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촌 청풍계 주변의 풍경과 벽화들

큰누리 2013. 6. 9. 02:23

<청운초등학교 위 舊 청풍계>

인왕산 아래 수성동계곡은 서울에서 풍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고 조선시대에는 이 주변을 청풍계라 했다. 이 지역(서촌, 정확히 웃대)은 서인들이 주로 거주했는데 병자호란 때 충절을 지키다 청나라에 끌려간 김상헌과 그의 형 김상용의 후손이 살았다. 인왕산 중턱에 있는 유진인재개발원 아래의 백세청풍 바위 각자는 김상헌의 형인 김상용이 새긴 글로 그의 집터였다고 한다. 백세청풍 바위글씨 앞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면 좌우의 인왕산과 북악산, 아래의 시원한 조망이 청풍계가 왜 유명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답사를 하기 전에 서촌(웃대)은 한옥이 더러 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곳 쯤으로 생각했는데 볼수록 구미가 당기고, 특히 주변의 빼어난 풍경으로 인해 근대에 이르러서는 당대의 내노라 하는 인사들의 별장과 집들이 즐비하고, 그 이전에는 자연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볕이 따뜻한 날, 아무런 생각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에서 동네 골목길을 걷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 조용하고,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곳...

 

 

<유진인재개발원 안의 청운장 바위글씨 옆에서 내려다 본 풍경>

예전에 청풍계에서 남쪽을 보면 이러 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전망이 좋으니 복사꽃이 가득했다던 당시에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오른쪽 끝으로 남산이 보인다.

 

 

 <청운초등학교 뒤로 해서 백세청풍 바위글씨로 오르는 길의 벽화(?)들>

자하문로 33길 주변이다. 청운초등학교 뒷길로 백세청풍 바위글씨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초등학생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들이 벽과 전봇대에 그려져 있다.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나름 재미가 있다.

 

 

 

 

 

<옥인아파트(자수궁 터)의 벽화>

주변의 잘잘한 벽화 중에서 가장 전문가가 그린 느낌을 주는 세련된 벽화이다.

 

 

<옥인아파트 맞은편(벽수산장 입구)의 전봇대 그림>

 

 

<백세청풍 바위글씨가 보이는 곳의 전봇대 그림>

원경의 붉은단풍나무가 있는 곳 쯤에 백세청풍 바위글씨(김상용 집 터)가 있다. 완만한 골목길을 오르는 내내 주변의 한적한 풍경과 그림들을 보느라 눈이 즐거웠다.

 

 

 

<백세청풍 바위글씨>

 

 

 

<백세청풍이란?>

서촌(웃대)의 매력에 끌린 요즘 도서관에서 우연히 안중근 의사가 1910년 2월에 여순감옥에서 쓴  '백세청풍'과 그에 대한 설명을 보았다. 안중근 의사기념사업회 쯤 되는 곳에서 발간한 간행물로 안중근 의사에 대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글에 의하면...

'백세청풍'은 '대대로 맑은 가풍을 유지한다' 의미이다. 은나라 고죽국 하북성 창여현 부근의 백이(伯夷) 숙제(叔齊) 형제의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말이다. 공자와 맹자는 이들을 성인으로 칭송하였기 때문에 예로부터 유가에서는 청절지사로 크게 숭상하였다. 따라서 '백세청풍'이란 말은 충절과 곧은 절개의 상징으로 충신들을 배출했던 고택에 현판으로 걸거나, 자기가 살던 지역에 바위글씨로 남기거나, 비석에 새겨 기념하기도 하였다.

현재 종로구 청운동의 김상용이 살던 청풍계 안에도 새겨져 있다. 이는 송나라 주희의 글씨를 집자한 것인데, 안중근의 글씨도 이를 염두에 두고 휘호된 것으로 보이며 사토 가즈오(佐藤和男)의 구장품이다. 

 

 

<청풍계 정상에 있는 유진인재개발원과 '청운산장' 바위글씨>

뭐 하는 곳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서울 최고 전망지 중의 하나에 세워진 것은 확실하다. 중앙 건물 앞 바위에 '청운산장' 바위글씨가 있다. 인왕산 아래, 특히 청운동 쪽 만큼 바위글씨가 많은 곳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이곳에 질 좋은 바위가 많고, 경치가 빼어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곳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면 '이곳이 정말 인구 천만을 넘나드는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적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좌우로 포진한 인왕산과 북악산을 가장 편안하게 품은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한다. 

 

 

 

<청운산장 바위글씨 옆 계단>

묵은 나무와 이끼 낀 담장이 약간 누추한 듯하면서도 정취를 자아낸다. 궁금해서 계단 끝까지 올라갔는데 아래에서 기다리는 일행 때문에 산 정상까지는 못 갔다.

다른 이의 글을 보니 인왕스카이웨이(인왕산 중턱)에서 이 길로 청풍계를 따라 내려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시간이 되면 이곳 반대편이 되는 사직공원 쪽에서 훑어온 그 글을 쓴 이의 반대, 혹은 같은 길로 답사를 할 예정이다.

 

 

<정철 집 터인 청운초등학교 앞의 송강 정철 작품비>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수도 없이 외웠던 작품들이다.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당시엔 유려한 이 분의 글이 마냥 좋았는데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고한 선비라는 생각에서 글 잘 쓰는 정치인으로 관점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