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천상의 화원 함백산 만항재

큰누리 2015. 8. 10. 18:49

-≪함백산 만항재(아라리고갯길)≫-

♣ 구간 :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 태백시 경계

♣ 총거리 : 15.6km

♣ 구간별 거리 : 화절령 → 꼴뚜바우 교차점(7.3km) → 만항재(8.3km)

 

정선과 태백 사이를 오가는 고개로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혈동이 만나는 지점에 있으며 해발 1,330m이다. 함백산 정상에 방송국 송신소가 있고, 산 아래에 국가대표선수 훈련소가 있어서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그 때문에 만항재는 남한에서 여섯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자락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고갯길 유래≫-

고려말 조선초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서쪽 기슭 두문동에 은거해 살던 사람들 중 일부가 정선에 옮겨와 살면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다.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이 지역의 가장 높은 만항에서 빌었다고 하여 망향이라고 불렀다가 훗날 만항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만항재의 야생화들≫-

올해 1월에 함백산 눈꽃을 보러 가서 눈호강을 했다. 건강이 안 좋은 나로서는 겨울산행은 꿈도 못 꾸는데 함백산은 그런 나조차 접근이 가능했다. 바로 산 정상의 방송국 송신소 때문에 도로가 잘 닦여 있어서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파헤치고 개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개발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야생화로 유명한 함백산 만항재, 태백산 분주령, 인제 곰배령, 금대봉 등은 내게 이상향 같은 곳이다. 분주령, 금대봉은 아직이고 곰배령은 예전에, 만항재는 이번에 다녀왔으니 이상향에 한 발은 들여놓은 셈이다. 특히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량 통행이 가능한 가장 높은 고개이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접근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만항재 야생화 단지도 높거나 험하지 않고 완만한 평지여서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신선이 되어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좋았던 점은 인제 곰배령의 경우 등산로 주변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라는 야생화들을 찾아서 보아야 한다면 함백산 만항재는 밀집도가 높고 꽃의 상태가 아주 좋아서 야생화라기보다 잘 가꾸어진 화단의 꽃을 보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어디를 촬영해도 그림이고, 일부로 화단(!)에 들어갈 일이 없을 정도로 야생화들이 무성하다. 드문드문 난 야생화를 자세히 보려고 정지선(밧줄)을 넘어들어가다 관리하는 분들한테 부지기수로 야단을 맞는 곰배령과는 그런 점에서 많이 다르다.

만항재 야생화 군락은 여타의 야생화 명소보다 넓지만 도로변이고 평지라서 야생화 단지만 둘러보려면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산자락을 조금 걸어 야생화 재배단지까지 들러도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하면 만항재를 모두 둘러보고, 점심은 정선이나 태백에서 먹고 남는 시간은 다른 곳을 둘러보면 좋다. 우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정암사 수마노탑과 태백시 구와우해바라기 마을을 둘러보았다.

 

야생화의 특성상 듬성듬성 피거나 벌레가 먹은 것들이 많은데 만항재의 야생화는 화단에서 재배하는 꽃처럼 탐스럽고 깔끔했다. 누군가가 일부로 가꾼 것처럼 꽃이나 식물들의 상태가 좋고 같은 종이 군락을 이루어서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그 동안 본 야생화 군락 중 상태나 규모가 최고였다. 야생화는 시기를 잘 맞춰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든 꽃을 보거나 무성한 풀숲만 보고 실망하기 십상이다. 그 점에서 내가 간 일자(15.08.06)는 시기상 최고 절정기였다.

 

가장 눈에 띄고 개체수가 많은 것은 밝은 분홍색 꽃의 둥근이질풀이었다. 엄지손톱 크기의 이질풀꽃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꽃 크기가 이질풀의 4~5배가 넘는 소담스러운 둥근이질풀꽃은 처음이었다. 거기다 군락까지 이루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질풀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많은 야생화는 주황색 꽃의 동자꽃이었다. 동자꽃 역시 그간 본 어떤 동자꽃보다 개체수가 많고 꽃이 컸으며 화려했다. 개채수는 좀 밀리지만 화려한 꽃 색깔과 소담스러움 때문에 두드러진 야생화는 자주꽃방망이였다. 만항재의 야생화 중 가장 꽃이 화려해서 '만항재의 여왕'으로 불러도 될 것 같다.

그 외에 붉은색 계열의 야생화는 말나리 노루오줌이, 보라색 계열의 야생화는 모시대, 잔대, 층층잔대, 꼬리풀, 바디나물 등이 많았다. 노랑색 계열의 야생화는 마타리, 솔나물, 물양지꽃 많고 절정기를 넘긴 짚신나물산솜방망이가 가끔 보였다. 우산 모양(산방형)의 꽃이 주를 이루는 흰색 꽃은 단연 구릿대개구릿대가 돋보였고 기타 참나물, 참취, 흰꽃바디나물, 어수리 한창이었다. 때이른 벌개미취도 가끔 눈에 띄였다.

 

조금 이른 시기에 갔다면 산솜방망이, 터리풀, 여로, 엉겅퀴와 정영엉겅퀴(곤드레나물), 송이풀 등을 보았을 것이고, 가을에 간다면 참취, 개미취, 벌개미취, 구절초, 감국, 쑥부쟁이 같은 들국화류와 투구꽃이나 산박하, 향유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만항재의 풍성한 야생화를 보기에 절정기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언제 가더라도 볼거리는 충분할 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동행한 친구에게 '퇴직하면 이 부근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만항재 야생화 안내도> 

 

 

<만항재 안내도>

 

 

 

 

<만항재 야생화단지 입구의 자주꽃방망이와 꼬리풀>

'만항재 야생화의 여왕'이란 칭호를 그대에게 하사하노라!

 

 

<동자꽃 군락>

 

 

<모시대 군락>

모시대와 비슷한 야생화로 잔대가 있다. 잔대는 모시대보다 꽃 크기가 작고 색깔도 약간 연하다.

 

 

<말나리와 동자꽃 군락>

꽃이 하늘을 향헤 핀 것은 '하늘말나리'이다.

 

 

<개구릿대>

(내 기준으로) 줄기가 검붉은 것은 개구릿대, 식물 전체가 녹색인 것은 구릿대이다. 꽃은 소박한 흰색이지만 야생화 중 키가 큰 편이어서 어디서나 두드러져 보인다.

 

 

 

<구릿대>

 

 

<꼬리풀 군락>

 

 

<오이풀과 잠자리>

 

 

<둥근이질풀 군락>

 

 

<야생화 단지 산책로>

파란 조끼를 입은 분은 숲 해설가이다.

 

 

 

 

<동자꽃 군락>

 

 

<낙엽송과 함백산>

낙엽송 뒤로 보이는 산이 함백산이다.

 

 

<산책로 주변의 모습들>

 

 

 

<야생화 산책로를 걷거나 촬영하는 관광객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촬영 포인트는 화려한 동자꽃 군락 주변이었다.

 

 

 

<낙엽송>

 

 

<동자꽃, 둥근이질풀 군락들>

 

 

 

 

<어수리와 바디나물>

 

 

<둥근이질풀과 물양지꽃 군락>

 

 

<낙엽송 너머로 보이는 함백산 정상쪽>

 

 

<야생화 재배단지로 가는 산길>

 

 

 

<만항재 야생화 단지 입구>

야생화 축제와 관련된 행사를 알리는 내용들이다.

 

 

<만항재 주차장과 함백산>

함백산을 수월하게 등산하려면 사진 왼쪽 끝의 길로 올라가면 된다. 야생화 단지는 반대편인 이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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