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탐방로의 漢詩와 식물들>
지난 8월 17일, 장수대 탐방로를 따라 대승(한계)폭포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대승(한계)폭포의 길고 가는 폭포 줄기에 다소 실망했다. 폭포까지 거의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 등산로 곳곳에 폭포와 관련된 漢詩가 있어서 잠깐씩 본의 아니게(!) 쉬어야 했다. 특별한 위치가 아니라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놓은 듯 했는데 반쯤은 전망이 좋은 곳에 있어서 시를 보며 숨을 돌렸다.
장수대 탐방로에서 대승(한계)폭포는 0.9km인데 그 사이에 12개의 漢詩가 있었다. 당시에 등산로랄 것도 따로 없고 길이 상당히 험했을 텐데 점잖을 뺐을 양반들이 폭포까지 다녀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심지어 14살의 소녀가 남장을 하고 설악산을 오른 기록도 있어서 더욱 신기했다.
시는 모두 조선시대 문인들의 것이다.
12개의 漢詩를 장수대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대승(한계)폭포까지 순서대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한계산(寒溪山) - 구사맹(1531 ~ 1604)
2. 한계폭(寒溪瀑) - 이유원(1814 ~ 1888)
3. 한계폭포 증옥상인(寒溪瀑布 贈玉上人) - 이명한(1595 ~1645)
4. 폭포(瀑布) - 김창협(1651 ~ 1708)
5. 한계폭포(寒溪瀑布) - 김창흡(1653 ~ 1722)
6. 문삼연담설악산수형승 개이치옥기심처운(聞三淵談雪岳山水形勝 蓋已置屋基深處云) - 홍세태(1653 ~ 1725)
7. 한계관폭(寒溪觀瀑) - 이인상(1710 ~ 1760)
8. 한계관폭(寒溪觀瀑) - 오도일(1645 ~ 1703)
9. 대승폭(大乘瀑) - 김시보(1658 ~ 1734)
10. 한계폭포(寒溪瀑布) - 조인영(1782 ~ 1850)
11. 한계폭(寒溪瀑) - 정범조(1723 ~ 1801)
12. 대승폭(大乘瀑) - 안석경(1718 ~ 1774)
<대승폭포의 또 다른 이름 한계(寒溪)폭포>
조선시대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3대 폭포로 알려진 대승폭포는 '한계폭', 또는 '한계폭포'로 불렸다. 당시에는 대승폭포를 품은 산이 현재의 설악산이 아니라 한계산(寒溪山)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대청봉 주변과 그 북쪽만을 설악산(雪岳山)이라 하였고, 울산바위 주변은 천후산(天喉山), 대청봉 서쪽 일대는 한계산(寒溪山)이라 하였다. '한계(寒溪)' 지명이 가장 오래전에 쓰여진 기록은 647년(신라 진덕여왕 1년) 현재 한계리 주변에 창건된 寒溪寺라는 사찰 이름이다. 이후 지리지, 고지도, 유람기 등에 한계山, 한계城, 한계동 封山, 한계폭포, 한계川, 한계嶺 등의 지명이 폭넓게 사용되어 오고 있다.
--여기까지 올렸는데 중간에 글이 2번이나 날랐고, 완성된 글도 1번 날라가서 몇 번이나 이 글을 올리는 것인지...
<설악산국립공원 등산로와 장수대 탐방로의 한시 위치>
윗 지도의 노란 선은 등산로, 아래의 흰 선은 장수대 탐방로이며 탐방로에 적힌 노란 글씨가 바로 漢詩들이다. 나는 대승폭포 전망대까지만 갔으니까 09, 10, 11번의 시는 못 보았다.
<구사맹(1531 ~ 1604)의 한계산(寒溪山)>
<이유원(1814 ~ 1888)의 한계폭(寒溪瀑)>
<右 : 이명한(1595 ~1645)의 한계폭포 증옥상인(寒溪瀑布 贈玉上人)>
왼쪽은 여류 시인 금원 金氏가 14세 때 남장을 하고 금강산, 관동팔경, 설악산을 올랐다는 내용이다.
<김창협(1651 ~ 1708)의 폭포(瀑布)>
<대승(한계)폭포의 머리 부분이 최초로 보이는 지점에 세워진 시들>
대승폭포까지 이어지는 탐방로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전망대이다. 사진 앞쪽의 바위, 등산로를 되돌아보면 전면에 설악산, 왼쪽에 한계령 방향이 모두 보인다. 왼쪽은 홍세태(1653 ~ 1725)의 시, 오른쪽은 김창흡(1653 ~ 1722)의 시이다.
두 번째 사진 : 홍세태의 문삼연담설악산수형승 개이치옥기심처운(聞三淵談雪岳山水形勝 蓋已置屋基深處云)이다.
세 번째 사진 : 김창흡의 한계폭포(寒溪瀑布)
<이인상(1710 ~ 1760)의 한계관폭(寒溪觀瀑)>
<김시보의 대승폭(大乘瀑)과 오도일의 한계관폭(寒溪觀瀑)>
*김시보(1658~1734) / 오도일(1645~1703)
전망이 좋은 위치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
<조인영(1782 ~ 1850)의 한계폭포(寒溪瀑布)>
<정범조의 한계폭(寒溪瀑)과 안석경의 대승폭(大乘瀑)>
*정범조(1723~1801) / 안석경(1718~1774)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탐방로 입구의 짚신나물과 마타리>
대승폭포에 이르는 장수대 탐방로에는 식물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았다. 풀은 탐방로 입구에서 짚신나물과 마타리 정도만 보았고, 등산로에서는 유일하게 며느리밥풀꽃만 보았다. 나무는 단연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를 이루었고 그 외에 꽃이 막 피는 중인 붉나무를 보았다. 참나무는 주로 신갈나무였다. 첫 번째 사진은 짚신나물, 두 번째 사진은 마타리이다.
<장수대 탐방로에서 유일하게 개체수가 많았던 며느리밥풀꽃>
<장수대 탐방로의 신갈나무(위)과 붉나무(아래)>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는 많이 헷갈리는데 도토리 열매를 싸는 껍질이 안으로 얌전하게 오므려져 있으면 신갈나무, 밖으로 뻗쳐 있으면 떡갈나무이다. 대신 잎모양은 너무 비슷해서 나도 자주 헷갈리곤 하는데 잎 뒷면에 갈색의 보송보송한 털이 있으면 떡갈나무, 매끈하면 신갈나무이다. 갈참나무는 신갈나무와 도토리 모양이 똑같아서 헷갈리는 대신 갈참나무의 잎자루가 길고 잎끝이 뾰족해서 그걸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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