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차 태국여행14 - 칸차나부리의 코끼리 트레킹, 뗏목 트레킹

큰누리 2013. 2. 14. 15:22

코끼리 트레킹은 칸차나부리 말고도 다른 많은 곳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듯한데 나는 처음이었다. 코끼리 트레킹 코스는 본부(!)에서 강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대략 왕복 500m정도의 거리이며 계단을 내려갈 때는 사방으로 쏠려서 안장 안에서 이리저리 심하게 밀렸다. 코끼리 덩치가 크고 걸음이 느려서 편안할 줄 알았는데 승마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트레킹 내내 이리저리 흔들려서 상당히 불편했다. 남들처럼 2인용 안장 안에 계속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텐데 우리가 탄 코끼리 트레킹 가이드의 꼬임에 넘어가 중간에 코끼리 머리 위로 옮겨 앉았기 때문이다.

 

트레킹 시작 직후 코끼리 가이드는 까만 실 같은 걸로 서너번 겹쳐 말은 뻣뻣한 코끼리털 반지를 보이며 행운을 부르니 사라고 했다. 거절했더니 떼를 썼다. 환전한 달러도 거의 그대로 있어서 '먹자고 덤비는 사람에게 인심이나 쓸까?' 싶어 2,000원을 주니 표정이 확 풀어졌다. 조금 더 가더니 안장 밑의 갈고리를 꺼내 코끼리를 찍는 시늉을 하면서 또 떼를 썼다. 코끼리 몇 마리가 우리를 태우러 왔을 때 그 가이드가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불행히도 그 가이드였다!

 

아시아권 여행 시, 팁은 일반적으로 건당 1달러나 1,000원이다. 안쓰러운 사람을 만나면 더 주고 싶긴 한데 팁으로 먹고 사는 그 사람들이 웃돈(!)의 맛을 알면 더 달라고 요구까지 하기 때문에 뒷 사람을 위해(!) 1달러 이상은 잘 주지 않는다. 우리 코끼리 가이드는 이미 닳을대로 닳았고, 알아서 더 달라고 조른 것이다. 잠깐 불쾌했지만 '그래, 당신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겠지' 싶어 2달러를 더 주면서 대신 코끼리 밥이나 많이 주라고 했다. 여행사 측에서 미리 줬다는 안내비 3달러에다 별도로 4달러를 더 챙긴 것이다. 그러니 코끼리 가이드 입이 귀에 걸릴 밖에...

 

기분이 좋은 지 나더러 굳이 원래 자신이 앉는 코끼리 머리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에라, 한번 그래보자' 싶어 안장에서 기어나와 코끼리 머리 위로 자리를 옮겼다. 코끼리 가이드는 내려서 걷고... 뻣뻣한 코끼리 가죽도 쓰다듬어 보고 드문드문 난 털도 만져보았다. 문제는 안장이 없는 곳이라 자세를 조신하게 낮추고 코끼리 머리를 양손바닥으로 누른 채 매달려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ㅠㅠ...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보답(?)인지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다. 현지 가이드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종류의 카메라를 잘 다루고, 사진도 잘 찍는 편인데 내 코끼리 가이드는 돈만 밝힌 모양이었다. 귀국해서 사진을 열어보니 그 많은 코끼리 트레킹 사진이 모두 자빠지고 잘려 멀쩡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나와 딸이 코끼리 트레킹 내내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를 태운 코끼리들이 측은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런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지 한국인 가이드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코끼리 트레킹을 해야 한다. 몇년 전부터 태국정부에서 지원하던 코끼리의 식량을 끊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코끼리나 인간이나 먹고 사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뗏목 트레킹은 할만 하다. 뗏목을 젓는 사공이 우리나라의 청소년 정도라는 게 걸리긴 했지만 이것 저것 다 신경 쓰다보면 아무 것도 못한다. 뗏목 트레킹 장소는 코끼리 트레킹 때 되돌아오는 강가였다. 대나무로 엮은 멍텅구리 뗏목에 앉으면 3개의 줄로 이은 동력선이 우리의 뗏목을 끌고 상류로 올라간 뒤 동력선은 철수하고 다른 사공이 뗏목으로 건너와 노를 저어 제 자리로 돌아온다.

청소년 사공은 무슨 이유인지 직선으로 노를 젖지 않고 지그재그로 저었다. 강이라 물살이 잔잔하고 대나무숲, 울창한 나무로 덮인 주변경관이 빼어나 느긋한 마음으로 트레킹을 즐겼다. 다른 블로거들의 글에서 본 것처럼 물이 신발에 튀거나 대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일은 전혀 없었다.

 

 

<코끼리 트레킹 본부>

'왕포 엘레펀트 캠프'라고 쓰여있다. '왕포'는 죽음의 열차를 타는 역 이름이기도 하다.

 

 

<코끼리 트레킹 가이드들>

맨 오른쪽이 나이가 가장 많은 우리의 안내인이다.

 

 

<코끼리 트레킹>

이 길로 강까지 내려갔다가 왼쪽에 난 다른 길로 되돌아온다. 다른 분들 사진도 찍어드리고 싶었는데 꼴찌에서 두번째로 출발해서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코끼리 위에서 워낙 출렁거려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코끼리 트레킹 회차 지점인 강>

맨 뒤의 백인은 물에 빠진 뒤 코끼리의 물 세례를 받았다. 원하는 사람이나 별도의 팁을 주고 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사진 오른쪽으로 뗏목 트레킹을 한다.

 

 

 

<내가 탄 코끼리의 귀>

점이 많은 코끼리의 귀가 신기해서 출렁거리는 위에서 애써 찍었는데 글을 올리면서 보니 안내인이 나한테 처음 받은 2,000원을 주머니에 쑤셔넣는 현장도 포착되었다, ㅎ... 

 

 

<왕포 코끼리 트레킹 본부의 모습들>

 

 

 

 

<뗏목 트레킹>

코끼리에서 내린 후 걸어서 뗏목을 타러 이곳으로 갔다.

 

 

<뗏목 위에서>

왼쪽 배는 우리 뗏목을 끄는 동력선이고, 오른쪽은 사공이 직접 노를 저어서 되돌아나오는 뗏목이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중간에 물로 뛰어들어 수영하는 개 한 마리를 보았다.

 

 

 

 

 

<뗏목 출발 지점>

 

 

<뗏목에서 내려 코끼리 트레킹 본부(출구)로 걸어가는 중>

 

 

<왕포역 앞의 식당 춧차왈 스테이크 하우스>

동네가 시골이라 먹을 만한 곳이 이곳을 포함해 2곳 밖에 없다고 한국인 가이드가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부페식인 식당의 음식이 모두 맛있고, 메뉴도 다양했다. 쌀국수와 꼬치가 특히 맛 있어서 실컷 먹었다.

 

 

 

<왼쪽은 딸 접시, 오른쪽은 내 접시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집에서는 새 모이 만큼 먹는 딸이 이번 여행에서 엄청난 양의 고기와 빵을 먹었다.^^ 집 음식이 너무 채소 위주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