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일. 일정> 델리의 유적들2
인도 최대의 이슬람 사원 자미 마스지드(Jami Masjid)- 간디의 화장터 Raj Ghat(라즈 가트)- 인디아 게이트와 대통령궁, 국회의사당(라즈파트 거리) - 인도 전통식당 Lazeez Affaire에서 점심 - 바하이교(연꽃) 사원- 꾸뜹 미나르(Qutb Minar Group) - 뉴델리 Radisson PV 호텔에서 다시 숙박
<Raj Ghat(라즈 가트)> : 마하트마 간디 화장터
Raj Ghat(라즈 가트)는 마하트마 간디 화장터라고 하는데 지금은 우리 식으로 하면 '간디 추모공원, 혹은 야외 간디 기념관' 이다. Raj Ghat(라즈 가트) 진입로에 들어서니 울창하고 수형이 아름다운 가로수들이 햇볕을 가릴 정도였다. 건너편의 대형버스 주차장쪽으로 건너갔는데 입구에 다른 동상과 달리 거의 땅바닥에 마하트마 간디 등신대 동상이 있었다. 동상 뒤에 간디 사진이 창에 있는 작은 건물이 있는데 간디 기념관으로 보였다.
Raj Ghat(라즈 가트)는 출입문을 별도로 지나 가로수가 무성한 길을 한참 더 걸어 들어가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꼬마 현충원 같았다. 다시 꺾어 들어가 자미 마스지드 모스크처럼 입구에 신발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았다. 좁은 입구에서 인도의 중요 시설이나 호텔, 관광지 입구마다 있는 검색대를 통과했던 것 같다. 상당히 넓은 공원 같은 곳인데 맨발로 걸어다닐 뻔 했으나 가이드 Santoth의 귀뜸으로 미리 덧신을 준비해서 신고 다닐 수 있었다. 간디 추모비는 공원의 안쪽에 있는 검은 대리석 판과 그 뒤에 붙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인도 국부의 화장터란 점 때문에 경건한 자세로 추모비를 한 바퀴 둘러보고 기념촬영을 한 후 나왔다.
머지 않아 인도의 제헌절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원래 마지막 날 일정이던 인디아 게이트를 미리 들렀다. 독립시켜준다는 영국의 약속을 믿고 참전했다 죽은 9만 5천명의 전사자 위령탑인 인디아 게이트는 버스 주차 문제로 차창으로 스쳤다. 대신 바로 뒤쪽(!)에 있는 라즈파트 거리에서 내려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국회의원 사무실 외관을 제대로 구경했다.
<델리 Raj Ghat(라즈 가트) 길 건너편의 간디 기념관, 혹은 박물관과 그 앞의 간디 동상>
일반 동상과 달리 낮은 높이에 있는 간디의 동상은 그의 신념과 상통하는 것 같다.
<윗 건물과 Raj Ghat(라즈 가트) 사이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
아침부터 스모그로 뿌연 델리 시내라 이런 나무나 공원길은 더 특별해 보였다. 이 주변에 인디아 게이트(인도문), 국회의사당, 대통령궁 등이 있다. 우리를 입구에 떨구고 버스는 사라졌고, 이어 들른 인디아 게이트와 대통령궁 등도 버스가 진입을 못했다.
<Raj Ghat(라즈 가트) 출입문과 신발을 맡기는 곳(검색대)>
두 번째 사진의 아치 아래 왼쪽에 신발 맡기는 곳이 있고, 검색대는 바로 안쪽에 있었던 것 같다. 아치 너머에 간디 기념비(!)가 있다. Raj Ghat(라즈 가트)는 이 공원을 통칭하는지 기념비 있는 곳만 지칭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치 위 언덕에서 내려다 본 Raj Ghat(라즈 가트)>
<접근해서 본 Raj Ghat(라즈 가트)>
윗 사진은 앞면, 아래 사진은 뒷면이다.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고압적인 안내원도 따로 있어서 관람객들의 (무례한) 행동을 감시했다.
≪'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과 버스 안의 커튼≫
Raj Ghat(라즈 가트)를 나와서 인디아 게이트로 가다가 따가운 햇볕 때문에 버스 창의 커튼을 내리려고 하니 고정되어 있었다. 옆에 있는 가이드에게 물으니 '몇년 전의 모종의 불상사 때문에 인도에서는 버스 커튼을 절대 펴(서 창을 가려)도 안 되고, 승용차에 선팅을 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랬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이라는 ‘몇 년 전의 그 모종의 사건’ 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바로 ‘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아아, 이런...
EBS에서 ‘인도의 딸’ 이란 이름으로 방영됐던 2012년 12월 16일 저녁 8시 30분경에 델리에서 일어난 끔찍한 집단 성 폭행사건이다. 당시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버스에 함께 탔다가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장기까지 척출 당한 채 죽은 23세 델리 여자 의대생에 관한 사건이다. 나도 당시에 뉴스를 통해 보고 인도 남성들의 인면수심인 잔인함에 분노했지만 남의 일(!)이라고 잊고 있었던 바로 그 사건이었다. 당시에 성 추행 장소(!)로 이용된 곳이 바로 주범이 운전하는 커튼을 친 버스 안이었기 때문에 이후로 버스의 커튼을 법적으로 막은 것이다(‘여자 혼자 인도여행을 가면 안 되는 이유’ 를 검색하면 창에 바로 뜬다.).
이런 내용들을 뉴스에서 들으면 인도란 곳은 여자 혼자 여행하기엔 위험하고, 여자들이 살기엔 아직은 너무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인도의 문화를 높이 평가하는 것과 전혀 다른 별개의 내용이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라즈파트 거리(Rajpath)의 국회 사무실과 대통령 궁≫
‘왕의 길’ 이란 뜻으로 뉴델리의 중심에 있는 3~4km의 길이며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등 정부 부서가 있는, 우리나라의 세종로 같은 곳이다. 라즈파트는 대통령 궁인 라슈트라파티 바완(Rashtrapati Bhavan)에서 시작해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잠깐 돌아다닌 대통령궁, 국회 사무처 앞은 차량이나 인적이 거의 없었다.
가장 크고 앞에 있는 붉은 색의 아름다운 대칭 건물은 국회 사무실이고, 그 중앙 멀리 안쪽의 돔 건물이 대통령궁이라고 했다. 국회 사무실로 이용되는 붉은 색의 아름다운 대칭 건물은 영국 식민지 시절에 지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뒤로 멀리 보이는 중앙의 대통령궁으로 세계 2위 크기라고 하는데 워낙 멀리 있고 앞 건물에 가려져 크기나 전체 모양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오른쪽 끝에 붙은 경기장 같은 흰 지붕 건물은 국회의사당으로 현대식 건물이었다. 현재 인도 국회의원 수는 570명이라고 했다. 공간이 넓직하고 우리 밖에 없어서 잠깐이지만 신나게 돌아다녔다. 분수대 옆에 화단이 있는데 잎 길이가 엄청 긴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대통령궁과 인디아 게이트는 일직선 상에 있어서 멀리 인디아 게이트가 아주 작게 보였는데 2km 거리라고 한다.
<버스 차창으로 스친 인도문(인디아 게이트)>
독립시켜준다는 영국의 약속을 믿고 참전했다 죽은 9만 5천명의 전사자 위령탑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인도에 대해서는 유독 잔인했다. 처칠의 고집으로 벵갈지방에서 700만명의 인도인이 굶어죽었다는 내용을 재방송하는 것을 어제(2020. 3.5.) TV에서 우연히 보았다. 하긴, 어떤 정상적인 나라(정확히는 정권이겠지만)가 남의 나라를 집어먹겠는가? 영국 놈이나 일본 놈이나 식민 침탈을 한 놈들은 모두 공식적인 도둑놈이자 살인자들이다.
<라즈파트 거리의 국회 사무실과 대통령 궁을 왼쪽 옆에서 본 것>
뒤쪽의 큰 돔은 대통령궁, 밑 부분이 붉은 앞 건물은 국회 사무실이라고 한다. 모두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은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사진의 오른쪽 원경에 있는 둥근 흰 지붕 건물은 국회 의사당이다.
<정면에서 본 라즈파트 거리의 국회 사무실과 대통령 궁>
옆에서 보면 대통령 궁의 돔 지붕이 크게 보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중앙의 대통령 궁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건물들도 크지만 앞의 대로도 엄청나게 크다. 일반차량은 통행 금지인지 지나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대통령 궁 앞에서 본 인디아 게이트(인도문)>
중간은 숲이 잘 조성된 공원이라서 평시에는 델리 시민의 휴식처라고 하는데 우리 위치에서는 멀고 커서 파악이 불가능했다.
<델리의 인도 전통식 식당 Lazeez Affaire>
걸어서 갔던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버스를 탄 것 같기도 한데 바로 인도 전통식당인 Lazeez Affaire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 때부터 오빠로 보이는 북 치는 소년과 동생으로 보이는 물구나무, 텀블링을 하는 소녀가 '원 달러'를 외치며 계속 따라왔다. 일행 중 두어 분이 몇 푼을 쥐어준 후에도 그 남매(!)는 버스까지 따라왔다.
Lazeez Affaire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접한 인도전통식은 상당히 맛있었다. 소스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와서 골고루 찍어먹어 보고, 그 유명한 탄두리 치킨도 먹었는데 버터 치킨이 가장 맛있었다. 향신료 맛도 거의 없고, 고기가 들어간 인도 음식으로는 유일하게 내 입에 맞아서 국물까지 열심히 먹었다. 가이드 Mr. 산토스의 말로는 이 식당은 뉴델리 맛집으로 음식 값도 꽤 비싸다고 했는데 1인당 약 15달러라고 했다. 그 정도면 나온 음식이나 현지 분위기에 비해 가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난은 계속 리필이 되었고, 음식은 뷔페식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왔고 발코니가 따로 있어서 괜찮았다.
<대통령궁 가까이에 있던 인도 전통식 식당 Lazeez Affaire과 음식들>
두 번째 사진은 탄두리 치킨과 튀긴 감자, 난이고 빨간 것은 맛있었던 양파 절임, 연두색은 시금치 소스였던 것 같다. 세 번째 사진은 녹색은 야채 소스, 갈색은 유일하게 내가 좋아한 인도 육식(!) 버터 치킨, 붉은 색은 양파절임이다.
<바하이 사원(연꽃사원)>
바하이교에서 종교적 통합을 위해 세운 사원으로 27개의 연꽃 잎이 벌어진 모양이어서 연꽃사원으로도 불린다. 셰계에서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장소 중 하나이며 건축가 파리보즈 사바가 설계했고, 1986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연못과 정원의 규모가 약 10만 5,000㎡이며, 건물 외관이 예쁘고 사원 본 건물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무료입장이어서 인도 여행 중 가장 많은 인파를 본 곳이다. 입구에는 오토릭샤, 오토바이, 잡상인들이 바글바글했고, 끝도 없는 줄이 바깥에서부터 넓은 사원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화려한 사리를 입은 젊은 인도 아가씨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델리, 아그라, 그리고 자이푸르>란 한글 안내서를 5불에 구입했다. 한글 안내서는 조사 연결이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 엉터리라 외국어를 대하는 것 같았다.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는 예쁘고 하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촬영하기 좋아서인 듯 했다. 어느 면에서나 정확한 대칭이고 전체적으로 원형이다. 사원을 따라 돌다보면 어느 면인지 헛갈렸고, 입장할 때 보니 오므린 흰색 사원 부분은 연꽃 모양의 건물이란 것은 확인이 가능했다. 사진 정리를 하면서 8각형 건물이고, window10 서비스 사진 중에 바하이(연꽃) 사원 항공사진이 있어서 연못이 마지막(세 번째) 활짝 핀 꽃잎이란 걸 확인했다. 8개의 꽃잎 바깥 중 7면이 꽃잎 모양의 연못이고 나머지 1개에는 연못 대신 높은 계단이 있다.
<바하이(연꽃사원) 밖 입장 행렬>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문에는 공작새 조형물이 붙어있다.
<입장 후 바하이(연꽃사원) 첫 번째 면>
사원 8면 중 유일하게 앞에 연못이 없으며 입장하는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운 좋게(!) 1명도 안 끼어들었다.
<입장 후 바하이(연꽃사원) 두 번째 면과 내려다 본 대기 줄>
<입장 후 바하이(연꽃사원) 세 번째 면과 앞의 연못>
다음부터는 몇 번째 면인지 파악 불가! 첫 번째 사진 좌우에 연못(사원 입장 전 손과 발, 얼굴을 씻는 곳)이 살짝 보인다. 입장한 첫 번째 면에만 연못 대신 긴 계단이 있고, 나머지 7면에는 원을 1/4등분한 연꽃 잎 모양의 연못이 모두 있다. 평지에선 파악이 어려웠는데 마침 window10 바탕화면 서비스 사진에 드론으로 촬영한 석양사진이 있어서 확인했다. 공중에서 보니 연못은 가장 바깥(활짝 만개한 세 번째)의 연꽃잎 모양이었다.
<바하이(연꽃사원) 밖의 상가>
두 번째 사진은 인도인들이 먹는 간식을 파는 것 같은데 둥근 유기그릇이 독특했다. 오른쪽 끝의 맨발의 남자도 인상적이었다.
<바하이(연꽃사원) 밖 거리의 무료 급식소>
이런 휘장은 시골의 임시 결혼식장과 모양, 색깔이 비슷하다. 급식소는 주로 종교기관에서 운영하고 꽤 많다고 한다. 부드럽지만 인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직언을 한 우리 가이드 Santoth의 말마따나 인도에서 추운 겨울인데도 길바닥에서 더러운 담요 한 조각으로 버티는 노숙자들이 줄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역설적으로 무료 급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뛰어들어 자기 밥 벌이를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여건이 안 그렇기도 하지만) 얻어 먹으며 근근히 버티는 원인이란 것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볼 국민성, 혹은 삶에 대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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