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일, 제주에서 세째날 코스는 길을 잘못 들러 들리게 된 위미 동백나무 군락 - 제주동백수목원 -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 우연히 얻어 걸린 이중섭 문화의 거리와 이중섭미술관 - 이중섭 거주지 - 서귀포 용머리 해안 입구 - 모슬포 운진항과 하모해수욕장이었다.
<제주동백수목원 맞은편에 있는 카페 동박낭과 忠魂碑>
제주동백수목원을 찾아가는 길에 울타리로 심은 화사한 애기동백꽃이 아름다워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니까 '동박낭'은 '동백나무'란 뜻이다. 이곳 맞은편에 제주동백수목원이 있는 것을 모르고 조금 지나쳐 좌회전을 해서 들어간 곳이 위미 동백군락지였다. 카페 앞에 여러 기의 비석들이 있는데 '하사 OOO 충혼비'라는 식으로 직급과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조선시대의 관행적인 송덕비라면 이해가 되는데 왜 이런 장소에 충혼비가 있는지 의아했다. 4.3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런지?
<위미동백나무 군락지와 제주동백수목원>
우리는 왼쪽 6시 방향의 직선으로 된 흰색 아래 도로로 잘못 들어갔다가 중앙의 붉은색 표시가 된 샛길로 되돌아 나왔다. 맨 윗쪽의 동박낭 카페와 연결하여 두 동백나무 군락지 거리를 비교하면 이해가 쉬운데 제법 멀다. 입장료 4,000원을 내고 들어간 제주동백수목원보다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본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가 더 좋았다.
정돈되고 나무가 밀집된 것으로 따지면 두 곳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붉은 목을 흰눈 위에 툭 떨어뜨리는 동백'을 기대하고 갔다가 번번히 실망했는데 위미 군락지는 기대했던 그 동백이었다. 수십년 전에 전남 장흥과 소매물도에서 제대로 된 동백을 본 이후로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가 처음이었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에 있는 제주 올레 길 상징 조랑말 '간세'>
조랑말 간세는 이번 여행 중 종종 만났는데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스템프를 찍었다. '간세'는 '게으름뱅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 '간세다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천천히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를 즐기라는 의미라고. 무릎 높이 크기의 간세 머리가 향한 쪽이 올레 길 진행 방향이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과 동백꽃>
현지 안내문.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39호.
위미 동백나무 군락은 우리나라 고유의 동백나무가 무리지어 자라는 곳이다. 사철 푸른 동백과 많은 새가 찾아들어 남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현맹춘(1858~1933) 씨 한 사람이 맨손으로 일구어냈다. 현맹춘씨는 17살이 되던 해 혼인하여 남편이 있던 이 마을로 왔다. 해초를 캐고 품팔이를 하며 평생 돈을 모아 어렵게 황무지를 샀고, 이곳의 모진 바람을 막고자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가 이곳에 뿌렸다. 그의 집념과 정성은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다른 농장에는 외국에서 온 원예종 애기동백나무를 키우므로 이곳과는 다르다. 현맹춘 씨가 가꾼 동백나무 숲은 한라산에서 유래한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며 현맹춘 씨의 얼이 담겨 있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의 '핏빛 목을 툭툭 떨어뜨린' 동백꽃>
그래,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동백이지! 누군가 길바닥에 핏빛 목을 떨어뜨린 동백꽃을 주워 현무암 돌담에 예쁘게 올려놓았다. 주변을 잠깐 돌아다니는데 바닥에 큼지막하고 빨간 동백꽃들이 떨어져 있어서 행여 밟을세라 조심조심 걸었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가장 울창한 동백나무들>
오른쪽 안에 주택과 넓은 농장이 있고, 이런 울창한 동백나무들이 그곳을 에워싸고 있다. 중앙의 주택이 현맹춘 씨가 원래 동백을 심었던 농장인 듯 했다. 내가 본 중 우리나라 최고의 동백나무들이다! 이 위치에서 앞으로 나아간 후 왼쪽으로 돌아나가야 애기동백으로 유명한 제주동백수목원이 있다.
<제주동백수목원 관광 정보>
♣ 위치 :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4번지(주차장 931-1)
♣ 관람 시간 : 11/20~2/28 09:30~18:00(발권 마감은 17:00)
♣ 입장료 : 성인 및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 30인 이상 단체는 1,000씩 할인
장애인, 유공자, 경로우대, 제주도민 : 성인 3,000- 청소년 2,000- 어린이1,000원
♣ 식재한 나무 : 애기동백나무(학명 camellia sasanqua)
♣ 애기동백나무 꽃말 : 겸손, 이상적인 사랑
♣ 개화 시기 : 12~2월
♣ 식재 년도 : 1977년
♣ 효능 : 잎은 차로, 열매는 기름을 추출하여 화장품 원료나 한방약재로 사용
<제주동백수목원 카탈로그>
'KBS 애국가 영상 배경'이란 설명이 붙은 이곳 팜플렛은 얼핏 보면 빨간 고명을 입힌 찹쌀 완자 같다. 거의 비슷한 크기의 나무에 붉은빛으로 개화한 애기동백나무와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이 떡고물 입힌 완자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드론을 이용해 90도 위에서 촬영한 듯 하다. 보는 위치(시점)에 따라 물체가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동백수목원 입구와 매표소>
수목원의 동백 개화 시기에 맞춰 11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만 개장하는 것 같다. 관람요금은 성인과 청소년은 4,000원, 어린이는 3,000원, 기타 단체나 장애인과 유공자, 경로대상자와 제주도민은 할인요금 적용.
<제주동백수목원 내부>
<가까이에서 본 애기동백꽃>
위미 동백나무 군락에서 본 고유의 동백과는 많이 다르다. 하나하나를 보는 것보다 무더기로 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꽃이 많은 곳임에도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어지간해서 예쁜 사진을 얻기 어렵다.
<제주동백수목원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애기동백나무>
나무도 수려하지만 가장 화려하게 꽃이 만개한 나무이다.
<애기동백나무들 사이의 열대식물 3총사>
왼쪽과 중앙 뒤의 키 큰 나무는 2그루는 카나리아 야자, 아래 오른쪽의 가장 작은 나무는 소철, 오른쪽 원경의 막대사탕 같은 나무는 종려나무이다. 제주도 남쪽에서 가장 흔한 이 식물들은 비슷해서 헷갈리곤 했는데 이참에 아예 제대로 외웠다. 두번째 사진은 윗 사진에서 가장 키가 작은 소철나무 열매이다.
<식물원의 돌하르방과 귤>
귤은 천혜향인 듯 하다.
<제주동백수목원의 조형물들>
조형물들은 주로 매표소에서 들어간 후 오른쪽에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 예쁘다. 내가 본 것은 새와 소녀상, 망원경을 보는 개구리와 악기를 연주하는 원숭이 세트, 돼지와 암탉 3개였다.
<제주동백수목원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지점>
망원경을 보는 개구리와 악기를 연주하는 원숭이 세트 조형물 뒤에 있는 2층으로 올라가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이곳에서 본 수목원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고,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그나마 잘 나온다.
<제주동백수목원 밖 선물가게의 상품들>
'핸드메이드 감성 소품샵 쁘띠 동백'이란 간판이 걸린 선물 가게이다. 처음 만난 선물가게여서인지 손뜨개질을 해서 만든 동백꽃, 당근, 귤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과 딸은 이곳에서 몇 가지 기념품을 샀다. 나중에 제주동문시장에서 비슷한 기념품들을 다양하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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