색을 했지만 교토의 기타노텐만구와 다자이후텐만구만 떴다. 다자이후텐만구는 헤이안시대의 유명한 학자이자 시인인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元道眞)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큰 규모의 신사이다. 903년에 죽은 그의 시신을 소달구지에 실고 가는데 소가 움직이지 앉자 그 자리에 시신을 묻었고 그 자리가 바로 다자이후텐만구이다.

 

다자이후텐만구에는 (달구지를 끌던) 앉은 소와 그 옆으로 나란히 기린상이 있고 소원을 빌면서 소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소의 와상은 사람들의 손이 타서 반질반질하다. '학문의 신'을 모신 곳 답게 입시철이면 합격을 기원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의 사진을 보니 '소'상은 당시에 내가 본 자리가 아니라 좀더 신사 앞쪽으로 옮겼거나 추가로 더 세운 것 같다. 지금은 일본을 그래도 몇번 다녀와서 조금은 구별할 수 있지만 당시는 현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눈에 좀 두드러진다 싶은 장면을 감으로 찍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래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을 거의 모른 것이다.

 

현지에 한국인 가이드가 있기는 했는데 관광지에 사람들을 풀어놓고 '몇시까지 어디로 오세요'하면 그만이었다. 동행해서 고객을 일일히 챙긴 한국여행사 직원과 대조되는 태도였다. 덕분에 현지에서 현지 가이드에게 얻은 정보라고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들은 간략한 가끔 인명이나 지명이 틀리기도 한 설명 뿐이었다.

 

다자이후텐만구에는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교토에서 좌천되었을 때 가져왔다는 매화나무를 비롯해 6,000그루 정도의 매화나무가 있어 매화 명소로도 유명하다. 다른 곳보다 더 일찍 피고, 홍매가 특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내가 간 시기는 너무 일러서 보지 못했다. 매화나무 줄기마다 녹색 이끼가 두껍게 끼어 긴 세월을 느끼게 한다. 넓은 텐만구의 건물 사이에 조성한 정원과 다리도 아름답다. 

 

다자이후텐만구 근처에 일본에서 4번째로 세운 큐슈국립박물관이 있다. 큐슈국립박물관은 구석기시대부터 근세 말까지의 문화재 지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엄격하게 촬영을 금지하고 곳곳에 감시원(?)이 있어서 단 1장의 사진도 촬영할 수 없었다.

 

 

 <다자이후텐만구 진입로>

시장처럼 번화한 이 거리를 지나는데 상가마다 모치(찹쌀떡)를 판다. 이곳의 모치(찹쌀떡)가 유명한데 먹었는지 어쨌는지 기억이 없다. 일본인 답지 않게 젊은이들이 가게 밖 거리까지 나와 한국말로 '맛 있어요', '떡 사세요'라고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신궁답게 도리이들이 여러 개 있다.

 

 

 

<다자이후텐만구 입구>

우리나라의 사찰로 치면 일주문 쯤 될 것 같다. 1층 처마 아래에 있는 흰종이 오린 것과 짚으로 만든 술 같은 것은 신사에서 볼 수 있다. 

 

 

<다자이후텐만구 본전>

일본의 중요문화재라고 한다.

 

 

<측면에서 본 다자이후텐만구 본전>

본전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시기(1월)로 보아 자녀들이 입시에서 합격하기를 빌지 않았을까?

 

 

<소원을 적은 종이, 오미쿠지>

'오미쿠지 묶는 장소'라고 적혀있다. 오미쿠지는 소원을 적어 새끼줄 같은 곳에 묶거나 끼운다. 일본의 신사나 사찰을 들르면 우리나라, 일본, 중국인들의 구복신앙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3국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래도 가장 이성적(!)인 것 같다.

일본인들은 애니미즘적인 성향이 강해서 심하게 말하면 아무 곳이나 믿고 아무나 신으로 섬긴다는 인상이 든다. 중국인들도 만만찮다. 발음만 '복'이나 '행운', '장수' 등과 비슷해도 물건이건 동물이건 뭐든 떠받든다.

 

 

<다자이후텐만구 출입문 안쪽>

텐만구 안에서 본 출입문이다. 문에 걸린 큰 등은 바람신하고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소원이나 복을 비는 燈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자이후텐만구 출입문의 등>

어느 주식회사에서 바쳤다고 써있다. 이렇게 문에 건 큰 등은 도쿄의 아소지센소지인가에도 걸려있었다.

 

 

<다자이후텐만구 안의 작은 신사>

큰 신사에 가면 신사 안 곳곳에 이런 작은 규모의 신사가 있다. 

 

 

<다자이후텐만구의 매화>

다자이후텐만구에는 6,0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 매화나무 단지가 가장 규모가 크다. 주신인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元道眞)가 교토에서 좌천될 때 가져온 매화나무를 심었다는 곳... 이렇게 이끼 낀 매화나무를 이후에 일본에서 종종 봤지만 당시엔 처음이어서 그야말로 고목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구석에 있는 무슨 무덤>

'총(塚)'이니 무덤인데 무슨 무덤인지 내용은 모르겠다.

 

 

<소원을 비는 소의 동상>

아래의 기린像과 달리 복을 비는 사람들의 손을 타서 튀어나온 부분마다 반질반질하다.

 

 

 

<큐슈국립박물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일렬로 된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으며, 2층에 진열된 불상, 배 등을 한 바퀴 돌면서 본 기억이 난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미술품 위주가 아니라 역사 위주로 전시되어 있는데 감시가 상당히 심했다. 그래서 껍데기(!)만 몇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