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목. 이집트여행 3일> 2차 유적지 콤옴보 악어신전
오전에 아스완 채석장, 아스완 하이 댐에 들렀다 나일강에 정박 중인 크루즈로 돌아와 13:00에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는 커피 없는 일반적인 메뉴였고, 즉석요리는 스크램블드 에그 대신 꼬치구이였다. 이집트에서 커피는 아침에만 제공되었고, 크루즈는 식사 때마다 즉석요리가 제공되어 좋았다. 우리는 스텔라 맥주 1병을 옵션으로 시키고, 여름에 터키 여행에서 만났다 재회한 L선생 남매와 합석을 했다.
L선생 남매와 함께 식사를 하며 우리 테이블 서빙 담당인 인상이 좋은 스물 두 살의 '아델'과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했다. 나도 영어 실력이 젬병이지만 그들도 영어를 거의 못하니 손짓 발짓이 서로 편했다. 어쩌면 그리도 밝고 심성이 고운지 일반적인 서비스 업계의 젊은이 같지 않았다, 아니 최적화된 젊은이였다.
점심 식사 후 동생은 쉬러 객실로 들어가고, 나는 전망이 좋은 로비에 앉아 크루즈 유리 너머로 지나치는 나일강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계속 이어지는 키 큰 갈대밭 너머로 마을이 보이기도 하고, 강가에서 풀을 뜯는 검정 소,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저런 갈대밭 속에서 이집트 공주가 강물에 버려진(!) 모세를 건진 것이구나!
일행과 크루즈 매점에서 카르트슈(이집트 파라오 이름 틀)를 중심으로 좌우에 금, 은사로 신성문자를 수 놓은 검정 티셔츠 10개를 구입했다. 중간에 자연, 영생 등을 상징하는 식물, 호루스의 눈 등 4개의 무늬가 있고, 하단엔 기자의 피라미드와 낙타가 있는 디자인이었다. 원래 12$였는데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직원은 갑자기 말을 바꿔 15$를 내라고 해서 잠시 망서렸으나 한국 시세에 비하면 저렴해서 사기로 했다. 이집트 상인의 못된 바가지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미끼로 '1달러'를 외쳤다가 관심을 보이면 갑자기 10달러로 말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들은 그런 행위를 '거짓말이나 사기, 밑밥'이 아니라 '능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티셔츠 디자인, 사이즈, 가격을 흥정하느라 1시간 30분 가량 소비했다. 처음엔 젊은 매점 직원과 말이 안 통해 답답했으나 나중엔 자신은 콥트 교도이고 하늘은 거짓말을 안 한다며 일행들과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16:00. 크루즈 루프트에 있는 바에 모여 커피, 홍차를 마시며 흘러가는 나일강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17:00. 콤옴보의 악어신전에 도착했다. 크루즈가 신전 앞까지 접근하자 직원들이 나와 사다리 같은 임시 다리를 만들어주고 우리는 건넜다.
<콤옴보 악어신전>
콤은 이집트어로 '언덕', 옴보는 '황금'이란 뜻으로 둘을 합치면 콤옴보는 '황금의 언덕' 이란 뜻이다. 악어신전은 BC180년대(프톨레마이우스 13세, 클레오파트라 여왕 부친)의 건축이어서인지 건물 자체의 골격도 비교적 잘 남아있고, 사방으로 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벽이나 기둥의 그림 상태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좋았다. 지금까지 본 이집트의 벽화 중 가장 선명하다고 느낀 이유는 건물의 천장이 남아있지 않아 기둥이나 벽면이 훤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신전과 달리 건물이 좌우로 나뉜 점이 특이했는데 악어신(Sobek)과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Horus) 신을 함께 봉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루스신(Horus)은 이집트인들이 현생에서 닮고자 하는 모델이어서 이집트 전역에서 신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악어신(Sobek, Sebek)은 악어 머리를 한 신으로 나일강의 수호신이다.
콤옴보 신전의 벽에는 수많은 부조 벽화들이 있었고, 상태도 상당히 좋았다. 카르트슈(타원형, 직사각형의 파라오 이름 틀)가 옆에 있는 파라오들 초상 중에는 부활을 못하도록 얼굴이 훼손된 것들이 있었다. 악어신전은 좌우로 나뉘어 나일강의 수호신인 악어신 소베크(Sobek)와 매로 형상화된 호루스(Horus), 두 신을 모셨다. 호루스는 산 자들의 표본, 오시리스는 사후의 표본인 신이다. 나일강의 수호신인 소베크(악어신) 외에 사자 얼굴을 한 세크메트는 전쟁 중 왕의 수호신이며, 신들은 손에 생명의 열쇠 앙크를 쥐고 있다. 부서지긴 했지만 분명하게 남은 악어신(소베크)과 호루스 신 조각 받침대, 호루스의 어머니 이시스가 쪼그리고 앉아 출산하는 장면, 채색이 남은 벽화, 나일강 수량을 재는 나일 리터, 그 옆에 붙은 세금 측정 지표, 우물을 데워 제사장이나 환자가 몸을 씻는 소형 목욕탕과 석조 세수 대야 등이 인상적이었다.
목욕탕이나 석조 세숫대야 등으로 미루어 악어신전은 환자의 치료를 기원하는 신전일 것으로 추측한다. 그것은 호루스가 숙적 세트와의 싸움 중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지혜의 신 토트의 도움으로 시력을 다시 찾은 신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길에 신전 앞에 있는 악어 미라 전시관을 보았다. 가죽이 딱딱해서인지 인간 미라보다 훨씬 상태가 좋았다. 기타 의인화한 작은 악어상, 악어신(소베크) 부조판 등을 보았는데 별 내용이 없음에도 촬영불가였다.
구내매점 직원이 12달러 티셔츠를 15달러로 바가지 씌운 것에 대해 구매자 모두 분노하고 대책을 논의하다 4층 무료 칵테일 바가 무료라고 하여 그곳으로 갔다. 민트와 망고, 레몬 칵테일, 다양한 무알콜 칵테일이 있어 망고 칵테일을 마셨다. 도수가 제법 세고 소주 칵테일 맛이었다.
바로 저녁식사 시간(19:30)이라 L선생 남매 팀과 또 합석했다. 낮에 말을 튼 서빙 맨 아델과 대화를 시도하며 식사 후 'finish!' 대신 '끝!' 이란 한국어를 가르쳐 줬더니 열심히 써먹는 모습이 귀엽고 신선했다. 내 이름이랑 나이를 물어 가르쳐주니 '엄마' 대신 '마이 프렌즈'라며 엉터리 발음으로 열심히 이름을 불렀다.
<JAZ REGENCY 크루즈에서 본 콤옴보의 악어신전>
<콤옴보의 악어신전 전경>
석양 무렵이라 신전의 색깔이 온통 붉은색이다. 신전 앞과 옆에 굵은 돌기둥들이 남아있다. 기둥의 갯수가 많지는 않지만 굵기로 보아 상당한 규모였을 것 같다. 신전의 기둥 머리는 파피루스 꽃 모양이고, 신전 꼭대기에는 태양을 감은 코브라와 날개 부조가 2개 있다. 두 신을 모셨기 때문에 태양(+ 뱀과 날개)도 2개씩 표현한 듯 하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앞의 용도를 알 수 없는 돌>
서쪽에도 왕의 이름(카르트슈)이 촘촘히 새겨진 비슷한 크기의 돌이 하나 더 있다. 이 신전에는 그림(부조벽화)도 많지만 아래의 사진과 같이 세로 줄무늬처럼 상형문자를 새긴 글귀도 많다. 문자가 카르트슈와 달리 그림 같은 느낌이 적은 것으로 미루어 민중문자가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본전과 아름다운 기둥머리>
신전 전실의 기둥은 모두 12개이다. 기둥 머리의 파피루스 꽃 조각이 그리스의 화려한 코린트 기둥 못지 않게 아름답다. 기둥 돌에는 악어신(소베크), 호루스신, 이시스 여신, 하토르 여신, 세크메트신, 상하 이집트의 파라오와 왕비 등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다. 지속적인 나일강의 선물(물과 퇴적된 흙 등)을 기원하고 환자들의 쾌유를 비는 신전 본래의 목적을 기원하는 내용들이 아닐까 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동쪽 탑문(파일론, pylon)과 벽>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탑문(파일론, pylon)의 벽화>
태양을 머리에 인 신(?), 하토르 여신, 소베크(악어)신이 차례로 서 있고, 나머지 공간은 문자로 채워져 있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탑문(파일론, pylon)의 벽화>
탑문 위쪽에 새긴 카르트슈(왕의 이름 틀)에 칠한 채색이 아직도 남아있다. 벽화에는 중앙의 파라오를 향해 지혜의 신인 토트(Thoth, 따오기)와 하늘의 신인 호루스(Horus, 매)가 물을 뿌리고 있다. 축복을 내리는 장면으로 추측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탑문과 본전 출입문>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본전 전실 기둥의 벽화>
긴 원추형 상이집트 왕관을 쓴 파라오가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장면이다. 채색이 되었다면 상이집트 파라오 왕관은 흰색이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본전 전실 기둥의 벽화>
호루스신과 더불어 이 신전의 주인공인 악어신(소베크, 세베크)이 신의 관을 쓰고 생명의 열쇠 앙크를 손에 쥐고 있다. 뒤에 선 사랑의 여신 하토르 역시 신의 관을 쓰고 앙크를 손에 쥐고 있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동쪽 본전 후실>
벽면의 일부인지 아니면 제단 같은 것인지 용도는 알 수 없다. 의자에 앉은 악어신(소베크, 세베크) 앞에 파라오와 호루스신이 서 있는 장면이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본전 후실 벽화>
현지 가이드 임인선씨가 전실의 벽면으로 추정되는 세크메트신(사자머리) 벽화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내용을 놓쳤다. 세크메트는 사자머리를 한 여신으로 전쟁 중 파라오를 보호한다고 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본전 후실의 부조벽화들>
윗 사진은 사랑의 여신 하토르와 호루스신 부부에게 파라오로 추정되는 인물이 무언가를 바치고 있는 장면이다. 전실과 후실 사이의 벽에 아주 많은 내용의 벽화가 있고, 이곳에 이시스 여신이 쪼그리고 앉은 채 아이를 낳는 장면이 작지만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분명히 설명을 듣고 그 장면을 촬영했지만 사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삭제한 것 같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본전 후실의 신상 받침대>
동쪽 후실과 서쪽 후실에 있는 신상 받침대로 추정되는 돌이다. 주변의 벽화로 미루어 윗 사진은 악어신(소베크) 받침대, 아래 사진은 매신(호루스신) 받침대로 추정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본전 동쪽 후실>
<콤옴보의 악어신전 후실의 부조벽화>
오른쪽부터 하토르 여신, 상하이집트 통합관을 쓴 호루스 신과 파라오, 태양과 깃털관을 쓴 왕자(?), 세크메트 여신이다. 벽화 속의 왕은 상, 하 이집트가 통일된 이후의 파라오, 즉 악어신전을 축조한 프톨레마이우스 13세(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부친)가 아닐까 생각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후실의 부조벽화>
왼쪽부터 하토르 여신과 공물을 바치는 상, 하이집트 파라오, 하토르 여신과 소베크신이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후실의 대형 부조벽화>
엄청난 크기의 부조벽화들로 윗 부분이 모두 없어지고 다리 부분만 남아있는데 사람 키와 맞먹는다. 두 번째 부조벽화는 야채에 물을 주는 파라오로 추정된다. 세 번째 부조벽화는 지팡이와 앙크를 든 소베크 신 혹은 호루스 신으로 추정된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측면의 벽화>
동쪽 면을 통째로 장식한 부조인데 얼굴이 모두 뭉개져 있다(부활을 막으려는 저주의 의미일 듯). 전쟁 중에 잡은 포로들로 파라오는 살려주기는 했지만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오른 팔을 잘랐다. 카르트슈(왕의 이름 틀)가 포로들의 복부에 왜 새겨져 있는지 의문이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측면의 벽화>
이곳에는 파라오나 신이 쓰는 태양을 감싼 코브라 관, 생명의 열쇠 앙크(Ankh)와 신의 지팡이가 그려져 있다. 그 외에 파라오와 코브라, 의인화된 앙크가 지팡이를 들고 배를 탄 내용도 있다.
<콤옴보의 악어신전 서쪽 마당의 돌>
신전 정면의 돌과 이곳의 돌, 2개가 신전에 있다. 정면의 돌은 세로로 문자가 촘촘히 새겨져 있고, 서쪽에 있는 사진의 돌에는 신성문자(Hieroglyph)가 비교적 여유있게 새겨져 있는 차이가 있다.
<콤옴보 악어신전 서쪽 마당의 돌기둥들>
<콤옴보 악어신전 서쪽 벽과 자리를 찾지 못한 잔해들>
<콤옴보 악어신전 서쪽의 나일로 미터>
우물 같은 이곳은 홍수방지를 위해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장치(나일로 미터)이다. 규모가 크고 지상에서부터 수위까지 나선형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점이 우물과 다르다.
<콤옴보 악어신전 나일로 미터 앞의 목욕통과 성수 석조>
이 목욕통과 석조 때문에 악어신전이 병자의 치유를 기원하는 신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것은 소베크(악어신)과 함께 이곳에 봉안된 호루스 신이 권력 싸움 중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다시 시력이 회복된 신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악어신전 앞쪽에 있는 악어박물관과 악어 미라들>
악어 미라, 악어 조형물 등이 있는 소규모 박물관이다.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이다. 두루뭉실하기는 하지만 악어 미라 상태는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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