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화분에 심은 감자 수확

큰누리 2013. 7. 18. 00:26

지난 겨울에 사놓고 깜빡해서 파랗게 된 감자를 버리기도 무엇하고 해서 날이 풀린 후 빈 화분에 심었다. 싹이 틀지 확신이 안 섰는데 심은지 한달 쯤 지난 후 녹색 장미처럼 생긴 예쁜 싹이 텄다. 별 기대가 없었던 터에 4개 모두 싹이 텄으니 정말 기뻤다. 인간은 이렇게 사소한 일에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분노한다.

 

그래도 감정에 기복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삶이 지겹거나 무료할 때엔 그런 감정조자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 다 키우고 특별한 소일거리나 낙이 없는 노인들은 화초를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기른다. 그 분들에게 화초나 동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대상이고 대화상대이다.

 

감자는 잘 자랐다. 그런데 꽃봉오리가 맺힐 무렵부터 잎에 벌레(응에)가 꼬이더니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잎이 좀 누렇게 떴다. 별 모양의 하얀 꽃을 기대했는데 4개 중 하나에서만 올라오던 꽃봉오리가 마르더니 그냥 떨어져버렸다. 어쩔 도리가 없어 그냥 두었다.

한참 후 감자를 심은 화분 가장자리의 흙이 작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여기저기서 울퉁불퉁 올라오거나 갈라졌다. 흙이 말랐나 싶어 물을 주어도 마찬가지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상태가 더 심해졌다. 도대체 뭐지?

 

한참을 들여다보다 문득 생각이 났다. 아, 감자가 땅속에서 열린 거구나! 흙이 얕으니 땅 속에서 감자가 자라는 만큼 흙이 올라온 것이었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너무 신기했다.

며칠 뒤 흙이 가장 많이 갈라진 맨 오른쪽의 감자에서 작은 감자알 1개가 흙을 뚫고 올라온 것이 보였다. 벌써 녹색을 띠어 흙을 더 덮어줬다. 그리고 더 뒤에 흙 위로 올라왔던 감자의 줄기가 주저앉아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감자를 캐기로 했다. 화분에 심은 감자 수확이라니... 일요일이라고 한낮까지 널부러져 자는 식구들을 깨워 역사적인 순간(!)을 보라고 강요(?)했다. 귀찮아하며 자다 일어난 식구들도 신기해 했다.

 

감자는 새끼 손톱만 한 것을 포함해 총 9개를 수확했다. 씨감자 1개당 평균 2개씩을 얻은 것이다. 감자 크기는 들쭉날쭉했지만 대체로 알이 자잘했다. 이미 푸른 것도 있고 해서 알이 좀 굵은 것은 쪄먹고 잘은 것은 된장찌개에 넣어먹었다. 꼭 먹어서 맛은 아니지만 캤으니 먹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맛은 아주 좋았다. 알감자가 강원도 파삭 감자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감자수확 시작!

 

 

<2013. 6/6. 감자꽃>

활짝 핀 꽃을 기대했는데 이 상태에서 시들어버렸다.

 

 

<2013. 7/7. 내 작은 화단(!)과 감자>

왼쪽 뒤에 있는 것이 감자이다. 이 때는 이미 꽃이 피려다 만 오른쪽에서 첫번째 감자 잎이 물러서 주저앉은 상태이다.

 

 

<2013. 7/7. 상태불량으로 어쩔 수 없이 감자 캐기로 작정>

오른쪽에서 첫번째 감자이다. 줄기는 없어도 감자 상태는 양호하다. 주변의 어린 싹들은 작년에 심은 자리에서 저절로 난 들깨들이다.

 

 

<두번째 감자>

작은 감자가 햇빛을 받아 약간 푸르게 변했다.

 

 

<세번째 감자>

맨 아래에 있는 거무튀튀한 감자는 씨감자이다. 시기가 일러서 4개의 씨감자 중 3개가 거의 그대로 붙어있었다.

 

 

 

<네번째 감자>

 

 

<수확한 감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