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조선의 왕가(궁가)2

큰누리 2014. 5. 6. 02:15

<선조의 잠저 도정궁 터>

사직공원 서편 인왕산으로 오르는 산책로와 사직터널 사이에 위치한다. 사직터널로 들어가는 도로 앞에 주유소와 임당빌딩 등이 있고 주변에 카르멜수도원 등이 있다.

 

조선의 13대 명종이 후사 없이 죽자 11대 중종의 방계혈족인 덕흥대원군 아들 하성군이 14대 선조로 등극한다. 선조는 최초의 방계혈족이면서 조선 후기 왕조의 중시조이고 도정궁은 덕흥대원군의 집, 즉 선조의 잠저이다. 조선 후기 왕조의 뿌리가 된 곳이기 때문에 다른 왕가와 달리 왕실의 특별한 대우와 관리를 받았다. 먼저 도정궁을 관리한 덕흥대원군의 사손들은 종3품인 '도정'벼슬을 받아 세습, 관리를 했고 다른 잠저와 달리 재실, 사당, 가묘 등이 있었다.

 

사직공원과 사직터널 사이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도정궁은 1931년 일제에 의해 200여 필지로 분할되고 건물은 팔려나가거나 해체되었다. 1960년대에 선조의 7남 인성군의 후손인 운경 이재형이 도정궁 터 일부를 사서 거주하다 사후 운경재단에 기증했다. 2000년 재단에서 도정궁의 본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옛 한옥을 원형대로 복원하였다. 복원된 한옥에는 선조의 서재였던 긍구당이 포함되어 있다. 1979년 성산대교를 건설하면서 건국대학교 안으로 옮긴 경원당은 도로변에 남아있던 것으로 도정궁 건물 중의 일부(사랑채)이다.

 

 

<도정궁 터 입구>

현재는 운경재단으로 불린다. 중앙의 길은 인왕산 산책로, 오른쪽 담장은 사직공원이며, 왼편 아래로 사직터널이 있다. 사직터널 위(도정궁 서쪽)로는 서울성곽 진입로가 있다.

 

 

<도정궁 터(운경재단) 입구의 문>

입구의 이 문을 솟을대문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하다. 경희궁 둘레길 답사 때 맞은편에서 상당히 눈에 두드러져 보인 이 건물의 실체가 몹시 궁금했었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 답사 안내자(인솔자)인 이순자선생님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내부 관람을 할 수 있었다. 형태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왕가(궁가) 답사는 밋밋하다. 그런 점에서 복원되었지만 그래도 모양새가 있는 도정궁 터(운경재단)는 솔직히 1차 왕가(궁가) 답사의 꽃이었다.

내부를 둘러보면서 안채 마루바닥에 있는 '비술채'란 검은 현판을 보고도 나는 이곳이 최근에 방영중인 TV드라마 촬영 장소인 것을 몰랐다. ㅎㅎ... 어떤 기준으로 복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1, 2차왕가 답사를 통해서 가장 예쁘고 인상에 남는 건물이었다.

 

 

 

<도정궁 터(운경재단) 안의 운경 이재형像과 운경선생 송덕비>

나는 왜 '송덕비'만 보면 느낌이 좋지 않은 걸까? 송덕비에 의하면...운경 이재형선생은 선조의 7남 인성군의 10대 후손으로 제일고보와 배재학당을 거쳐 일본중앙대학을 졸업하고... 1948년 제헌국회의원을 비롯 7선 의원의 관록을 굳히셨다. 1952년 ...상업장관을 거쳐...제5공화국에서는 의장직을 2회 역임하여...  하략

 

어쨌거나 이 분은 사라질 뻔한 도정궁 터를 일부나마 살렸고, 후손들은 재단의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조의 서재였다는 도정궁 터 긍구당 정면과 측면>

본채 바깥 쪽에 있다. 복원한 도정궁(운경재단) 본채는 서울 도성의 양반가가 의례 그렇듯이 철저히 폐쇄적인 'ㅁ'자형 공간 구조이다.

 

 

 

<도정궁 터 긍구당에서 본 본채>

 

 

<운경재단 본채>

이 건물에 대한 느낌은 서울의 양반 대갓집에서 느껴지는 폐쇄적인 구조로 인한 약간의 답답함과 오밀조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곳은 도정궁의 본채로 여겨지는 곳에 복원했다고 하는 한옥이니 예전의 모습일 것이라고 믿어야 할 것 같다. 고증학적인 측면을 떠나 상당히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한옥이다.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의 뒷모습>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 뒤편의 모과꽃>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 서쪽 옆을 뒤에서 본 모습>

단촐한 동편과 달리 서편에는 우물, 장독대 등이 있다.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 서쪽 옆을 앞에서 본 모습>

 

 

 

<2013. 01. 19 성동, 광진답사 때 촬영한 건국대 안의 도정궁 경원당>

경원당은 현재의 사직터널로 이어지는 대로변에 있던 도정궁의 사랑채였다. 사손 이하전이 죽은 뒤 그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흥선대원군이 지어준 건물로도 알려져 있다. 1979년 성산대교를 건설하느라 건국대학교로 옮긴 이후 너무 낡아서 제 자리로 옮길 수도 없고 민속자료(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9호)라 함부로 처리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치 모양의 현관으로 보아 근대 서양식 건물의 영향이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

 

 

 

<운경재단(도정궁 터)의 만개한 모란꽃>

이번 답사에서 타이밍이 맞아서 유난히 만개한 모란꽃을 많이 보았다. 도정궁 터 남쪽 화단에서 흐드러진 모란꽃이다.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 연못의 낙화>

이곳이 예전에 담연정이었는지, 주변에 심은 꽃이 왜색을 풍기는 철쭉이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흐드러진 꽃이 아름다운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운경재단(도정궁 터) 본채 내부>

마루의 사진들은 이 집안의 선조일 텐데 마루바닥에 놓인 현판이 도대체 무엇인지 몰라 한참 헤맸다. 결론은 드라마 촬영을 위한 소품이라는 것...  이곳은 최근에 방영 중인 TV 드라마의 촬영장소이고 '비술채'는 드라마에서 불리는 이곳의 이름이라고 한다.

 

 

 

 

 

 

 

 

<교보문고 뒤편의 烈上眞源>

삼청동쪽에서 흘러내린 물이 경복궁 동쪽을 지나서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물길이다. 종로 거리와 교차하는 지점에 혜정교가 있었고, 혜정교는 청렴하지 못한 지방관리를 잡아와 엄하게 처벌한 장소라고 한다.

 

 

<종로구청, 수진궁 터>

왼쪽 건물은 현재의 종로구청이다. 이 부근에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의 집 있었다. 조선 건국 이론을 정립했던 정도전은 이방원(태종)과의 세력싸움에 밀려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개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수진궁은 정도전의 집을 작파하고 들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종의 차남으로 왕위 계승권자였으나 사촌형(큰아버지 차남)인 성종(잘산군)에게 왕위를 내어준 제안대군의 사당이 이곳에 들어섰다. 제안대군은 두 부인이 있었지만 자식이 없어서 수진궁에 모셔졌고, 이후 봉작을 받기 전에 죽은 왕자, 미혼으로 죽은 공주나 옹주, 자식 없는 후궁들의 제사를 봉향하는 곳이 되었다. 당시 장안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은 '수진궁 귀신'이었는데 시집, 장가 못 가고 죽은 총각귀신이나 처녀 귀신을 수진궁에 모셨기 때문이다.

 

 

<수진궁 터에서 용동궁 터로 가는 길의 풀무>

이것을 손으로 (허벌나게) 돌려서 불을 때던 모습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우리 세대에게는 나름 고달픈 일상이었지만 후대에게는 도로변에 장식하는 인테리어일 뿐이다.

 

 

<조계사 뒤편의 용동궁 터>

서울 답사를 하면서 이곳보다 더 안내 표석이 다닥다닥 세워진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내 표석 밀도가 최강인 곳이다. 무려 5개가 있다. 용동궁 터, 숙명여학교 옛 터, 신흥대학 터, 중등학교 옛 터, 보성사 터...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절 뒤에 유황오리집, 삼겹살 구이집이 줄지어 늘어선 것도 재미있다.

 

 

<용동궁 터>

원경의 전각은 목은 이색 선생의 사당이다. 

용동궁은 명종의 장남 순회세자궁이었으며 순회세자 사후 부인인 덕빈의 소유가 되었다. 고종기에 순헌황귀비 엄씨의 소유가 되었고, 1906년에 엄귀비의 하사로 이곳에 명신여학교를 개교하고 숙명여학교로 개칭했다. 1980년 숙명여고는 강남구 도곡동으로 교사를 이전했다.

이후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서간도에서 독립군을 양성했던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인 신흥대학(현 경희대학교)이 1949년에 정식 대학으로 인가 받아 개교한 자리, 중동학교 옛 터,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와 조선독립신문을 비밀리에 인쇄한 천도교의 보성사 터였다.

 

 

<용동궁 터 맞은편 풍경>

이 건물 주인의 염색작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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