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요르단

이스라엘, 요르단 여행4 - 나자렛 수태고지 기념교회

큰누리 2017. 2. 14. 19:41

여행 첫날(1/12) 일정은...

가이샤라 유적- 나자렛 수태고지기념교회- 나자렛 성 요셉교회- 갈릴리의 가나 혼인잔치교회- 갈릴리 킹 솔로몬호텔 투숙.

 

이번 여행 코스 중 성지와 관련된 곳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 놀라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우리 여행 코스에 예루살렘, 베들레헴, 나자렛 등의 성지가 분명히 있었지만 종교에 별 관심이 없어서 크게 기대는 안 했다. 여행 전에 간단한 개인 자료를 만들면서 수태고지, 예수탄생, 마리아 우물 등의 용어를 보았지만 기념지나 상징적인 곳 정도로만 생각했다.

현장에 가보니 발굴된 유적과 관련하여 추청된 곳에 기념 형식을 붙이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실제 유적이 의외로 많았다. 궁금하지만 종교적 지식이 없는 나는 서양미술(사)과 소시적 고전 차원에서 읽었던 성경, 다른 블로거들의 글,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퍼즐 조각처럼 맞추어야 했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기 화가들의 그림 제목으로 수없이 등장하지만 당시에는 용어가 난해해서 직접 찾았던 '수태고지'란 용어...

 

 

<나자렛 수태고지 기념교회>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고지(수태고지)를 받은 동굴(마리아의 집 터) 위에 세워진 카톨릭 프란체스코 소속의 교회이다. 비잔틴 시대에 처음 세워진 이래 몇 차례의 파괴와 재건이 이어졌고, 현재의 교회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무치오(Gioyanni Muzio)의 설계로 1969년 완공된 것이다. 시멘트를 주 재료로 하여 고대 유적과 마리아의 동굴을 보존하면서 그 위에 현대 교회를 연결하여 건축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교회 지붕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백합 모양으로 설계하였고 정면의 출입문은 예수의 일생을 부조로 표현했다. 교회 정면 외벽 위에는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 아래에는 신약 4복음서를 지은 마태우스(마태), 마르쿠스(마가), 루카스(누가), 조아네스(요한)의 부조가 있다. 교회 1층에는 잉태를 고지 받은 장소인 마리아의 동굴(집) 입구가 중앙에 있고, 바깥 회랑과 2층 교회 벽에는 각국에서 보내온 성화가 걸려 있다.

마리아의 동굴(집)과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교회 1층 바깥에는 주거지 터와 기름 짜는 기계, 수조(물탱크), 곡식창고 등이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북쪽에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건물로 이어진 성 요셉교회가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와 수도회 건물이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리아와 요셉의 집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요즘으로 치면 한 마을에 살던 처녀, 총각이 결혼을 한 것인데 기원 전인 당시에 서민이었을 두 사람이 집이 아닌 동굴에서 거주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하긴, 동굴이 아닌 노천에 드러난 서민의 집이었다면 지금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나자렛 입구>

성경에서만 접한 나자렛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단체 관광객이 우리 팀만 있었던 이 날은 작고 조용한 소읍 같은 곳이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주변은 비교적 깔끔한 주택가인데 비해 입구인 버스 주차장 주변은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는 사진 중앙쯤의 언덕에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언덕에 있는 교회로 올라가기 전 작은 로터리가 있는 평지의 공원에서 본 수태고지 기념교회이다. 주변의 건물들 때문에 이곳에서 이 정도로만 촬영이 가능하다. 지붕의 구리 돔 안쪽은 교회 안에서 하얀 백합으로 보이는 곳이고, 그 아래 창들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몄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아래의 작은 모스크>

공원 옆, 수태고지 기념교회 바로 아래에 있는 모스크이다. 규모의 차이를 떠나 베들레헴이나 예루살렘에서 모스크와 교회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특히 베들레헴의 예수탄생 기념교회는 비슷한 규모의 모스크와 입구를 같이 사용하고 있었고, 두 건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편의시설 이름이 peace였다. 

 

작은 모스크에 걸린 내용이 궁금해서 짧은 실력으로 해석을 해 보았더니...

'우리는 알라 안에서 우리에게 드러낸 것, 아브라함과 이스마엘과 이삭과 야곱과 후손들에게 드러낸 것, 모세와 예수와 그들 신의 선지자들이 드러낸 것을 믿는다. 우리 무슬림은 그들과의 사이에서 어떠한 차별도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구약의 상당 부분, 특히 인물이 이슬람 쿠란의 내용과 겹친다. 이슬람교도 유대교처럼 예수를 구세주가 아니라 선지자 정도로 인정하고 대신 마호메트를 그 비슷한 자리에 올려놓은 것으로 안다. 중동은 종교나 역사, 종족 모두 복잡하고,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뿌리가 같은 관계라는 것을 여행 내내 느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회랑과 각국에서 보낸 모자이크 성화>

기역자 형태로 된 회랑에 각국에서 보내온 성모자 모자이크화가 걸려 있고, 우리나라에서 보낸 한복 차림의 좀 촌스러운 모자이크화도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정면의 공간이 좁아 한 번에 전체 촬영이 불가능해 두 장을 합성했더니 약간 어색하다. 관람을 마쳤을 때, 성격이 다름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이 연상되었다. 외형은 파격적으로 모던하지만 내부는 오밀조밀한 꾸밈, 화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많은 점이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벽 위의 두 인물은 잉태를 알리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이다. 아래의 인물들은 4복음서를 쓴 마태우스(마태), 마르쿠스(마가), 루카스(누가), 조아네스(요한)와 그들의 상징물 부조이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출입문>

예수님이 태어나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일생을 6개의 내용으로 묘사했는데 아랫 단은 일행들이 들어가 컷...

 

 

<수태고지 기념교회 1층 내부>

이건, 뭐지? 성지에서는 종종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처음이라 상식을 뛰어넘는 교회의 구조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 1층이 이런 구조인 점이 수태고지 기념교회의 특징인데 마리아의 동굴(집 터)과 당시의 유적을 살려 지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상식적인 교회(성당)는 2층에 있다.

시멘트라 상당히 건조하고 밋밋한 건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둥에 작은 홈을 촘촘히 파고, 지붕을 사각이나 삼각의 벌집처럼 꾸며서 삭막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특이한 점은 건물  중앙을 천장의 돔까지 관통하여 뚫어서 교회 안 1, 2층 어디에서나 백합 모양의 지붕을 볼 수 있게 한 점이다. 외관에서는 상상도 못한 반전이었다. 십자가가 있는 중앙은 제단이고 사진 중간 지점 왼쪽 반지하에 수태를 고지 받았다는 마리아의 동굴(집 터)이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1층의 마리아의 동굴(집 터)>

윗 사진은 동굴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본 천장, 아래 사진은 동굴 입구이다. 마리아의 동굴은 1층에서 약간 내려간 지점에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보면 반지하층으로 보인다. 동굴에서 현재 밖으로 드러난 고대의 거주지 유적과 연결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마리아의 동굴(집 터) 입구만 볼 수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1층 제단>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사진을 제외시겼지만 따로 불을 켜지 않은 상태의 교회 안은 스테인드글라스 때문에 상당히 화려하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1층의 마리아의 동굴(집 터)을 제단쪽에서 본 모습>

 

 

<수태고지 기념교회 1층의 마리아의 동굴(집 터)>

 

 

<1층 마리아의 동굴(집 터) 앞에서 올려다 본 백합모양의 수태고지 기념교회 천장(돔)>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일반적인 교회(성당)의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경건하다. 교회 벽에 걸린 성화, 부조들도 볼만 하다. 중앙은 위쪽과 바닥쪽 모두 백합 모양의 천장의 돔과 이어져 뚫려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의 성화>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안쪽의 기둥과 성화 장식>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감실 안에 모셔진 성상>

중국과 다른 2개의 나라에서 보낸 것으로 입체 작품이어서인지 벽 안의 감실에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제단쪽을 좌에서 우로 차례로 본 모습>

두 번째 사진 하단에 바닥이 뚫린 것이 보인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확인한 것으로 당시엔 1층이나 2층 모두 휘익 한 바퀴 돌고 나온 정도의 시간 밖에 없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에서 본 백합을 상징한다는 지붕(돔)>

 

 

<제단쪽에서 본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출입구는 사진에 보이는 제단 맞은편이 아니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오른쪽에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문쪽을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기념품 가게, 각국에서 보낸 성화의 일부, 성모상이 있다.

 

 

<수태고지 기념교회 2층 출구에서 본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성 요셉교회>

종탑이 있는 원경의 맨 끝 건물이 요셉의 집 터(일터)였다고 하는 성 요셉교회이다. 사진을 촬영한 장소 바로 아래는 고대 주거지 터이다.

 

 

<성 요셉교회로 가며 뒤돌아본 수태고지 기념교회>

모자이크 바닥 아래는 고대 주거지 유적이기 때문에 반대편이나 교회 정면에서 보았을 때 2층인 교회가 이쪽에서는 단층으로 보인다. 수태고지를 받은 당시였다면 수심 가득한, 혹은 하얗게 질린 표정의 마리아가 약혼자 요셉을 향해 달려간 길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결혼 전에 임신을 한 여성은 돌에 맞아죽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