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폐쇄된 군산 협궤철도와 째보선창

큰누리 2016. 1. 3. 16:55

 

 

 

이날 군산을 방문했던 이유는 철도 때문이다. 신군산역이 장항쪽에 신설되고 구)군산화물역이 폐쇄되면서 구)철로가 근대문화유산의 거리, 진포해양테마공원 앞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폐쇄된 철도가 어디까지 남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군산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남들은 다 아는 경장동 철도를 나는 왜 몰랐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명절 때 장을 보러 왔던 구)군산역 앞의 시장 뒷길부터 더듬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서라면 군산역과 현재 철로가 남아있는 마지막 구간인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지척일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철로주변에 공설시장이나 건물이 들어서 철길을 따라 계속 걸을 수 없는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듬다 만난 뜻하지 않은 곳은 채만식의 <탁류>와 옛날 어른들의 입을 통해 무수히 들었던 '째보선창'이었다. 이름만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지도에 건물형태로 분명히 남아있었다. 궁금했던 다른 한 곳인 협궤철도 경장동 구간과 '페이퍼코리아'는 군산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탄 상경하는 고속버스 속에서 지나치며 볼 수있었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릴 적 추억만으로 더듬었으니 헤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구)철로(진포해양테마공원-페이퍼코리아)는 지도와 그간 더듬은 것으로 대충 정리는 되었다. 경장동 주택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던 협궤열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장동, 조촌동은 이모님 심부름으로 군산시청을 가거나 친구 집을 들를 때, 하다못해 여행하다 지쳐 주저앉아 식사를 몇 번 했던 곳인데도 그간 못찾았다. 그러기에 여행은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구)군산역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협궤철도를 완주할 계획이다.

 

 

<군산 양키시장>

양키시장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인근에 미군부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40년쯤 전에 친구를 따라 군산 외곽에 있는 미군부대를 간 적이 있고 부대 앞 거리가 '실버타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적 그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주변에서 많이 거래되었고 나도 몇 번은 그 물건들을 썼던 기억이 있다. 동네에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분이 한 분 있었는데 그 집에서 버터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날이면 온 동네에 고소한 버터냄새가 진동하곤 했다.

 

 

<구)군산역 앞의 군산 구시가지>

이 길을 따라 더 나가면 군대문화유산의 거리가 있다.

 

 

<내 협궤철로 답사 진행을 막은 군산공설시장>

아래 사진에 있는 신영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군산 협궤철도가 관통하는 신영시장>

철로를 따라 이어진 파라솔 아래의 상점은 가판대 같은 것이고, 신영시장 본 건물은 왼편이다.

 

 

 <군산 신영시장>

내가 들른 직후(13:30쯤), <6시 내고향> 촬영을 한 모양이다. 나름 바빴을 텐데 신영시장 상인회 회장님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촬영을 하는 내게 다가와 시장홍보를 부탁한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유명 블로그가 아니라 얼마나 홍보가 될 지는 모르지만 친절한 상인회 회장님께 늦게나마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신영시장은 군산에서 가장 규모가 클 것 같다. 시장은 거주자를 고객으로 하는데 신시가지가 구시가지에서 먼 나운동쪽에 형성이 되어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인근 읍면에서 오는 고객을 감안하더라도 평소에 서울의 광장시장처럼 붐비는 일은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회장님의 바람대로, 그리고 어릴 적 내 눈에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보였던 것처럼 시장이 번창하길 빈다. 

 

 

 

 

 

<신영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

군산 부두에 있는 만큼 시장 옆 빈터에서 생선을 말리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냄새는 좀 큼큼하지만 채반이나 그물, 대발에 생선을 말리는 것은 바다와 접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 오른쪽으로 진포해양테마공원까지 구)철로가 이어진다.

 

 

 

 

 

 

 

<신영시장을 나와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가는 길>

이 부근은 해망굴 건너편 부근처럼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나 창고가 눈에 많이 띈다. 근대문화유산거리와 지척에 있으면서 대조되는 모습이다.

 

 

 

 

<째보선창 삼거리 부근과 구)철로>

이 부근이 그 유명한 '째보선창'이란 것은 사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진포해양테마공원 매점쪽에 거의 붙어있다. 나는 그저 철로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철로가 끝나는 진포해양테마공원까지 왔고, 이 부근에서 머문 이유는 마침 만개한 오동나무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상의 철로(철로를 가로지르는 침목이 모두 없어지고 흙에 덮여있다!)를 따라가면 경장동을 지나 종점인 페이퍼코리아까지 이어진다. 항구를 통해 들어온 통나무를 페이퍼코리아까지 옮긴 후 종이를 생산했을 것이다.

우리 어린 시절은 종이가 귀해 재래식 화장실에서 뒷처리를 호박잎이나 짚을 비벼 이용하는 집이 많았다. 그런 시절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종이를 마음껏(!) 쓸 수 있었던 것은 페이퍼코리아(당시 명칭은 고려제지?)에 다니는 친구 아버지 한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백로지라 불렸던 약간 누런 A4크기의 종이(현재의 시험지)를 동네 친구들에게 끝없이 공급하는 물주였다.

 

 

<째보선창과 군산 바닷가>

지도상으로는 오른쪽의 첫번째에서 두번째 전봇대 구간이 째보선창으로 표기되어 있다. 구)군산협궤철도는 바닷가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째보선창 삼거리에서 시내쪽으로 70도 가깝게 휘어진다.

 

 

<째보선창 앞 바다와 진포해양테마공원>

왼쪽 벽돌담부터 진포해양테마공원 구역이다.

 

 

 

<귀경길에 마지막으로 본 페이퍼코리아>

군산고속터미널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타면 바로 협궤철도 경장동 부근을 지나고 이곳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