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7/20. 우리집 화단

큰누리 2013. 7. 20. 17:53

40여년 만의 긴 장마라는 이번 비에 우리 화단도 아주 조금 피해가 있었다.

꽃이 상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깊지 않은 화분들의 흙이 지붕에서 쏟아지는 낙수에 패인 것이다.

흙은 사다 보충하면 되지만(그것도 부담이다!) 문제는 출입구에 흙이 튀어 지저분한 것이었다.

2층이라 따로 마당이 없고 현관 쪽의 3평 남짓한 발코니에 화분들로 된 화단이 있다.

 

PS : 가끔 베란다와 발코니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발코니는 아래에 별도의 건물이 없이 비어있으며 기존 건물의 바깥쪽이 튀어나오는 형식으로 공간을 만든 것이고

베란다는 아래에 건물이 있으며 기존 건물의 위, 아래층 벽면이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집안에 사람이 있을 때는 항상 현관문을 열어놓기 때문에 집안으로 먼지가 들어온다.

그 때문에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현관 앞 발코니는 항상 깨끗하게 물청소를 한다.

그런데 화분에서 튄 흙으로 발코니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지저분한 화분 주변의 흙 청소를 하는 김에 그 동안 바빠서 미뤄뒀던 화분들도 함께 손을 보았다.

파종 후 발아는 했지만 한달이 넘도록 떡잎을 달고 1cm를 넘기지 못하는 프렌치 메리골드와

두개의 1~2mm 밖에 안 되는 점 같은 떡잎을 달고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수레국화를 과감하게 엎어버렸다.

직접 파종을 하면 위의 경우처럼 떡잎 수준에서 자라지 못하면 바늘처럼 자라다 말라죽는 걸 보아왔기 때문이다.

 

왜 화분에 파종을 하면 싹은 잘 트는데 자라지 못하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장화분에 깊은 화분을 써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화분만 차지하던 부실한 싹들을 엎고 그 동안 한 화분에서 열 두어개씩 자라던 봉숭아를 빈 화분에 재배치했다.

봉숭아 역시 봄에 파종한 것인데 의외로 잘 자랐다.

기대를 안하고 여기저기 화분의 듬성한 곳에 뿌린 씨앗들이 모두 살아 사람으로 따지면 곁방살이를 한 것이다.

 

봉숭아는 자신이 싹튼 비좁은 공간에 별 기대를 안했는지 제대로 크지 않은 상태에서 꽃들을 피웠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튼실하게 자리를 잡아서 여름 내내 잘 자랐으면 좋겠다.

잘 자란 봉숭아 줄기는 지름이 4cm가 넘는 것도 있는데 우리 봉숭아는 1cm 정도에 키도 다른 봉숭아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작년에 우연히 시장에서 천원을 주고 가장 작은 화분의 원예 채송화 사다 키웠는데 서리가 내릴 때까지 살았다.

화분이 작아 흙이랄 것도 없이 제 뿌리에 반쯤은 의지해 연명했고, 나도 별 기대를 안 해서 분갈이를 안 한 것인데 나중엔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 원예 채송화를 이번에는 3포기를 구입해서 제대로 심었더니 뿌리를 잘 내리고 날마다 화사한 꽃으로 화답한다.

 

서양 매발톱 봄에 빨강과 흰색꽃, 2포기를 구입해서 심은 것이다.

봄에는 부실하게 꽃을 몇 송이 피우다 마르는가 싶었는데 한달 쯤 전부터 잎이 무성해지며 꽃을 계속 피웠다.

씨앗도 많이 여물어서 일단 받아두었다.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말라가는 추세이다.

그대로 방치를 한 사이 들깨가 화분에 침입해서 서양 매발톱보다 더 크게 자라는 중이다.

서로 다른 종이 한 화분에서 공생하는 것인데 둘다 비교적 잘 자라고 있다.

 

땡볕을 좋아하는 플루메리아는 잎이 13개나 나와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플루메리아는 열대성 식물이라 겨울에 거실의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잎이 누렇게 말라서 다 떨어졌다.

잎이 없는 플루메리아는 몽둥이처럼 생겼다.

기온이 충분히 오른 후 밖에 내놓았더니 잎이 한 두개씩 나오기 시작했다.

잎의 크기도 작년보다 훨씬 크고 키도 부쩍 자랐다.

옆으로 가지를 치면서 다 자라면 3m쯤 되는데 그 때까지 플루메리아는 과연 살 수 있을 것이며 농염한 꽃향기까지 맡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쯤 되면 좁은 집안 어디에 모셔야 되지?

미리 걱정할 일은 못 되지만 그래도 가끔 상상은 해본다.^^

 

 

<원예 채송화>

이 녀석이 요즘 아침마다 내 눈을 즐겁게 한다.

잎에 색이 들어가 있는 것이 거슬리지만 그게 대수인가?

지치지도 않고 서리가 내릴 때까지 매일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울 것이다.

고맙고 기특한 식물이다.

 

 

<재배치한 화단>

왼쪽 윗단부터 접란(나비란), 중앙 줄은 플루메리아, 해피트리와 플루메리아, 구문초와 봉숭아, 오스테오스 퍼뮴,

아랫단은 프렌치 메리골드, 한련화, 원예 채송화이다.

발코니 턱에 늘어놓은 접란(蝶蘭, 나비란)도 요즘 줄장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이 녀석들은 모두 작년에 2개의 어미 화분에서 포기 나누기를 한 것들이다.

어미에 다닥다닥 붙어 쉴 새 없이 새로 생기는데 어미가 안쓰러워(!) 떼어내 컵에 물가꾸기를 했더니 대부분 살아남았다.

 

특별히 두드러진 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포기 나누기를 할 수 있고 병충해가 없다.

게다가 좁으면 좁은 공간에 맞춰 적당히 자라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보고 싶으면 추천할 만한 식물이다.

 

 

 

<봉숭아>

봉숭아 왼쪽 뒤로 스피아민트가 있다.

작년에 화단의 효자였던 스피아민트는 겨우내 방에서 아주 잘 자라더니 햇볕에 내놓은 후부터 부실해졌다.

대신 남쪽 발코니의 장화분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남은 코리안 박하가 계속 번지는 중이다.

그 앞의 식물은 얼마 전에 새로 구입한 구문초이다.

작년 것 2포기 중 한 포기는 봄에 말라죽고 한 포기는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에 심은 것에서 바람에도 향기가 집안으로 들어와 기분이 좋다.

 

 

<접란(나비란)과 해피 트리, 플루메리아>

해피 트리는 따로 학명이 있을 성 싶은데 모르겠다.

두 포기 중의 왼쪽은 딸이 재작년에 기숙사에서 키우다 가져온 것이고 오른쪽은 작년에 구입한 것이다.

해피 트리는 그냥 놔두면 웃자라기 때문에 위로 올라오는 순을 계속 잘라줘야 한다.

개업식 때 선물용을 많이 쓰이는 이 식물은 겨울에 실내에 들여놓으면 위로는 마구 자라면서 아래로는 잎을 계속 떨어뜨린다.

아마 이 녀셕의 생존방식이 아닐까 싶다.

 

 

<원예 채송화>

 

 

 

<남쪽 발코니의 식물들>

남쪽 발코니는 이웃과 붙어있어 전면에 갈대발을 쳤다.

그래서 볕이 제대로 들지 않고 공간이 좁아 가능하면 새 화분을 놓지 않고 튼실한 묵은 화분을 놓는다.

 

왼쪽부터 작년의 접란, 작년의 구문초, 서양매발톱과 그 화분에 얹혀사는 들깨, 아마릴리스, 꽃고추, 봉숭아와 들깨이다.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의 봉숭아 뒤 화분에서 코리안 박하가 옆으로 번지는 중이다.

 

 

<남쪽 발코니의 봉숭아>

들깨와 사이좋게 한 화분에 자란다.

가끔 봉숭아를 위해 들깨를 처리할까 하다가도 좀 부족하지만 사이좋게 잘 자라서 그냥 두고 있다.

하지만 작년처럼 들깨는 애벌레들이 잎을 갉아먹거나 줄기를 계속 부러뜨리고 있다.

 

 

 

<서양 매발톱>

제철이 아닌 여름에 회춘(!)해서 열심히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끝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