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산동성

중국 복건성 여행8 - 가장 미련이 남은 하문의 남보타사

큰누리 2013. 8. 25. 19:09

장주시 남정현(장저우시 난징현)의 토루군을 둘러보고 다시 하문시로 향했다. 버스로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첫날 하문(샤먼)에서 영정현으로 이동할 때 얼핏 본 해창대교를 건너고 고층빌딩들이 늘어선 하문 시가지가 차창으로 스쳤다. 하얀 철책이 세워진 고가도로 같은 곳은 남보타사 관람 후 드라이브(?)를 한 환도로였다. 상당히 긴 환도로를 따라 돌면 하문의 명소인 고랑서(고랑위)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 반대편 차창에 앉아서 볼 수 없었다. 

 

관광버스는 뜨거운 태양과 인파로 붐비는 하문대학교 서문 앞에 우리를 떨어뜨리고 주차문제 때문에 사라졌다. 그 많은 인파들... 토루군 관광할 때를 제외한 모든 관광지에서 지긋지긋한(!) 인파에 시달렸다.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지만 더위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치는 게 더 싫었는지 모른다. 복건성의 하문시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이번 여행에서 남보타사가 가장 미련이 남은 것은 사전 지식이 없어서 꼭 보아야 할 몇 가지를 놓쳤기 때문이다. 대비전의 천수관음을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 대비전에 천수관음상이 있다는 것도 글을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위 사실 때문에 현지 가이드가 정말 미웠다. 차 안에서 앞으로 볼 곳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우리 가이드는 꼭 현지에서 설명을 했다.

사람이 드문 곳은 상관이 없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설명을 제대로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남보타사에서는 그나마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전각 왼편으로 올라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30분 후에 이곳으로 모여라' 정도였다. 남보타사의 전각들이 많지는 않지만 30분 만에 둘러보기에는 무리이다.

 

 

≪남보타사는...≫

하문 남쪽의 오로봉(五老峰, 우라이펑)에 있으며 당나라 때 건설된 천년사찰로 중국 4대 절 중의 하나이다. 경내에 천왕전, 대웅보전, 대비전, 장경각이 있으며 여러 차례 훼손이 됐다가 청나라 강희제 때 재건되었다. 사찰 안에 후이췐 법사가 창건한 민난불교학원이 있어서 예비 남,녀 승려 400여명이 재학 중이고, 거주하는 스님도 25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절 입구로 들어가서 처음 만나는 전각은 천왕전으로 날렵한 지붕 위의 용, 기둥의 장식 아주 유명하다. 복건성의 사당이나 사찰의 지붕에 있는 용, 봉황 등은 우리나라 궁궐의 잡상 쯤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천왕전에는 미륵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좌우에 4대 천왕을 거느리고 있다. 천왕전의 주인인 미륵불은 갈색의 목불인데 금복주 모델처럼 생겨서 우리나라의 미륵불과 전혀 이미지가 다르다. 양쪽에서 위풍당당하게 보좌하는 컬러풀한 사천왕상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천왕전으로 들어가서 되돌아서면 위태보살이라는 금빛 갑옷을 입은 불상이 몸을 뒤튼 요염한(!) 자세로 서 있다. 불자가 아닌 내가 처음 듣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그 어떤 불상과도 닮지 않았다.

 

천왕전 뒤에 있는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와 과거불인 구나함모니불, 미래불인 미륵불이 봉안되어 있다. 삼세불 좌우에서 보좌하는 불상은 연꽃을 들고 중국 전통복장에 면류관을 쓰고 있어서 도교의 옥황상제 같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도교를 신봉하고 사당도 많다! 삼세불 뒤의 불상은 대머리인 것으로 보아 지장보살인 것 같았다. 이 쯤에서 불상의 이름을 헤아리는 것을 포기했다. 대웅보전 서쪽 회랑에는 금빛 18나한상이 일렬로 도열해 있다.

 

 웅보전 오른쪽 뒤의 높은 단 위에 대비전이 있다. 이쯤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딸의 퉁서니에 서두르느라 그 중요한 대비전 안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대비전의 건물구조와 천수관음 모두 꼭 보아야 했다!

대비전은 천정 중앙을 중심으로 거미줄 모양으로 투공을 엮어 만든 대들보가 없는 독특한 건물이라고 한다. 게다가 불교미술의 걸작이라고 하는, 정면에서 보면 2개이지만 옆에서 보면 팔이 48개인 관음상이 봉안되어 있었다! 그걸 놓치다니...

 

 대웅보전 뒤의 건물은 장경각으로 1층은 법당이다. 2층에 미얀마 옥불 28존이 봉안되어 있고, 수만권의 불교경전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장경각(법당) 왼쪽 산길로 오르니 형상이 독특한 바위들이 나타나고 바위마다 상당한 필력으로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다. 무이산도 그렇고 남보타사도 그렇고, 중국인들은 어지간한 바위마다 글을 새겼다. 오르막길이라 고민하다가 지나가는 이에게 물으니 등산로라 쓰인 그 곳을 오르려면 20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내려와서 대웅보전 앞 동쪽길로 올라갔다. 시간이 부족하니 '佛'자가 새겨진 5m짜리 바위라도 찾을 요량이었다.

중간에 커다란 바위들이 놓여있고 그 바위들 역시 글귀로 도배했다.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극도에 다다를 즈음 드디어 황금빛 '佛'자 각자를 찾았다. 사진 몇 컷 찍고 달음박질... 그렇게 도망치듯 전각 밖으로 나와 카페지기님을 만났다.

 

일행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만수탑과 천왕전 앞의 연못을 촬영하고 다시 뛰어 주차장으로... 정작 우리의 관광버스는 한참 뒤에야 도착했고, 인파와 차량이 뒤범벅 된 남보타사(하문대학교 서문 앞)를 겨우 빠져나왔다. 인상 좋고 잘 생긴 우리 버스의 기사, 난폭 운전에 왜 그렇게 툭하면 빵빵거리는지...

 

 

 <차창으로 본 남보타사>

사찰 안에서는 눈앞의 전각만 보인다. 전각들 왼쪽에 민난불교학원이 있다고 한다.

 

 

<연꽃밭 쪽에서 본 남보타사>

 

 

<남보타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하문(샤먼)대학교 서문>

남보타사도 하문의 관광명소이지만 하문대학교도 관광객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하문대학교는 중국 10대 명문대학교로 교정이 넓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유명한 관광지 입구 2개가 붙어있으니 그 앞이 얼마나 붐비겠는가, 난리 블루스...

 

 

 <남보타사에서 나와 환도로로 가는 길에 본 하문대학교의 또 다른 문>

정문인 듯 하다.

 

 

<남보타사 천왕전>

우리나라라면 사천왕은 천왕문 양쪽에 둘씩 나뉘어 있고 미타전이나 미륵전일 텐데... 천왕전은 지붕 위의 용상이 워낙 유명하지만 기둥들과 글씨, 기둥에 그린 그림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 유명한 남보타사 천왕전의 지붕과 기둥> 

조각(소조?)들이 정말 화려하고 정교하다.

 

 

 

<남보타사 천왕전의 기둥>

 

 

<남보타사 천왕전 입구 좌우 벽의 그림>

 

 

<남보타사 천왕전 밖의 석상들>

코끼리가 살아있는 것처럼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숫사자는 보주를, 암사자는 새끼를 발로 누르고 있다고 가이드에게 들은 것 같다. 자금성의 사자도 똑같은 형상이었다.

 

 

<천왕전의 사천왕상들>

사천왕상 사이에 있는 칙칙한 갈색의 미륵불은 존재감이 없다! 윗 사진은 증장천왕과 지국천왕, 아래 사진은 광목천왕과 다문천왕이다. 표정이나 복장이 생동감이 있다.

 

 

 

<천왕전 안쪽의 위태보살상>

갑옷과 방패(?)가 화려하다. 미륵보살이나 관음보살처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낯선 보살이다. 위태보살은 군신(軍神)으로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출가자들과 불법을 보호하는 보살이다. 원, 명나라 이후 중국의 천왕전에 반드시 봉안된다고 한다. 새 깃털이 있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있으며, 합장한 팔 위에 보석 봉이나 금강저를 가로질러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경을 수호하는 호법선신이나 신중탱화에서 무장들의 대장으로 등장한다. 동자모습의 동진보살로 불리기도 한다.

 

 

<위의 보살이 있는, 천왕전을 안에서 본 모습>

 

 

<남보타사 대웅보전>

 

 

<대웅보전의 삼세불>

현세불인 석가모니불, 과거불인 구나함모니불, 미래불인 미륵불이라고 한다. 문에 가려 안 보이지만 앞 양쪽에 면류관을 쓰고 연꽃을 든 관료같은 도인풍의 불상이 있다. 

 

 

<서쪽 회랑의 18나한상들>

16나한이 아니라 18나한이라고...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서쪽 회랑의 스님들 처소>

 

 

<남보타사 법당, 장경각>

1층은 법당이고, 2층 장경각에는 미얀마 옥불 28존과 수만권의 장서가 있다고... 비공개인 듯 하다. 

 

 

<남보타사 대비전>

이곳이 내게 가장 미련을 남긴 곳이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 있는 천수관음과 내부 지붕을 보면서 얼마나 아쉽던지...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법당(장경각) 옆 건물 지붕 위의 남자>

비닐봉지를 든 이 남자는 왜 이곳에 올라갔을까? 참으로 흔치 않은 광경이다.

 

 

<법당(장경각) 뒤의 등산로>

기묘한 바위와 글귀들... 

 

 

 

<등산을 포기하고 '佛'자 각자를 찾으러 대웅전 동쪽으로...>

이곳도 바위마다 각자가 있는데 모두 수준이 상당하다. 

 

 

 <'佛'자 각자>

 

 

 

<사자상>

이 사진은 카페지기님이 찍은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 이런 조각이? '佛'자 각자 뒤 쯤에 있지 않았을까?

 

 

<남보타사 천왕전 앞의 만수탑>

천왕전 앞 좌우로 2개를 보았다.

 

 

<남보타사 연못과 하문대학교>

연못 앞의 건물들은 하문대학교 캠퍼스이고 왼쪽의 뾰쪽지붕 건물이 학교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곳을 끝으로 달리다시피 버스를 타러 갔지만 땡볕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엄청난 사람들, 작열하는 태양, 꼬리를 문 승용차와 관광버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