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1.01. 서귀포 이중섭 문화의 거리, 트멍공방

큰누리 2021. 2. 25. 23:16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을 둘러보다 남문 밖 맞은편에서 우연히 이중섭 거리를 발견했다. 입구의 도로 바닥에 이중섭 은박지화 스타일의 보도블록 4개가 반복하여 깔리고, 간판이나 벽 곳곳에 이중섭 그림을 카피한 조형물이나 그림들이 있어서 이중섭이 바로 연상되는 곳이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500m 남짓한 도로 양쪽은 자그마한 본래 집들을 그대로 두거나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했다. 그래서 같은 모양이 없고 아기자기한 집들은 대부분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로 이용 중이었다.

 

거리에서 파는 기념품 중 뒷덜미 중앙 아래가 살짝 갈라진 제주도식 벙거지 모자가 인상적이었다. 해녀들이 고무 잠수복이 도입되기 전 물질을 할 때 쓰던 모자를 응용해서 만든 이라고 했다. 상품이 가장 다양하고 섬세한 '트멍공방'이란 곳에서 개당 2만원씩 주고 벙거지 모자 3개(나, 작은 딸, 동생 것)를 샀다.

그외에도 강릉 하슬라 미술관에서 본 피노키오와 각종 마리오네트들, 수제 스파이더맨 인형, 드림캐처, 액자 그림, 목걸이, 목공예품, 헝겊으로 만든 각종 인형, 작은 금속 공예품, 냉장고 자석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었다. 작은 공간에 눈에 쏙쏙 들어오는 다양한 상품들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여사장님의 미적 감각, 공간 활용능력이 대단했다. 상품 중의 일부는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서귀포시 정방동 이중섭 거리는 6.25 한국전쟁 때 이중섭이 피난을 왔다가 방 1칸을 얻어 살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가 세를 살았던 곳은 아직까지 남아서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거주지 바로 건너편에 이중섭미술관이 지어졌다. 미술관 아래로 서귀포항과 문섬이 보이는 완만한 언덕에 형성된 인사동 같은 분위기의 거리였다.

 

예쁜 가게들을 홀린 듯 따라가다 이중섭미술관과 거주지를 발견했다. 미술관 개장 시간에 맞추느라 20여 분 기다리며 미술관 마당에서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주변을 조망했다. 단아한 서귀포 미항과 문섬, 미술관과 바닷가 사이의 서로 다른 건물들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특히 미술관 대숲 밖으로 연결된 대정동 동사무소에서 아래의 바다 쪽으로 이어진 계단은 인천 자유공원 아래의 일본, 중국 조계지를 연상시키면서도 그와는 다른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었다. 계단 양쪽 벽에 이중섭의 그림 사진을 붙였는데 취지는 좋으나 너무 퇴색한 것이 흠이었다. 

생각보다 전시내용이 좋은 이중섭미술관을 둘러보고 3층 전망대에서 다시 바다쪽을 조망한 후 산방산으로 갔다.

 

 

<서귀포시 정방동 이중섭 거리 입구>

이중섭 거리 위의 조형물은 이중섭 그림을 선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중섭 거리의 배수구와 이중섭의 그림을 새긴 보도블럭>

내가 찾은 것은 4개였는데 게시하지 않은 그림은 물고기와 아래 사진과 비슷한 그림 1점이다.

 

 

 

 

<이중섭 거리의 이중섭 그림 조형물>

첫번째 사진은 '해와 어린이'이고, 두 번째 사진은 이중섭 그림이 아닌 것 같다.

 

 

 

<이중섭 거리 고깃집 앞의 소 동상>

이중섭의 그림을 모델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소를 많이 그린 분이라 연상은 된다.

 

 

<문화 예술 마을 정방동 안내도>

천지연폭포, 외돌개 등은 두세 번 들렀지만 바로 주변에 이런 좋은 곳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아마 일반 관광이었다면 역시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에서 농부로 정착한 동생 덕분에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제주도의 속내를 볼일이 잦을 것 같다.

 

 

 

<이중섭 거리의 갈대지붕 통로와 그 옆의 이중섭 그림 사진들>

윗 사진은 두께가 상당히 두툼한데 제주도의 갈대 지붕인 듯 하다. 벽의 칠판 비슷한 시설의 용도는 게시판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두 번째 그림은 통로 바로 옆 벽에 있는 그림들이다. 흰소, 해와 아이들 등인데도 두 번째의 '해와 아이들'은 위에 게시한 조형물의 원화이다.

 

 

 

<갈대지붕 통로를 지난 직후의 이중섭 거리>

 

 

<이중섭 거리의 옷 가게와 그 옆의 마스크를 쓴 돌하르방>

마스크를 쓴 돌하르방은 옷 가게 소유인 듯 하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선글라스, 털모자에 귀마개, 머플러까지 갖추고 한라봉도 얹혀 있다. 사진에서 잘렸지만 위에 JEJU, 제주 여행 중 등 글씨 모빌, 혹은 깃발 같은 것이 더 있다. 검정 돌하르방을 노란 의자 위에 놓아서 더 특별해 보인다.

 

 

 

<제주도 여행에서 유일하게 돈을 지른(!) 이중섭 거리의 기념품 가게 트멍공방>

지금 생각해도 넓지 않은 공간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상품들을 진열한 게 대단하다! 해녀의 헝겊모자를 응용했다는 뒤가 갈라진 모자는 개당 2만원에 샀는데 다른 물건들도 가격은 물론 수준이 괜찮았다. 다른 기념품 가게는 물량이나 종류가 많지 않았고, 특히 수제품을 다루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상품 선택의 폭이 넓고 가격까지 착하면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최상의 가게이다.

 

 

 

 

 

 

<정방동 동사무소 앞에서 본 문섬과 서귀포 미항>

정면의 섬이 문섬이고 사진 왼쪽 밖에 섶섬, 오른쪽에 새섬이 있다. 높은 건물이 없고 새로 지은 건물들이 거의 없어서 아기자기하고 전망이 시원하다. 대나무가 보이는 오른쪽이 이중섭미술관이고, 그 아래는 이중섭공원, 공원 옆에 이중섭 거주지 터가 있다.

 

 

<정방동 동사무소로 올라가는 계단의 이중섭 그림들>

계단 옆이라 눈에 잘 들어오지만 퇴색한 것이 흠이다!

 

 

 

<정방동 동사무소로 올라가는 계단>

첫번째 사진 왼쪽이 이중섭미술관이다. 양쪽 계단 옆구리에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처럼 이중섭 그림 사진(?)들이, 계단참에는 제주도 풍경사진이 있다.

 

 

 

<정방동 동사무소 입구의 예술적인(!) 청소용구 비치 공간>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찾기 쉽고, 정리하기 좋고, 공간도 훌륭하게 활용했다.

 

 

<이중섭 거리와 이중섭미술관>

마음 같아서는 서귀포 미항까지 내려가고 싶었지만 여기까지만 보고 이중섭미술관으로 향했다. 두 번째 사진은 위쪽 풍경이다. 두 번째 사진처럼 이중섭 거리는 미니 화단이나 정낭 기둥들로 도로 양쪽을 장식한 곳이 많다.

 

 

 

<이중섭 거리와 중섭이네 식당>

중섭이네 식당 간판의 해녀 그림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보고 흥미롭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해녀박물관에서 부직포로 만든 걸이용 해녀인형을 2개 샀다.

두 번째 사진은 파란색으로 일관성 있게 채색한 가게도 좋았지만 그 앞의 돌에 쓴 글이 재미있어서 촬영했다. '무신 사름덜이 영 하우꽈?뜻은 '웬(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라고...

세 번째 사진은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쪽에서 이중섭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임창정의 가게이다. 이 가게 바로 옆에 '용우동'도 있고 '빽다방'도 있다.